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집중호우·장마에 물난리를 피할 수 있는 '이 방법'?
본격적인 장마철을 앞두고 부산의 침수 피해가 걱정입니다. 2020년 7월, 부산에 집중 호우가 내리던 당시 동구 초량지하차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3명이 끝내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부산은 매년 침수피해를 적지않게 받고 있는데요. 과연 이번 장마는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요. 부산의 장마 침수 대비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침수 피해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뭐라노가 알아봤습니다.
적도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는 강력한 슈퍼 엘니뇨 현상의 영향으로 올해에도 전국에 많은 비가 내릴 전망입니다. 매년 빠짐없이 일어났던 침수 피해, 되풀이되지는 않을까 우려됩니다.
부산에 지정된 자연재해위험지구 19곳 중 14곳은 ‘침수위험지구’인데요. 동구 초량지하차도, 해운대구 세월교, 수영구 수영교차로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부산은 침수위험지구로 지정된 곳에 침수 재해 방지시설을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침수위험지구 14곳 중 당장 이번 여름까지 수해 대비 공사가 완료된 곳은 없었고, 심지어 공사가 진행 중인 곳도 덕천교차로지구 1곳 뿐입니다. 폭우 시 도로를 통제하는 방법 외에는 현재 상태로 이번 장마를 견뎌야하는,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빗물을 모아 강으로 흘려보내는 ‘배수펌프장’이나 빗물을 잠시 저장해 놓았다가 천천히 내보낼 수 있는 ‘우수저류시설’ 등의 설치로 침수 피해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부산의 배수펌프장은 약 63개, 우수저류시설은 13개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특히 동래구 온천2지구 우수저류시설은 작년 11월에 설치 완료되어, 사실상 제대로 물을 머금어보는 것은 이번 장마부터인데요. 장마 기간이나 게릴라성 집중호우 때마다 늘 범람을 피하지 못했던 온천천, 올해는 드디어 이 저류시설을 활용해 피해를 해소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이곳은 한 시간에 무려 105mm의 폭우가 내려도 저류 가능한 용량으로 지어졌습니다.
이런식으로 설치까지의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결국 모든 침수 위험지구에 수해 대비 시설을 확충하면, 그때는 안심해도 될까요.
안타깝지만 그래도 안심하긴 이릅니다. 빗물 저류시설은 폭우 때 빗물을 잠시 저장해 저지대나 하류에서 침수 피해가 나지 않도록 하는 일종의 큰 그릇 같은 역할을 합니다. 당연히 시설에서 처리 가능한 용량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리면, 무용지물이 되겠죠. 2020년 7월 23일 집중호우로 도로가 침수됐던 부산 연제구. 이 인근에는 빗물을 모아 강으로 흘려보내는 배수펌프장이 있었지만 침수피해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 배수펌프장에서 처리할 수 있는 시간당 비의 양은 시간당 80mm인데, 당시 비는 시간당 최대 88mm에 이르러 처리 가능한 한계 용량을 넘었기 때문입니다.
침수 피해에서 벗어나기 위한 우수관 확대, 펌프장 설치 등 시설물 위주의 대책도 좋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 분석이 필요합니다.
비가 오고 물이 고이는 이유부터 생각해볼까요. 이는 ‘불투수면적’과 관련이 있습니다. ‘불투수면적’이란 도시화와 인프라 개발에 따라 땅을 포장하면서 물이 지표면으로 스며들지 못하는 도로, 건물 등의 넓이를 말합니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땅의 20% 이상은 불투수면으로 되어있고, 부산의 불투수면적률은 2018년 기준 28.2%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습니다. 전체 면적 중 산악지역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부산의 지리적 특성을 고려하면, 우리 생활 권역의 불투수 면적률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불투수면적이 늘어나면 이전과 같은 양의 비가 내리더라도 땅에 스며들지 못하는 물의 양은 늘어납니다. 도시화가 될수록 도시 전체가 거대한 물그릇이 되는 격입니다. 이렇게 흡수되지 못한 빗물은 하수구를 통해 강으로 흘러가는데, 한 곳에 갑자기 모인 비는 어차피 또 결국 강에서 범람하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불투수면적을 줄이면 된다는 건데, 지금껏 우리는 왠지 빗물터널이나 하수도 확대 등의 토목공사에만 몰두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불투수면인 아스팔트, 콘크리트를 싹 흙바닥으로 갈아엎지 않아도 됩니다. ‘투수포장’ 기술이 개발돼 있기 때문입니다. 투수성 포장재로 된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는, 우리가 매일 밟는 땅과 달리 물을 바로바로 흡수해 아래로 흘려보냅니다. 도심 속 투수면적이 늘어나면 많은 양의 빗물을 일시적으로 머금으면서 하천으로의 직접 유출을 늦추어 침수 피해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투수면적의 확대는 침수피해만 예방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땅에 물이 스며들고 지하수가 충전되면, 열대야나 열섬 현상들을 완화할 수도 있고, 자연생물의 서식공간이 확보되는 등 자연 순환을 제대로 이루어지게 합니다. 또 지하수 보충은 지하수 고갈로 인한 싱크홀 발생을 감소시켜 주기까지 합니다.
한국의 침수는 갑작스러운 호우나 이상 기후 현상, 산과 강이 많은 지리적 특성, 불투수면적률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합니다.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여러 가지 시설을 확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심의 ‘불투수면적’을 줄여 땅속 아래가 거대한 ‘자연 빗물저류시설’이 되게끔 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도 있습니다. 국제신문 뉴스레터 뭐라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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