관객은 마동석 펀치 믿었다…'범죄도시' 쌍천만 키워드
코로나 사태 이후 한국영화 상징 격상
전작으로 쌓은 신뢰→고민 없는 선택
관객 원하는 것 정확히 담는 영리함
마동석이라는 유일무이한 브랜드 한몫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영화 '범죄도시3'가 1일 1000만 관객 고지를 밟았다. 역대 30번째 1000만 영화이자 한국영화로는 21번째 1000만 영화다. '범죄도시'는 두 편 연속 누적 관객수 1000만명을 기록한 최초 시리즈가 됐다. 앞서 '신과 함께' 2부작이 있긴 하지만 처음부터 두 편으로 기획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엄밀히 말해 시리즈 영화라고 보긴 힘들다.
◇'범죄도시' 시리즈, 한국영화 재건의 상징
코로나 사태 이후 나온 1000만 한국영화가 모두 '범죄도시'라는 점은 특기해야 한다. '범죄도시2'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끝난 직후인 지난해 5월에 공개돼 한국영화 부활 신호탄을 쐈다. 딱 1년만인 지난 5월 개봉한 '범죄도시3'는 또 한 번 한국영화가 최악의 기근에 직면한 시점에서 등판, 여름방학 성수기 공개되는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연착륙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 '범죄도시3' 이전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누적 100만명을 넘긴 작품은 2편 밖에 없었다. 다시 말해 '범죄도시' 시리즈는 코로나 사태 이후 한국영화계에 유일한 동력이 돼줬다. 멀티플렉스 업체 관계자는 "가정이긴 하지만 '범죄도시'가 없었다면, 지금쯤 한국영화계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암울한 상황에 직면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팬데믹 발발 직전 한국영화 전성기를 상징하는 작품이 '기생충'이었다면, 팬데믹 초토화 이후 한국영화 재건을 상징하는 영화는 '범죄도시' 시리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범죄도시' 시리즈가 어떻게 '쌍천만'을 달성할 수 있었는지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신뢰
'범죄도시3' 1000만 관객 돌파는 전작 두 편이 쌓은 신뢰가 밑바탕이 됐다. 2017년에 나온 '범죄도시'는 688만명, 작년에 개봉한 '범죄도시2'는 1269만명이 봤다. 연이은 성공은 '범죄도시'를 믿고 볼 수 있는 영화로 만들어줬다. 코로나 사태 이후 관객 트렌드 중 하나는 신중함이다. 티켓 가격이 1만5000원을 넘기자 영화관은 필수 데이트 코스에서 제외됐다. 요즘 관객은 리뷰를 꼼꼼히 체크한 뒤 돈이 아깝지 않을 영화만 골라 본다. '범죄도시3'는 앞서 쌓아놓은 신뢰 덕분에 큰 고민 없이 선택 받았다. 관객이 '범죄도시3'를 보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는 건 이 영화가 개봉 첫 주에 450만 관객을 넘겼다는 데서 알 수 있다.
업계는 '범죄도시' 시리즈가 세 번째 영화 역시 성공시키면서 더 큰 믿음을 쌓았고, 이는 후속작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거로 보고 있다. 국내 배급사 관계자는 "앞으로 나올 '범죄도시' 영화가 설령 좋지 않은 평가를 받더더라도 이미 충분한 고정 관객을 확보한만큼 크게 실패할 일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범죄도시' 4편은 내년에 공개될 예정이며, 이 시리즈는 8편까지 예정돼 있다.
◇스마트
관객은 냉정하다. 전작이 잘 됐다고 해도 그 신뢰만으로 1000만명이 움직일 순 없다. 그 영화를 봐야만 하는 이유가 있어야 하고 관객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만한 매력이 있어야 한다. '범죄도시3'는 전작이 성공한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했고, 관객이 이 시리즈에 원하는 것들을 영리하게 담아내 다시 한 번 1000만 관객을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관객이 앞서 나온 '범죄도시' 시리즈를 지지했던 이유는 명확했다. 통쾌하고 웃기다는 것. 에둘러가지 않고 쭉 뻗어가는 전개와 시원한 액션 그리고 타율 높은 유머가 이 영화의 정체성이었고, '범죄도시3'는 이 요소들은 빠짐 없이 살려냈다. 연이은 성공이 우연이 아니라는 건 제작진이 '범죄도시'를 만드는 태도에서 알 수 있다. 이 시리즈 주축인 배우 마동석은 수도 없이 진행된 회의를 통해 '범죄도시'만의 매력을 구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액션은 물론이고 간단한 코미디 장면조차 회의에 회의를 거친 뒤 나온 결과물이라는 얘기였다.
국내 제작사 한 프로듀서는 "애초에 관객은 이 시리즈에 대단한 작품성이나 수사물로서 정교함을 바라지 않는다"며 "거침없이 내달리는 마석도가 보고 싶을 뿐이고, '범죄도시3'는 이를 정확히 알고 구현해냈다. 말은 쉽지만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인데, 매우 스마트하게 잘 해냈다"고 평했다.
◇브랜드
마동석이라는 브랜드 역시 쌍천만에 한 몫 했다. 마동석은 안티가 없는 몇 안 되는 스타 중 한 명. 험상궂은 얼굴에 거대한 근육질 몸을 갖고 있지만, 묘하게 정이 가는 모습으로 '마블리'라는 애칭이 붙었다. 거친 액션과 함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함께 보여줬기에 차지할 수 있는 별명이었다. 2004년 단역으로 출발한 그는 배역 크기를 점차 키워가며 서서히 이름을 알렸다. 2010년대 초반엔 한 해 많게는 영화 10편에 출연하는 성실함으로 대중에 친숙한 배우가 된 것도 마동석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키웠다. 2021년 마블 영화 '이터널스'에 출연하며 글로벌 스타가 된 것 역시 호재였다.
대중이 마동석에게 느끼는 호감은 '범죄도시' 선택으로 이어졌다. 지금은 '범죄도시' 시리즈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로 인식되지만, 첫 번째 편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을 정도로 수위가 높았다. '범죄도시'는 이런 진입 장벽을 마동석 특유의 매력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고, 영화를 거듭 내놓으면서 선정성보다는 마동석 특유의 유머를 더 살리는 쪽으로 옮겨가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로 거듭났다. 영화 홍보사 관계자는 "관객은 주인공 마석도를 사실상 마동석으로 생각한다"며 "마동석 배우의 매력은 '범죄도시' 시리즈의 사실상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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