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구급차’ 덕분에···‘죽을 고비’를 두번 극복하다[주말N]
지난 12일 오후 1시30분쯤 경기 포천의 한 공장에서 일하던 A씨(74)가 유압 프레스 기기에 가슴과 배를 눌렸다. 동료가 그를 급히 동네 병원에 데려갔지만 그곳에서 감당할 수 있는 부상이 아니었다. 병원에서 119구급대원을 불러 오후 2시쯤 구급대원이 도착했다. 사고가 난 지 30분이 지난 상태, A씨 심장박동수와 혈압은 정상치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다.
치료가 가능한 권역외상센터는 구급차로 55분이나 걸려 ‘골든타임’을 맞출 수 없었다. 구급대원은 일명 ‘하늘을 나는 구급차’인 응급의료헬기(119Heli-EMS)를 소방상황실에 요청했다.
호출을 받은 응급의료헬기는 협력 병원인 의정부성모병원 권역외상센터를 들러 의료진을 태웠다. 그 사이 구급차는 의료진의 지시대로 A씨를 태우고 긴급수혈과 헬기 착륙이 가능한 포천의료원으로 이동해 응급조치를 했다. 환자는 첫 번째 사망위기를 넘겼다.
응급의료헬기는 포천의료원 인근에 착륙해 환자를 태운 후 다시 센터로 향했다. 의료진은 헬기 안에서 환자의 가슴을 절개하고 흉관삽관술(CTD)를 실시했다. 폐의 호흡 기능을 되살리기 위해 가슴 속에 찬 공기와 피를 빼냈다. 환자는 두 번째 고비를 넘겼다.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한 지 28분 만이었다.
당시 출동했던 포천소방서 구급대 한원규 소방사는 “과다출혈이나 폐호흡 불능에 따른 산소포화도 저하는 짧게는 2~3분, 길어도 20~30분 이내에 심정지가 온다”며 “긴급수혈과 헬기 착륙이 모두 가능한 곳을 찾지 못했거나 헬기에 의사가 없었을 경우 환자는 생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수혈은 병원에서만 가능하고 가슴을 절개하는 수술은 의사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 소방청이 운용하는 응급의료헬기에는 의사 없이 항공구급대원만 탑승했다. 의사가 동승하는 이른바 ‘닥터헬기’는 원래 보건복지부가 2011년부터 민간헬기를 임차해 운용해왔다. 그러나 인천과 경기 남부, 전남, 강원·경북, 충남·전북, 제주도 등 8개 권역에서만 운용 중이다. 또 안전상의 이유 등으로 야간에는 운용하지 못한다. 이에 소방청은 기존의 ‘닥터헬기’가 활동하지 않는 경기 북부 지역에서 이 사업에 대한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이 체계를 통해 지금까지 7명의 중증 외상환자가 이송됐고, 이중 5명이 목숨을 건졌다. 지난 3월 가평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불명 상태였던 B씨의 경우 극심한 차량 정체 상황에서 공중이송과 헬기 내 의료진의 혈관 수술 덕분에 죽을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응급의료헬기 팀은 소방항공대와 서울대학교병원·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 응급의학·외과·화상전문의 등 전문 의료진 20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각자의 전문성과 서로 간의 팀워크로 골든타임을 사수한다. 서울 소방항공대 박기태 기장은 “헬기팀은 정기적인 지형숙달비행을 통해 착륙 지점의 지형을 숙지하고 있고, 의료진은 흔들리는 헬기 내에서도 외과 수술이 가능한 배테랑들”이라고 했다.
조항주 의정부성모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119Heli-EMS는 중증외상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권역외상센터에 도착할 때까지 생존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라며 “그 시간을 버는 데 필요한 모든 것, 즉 긴급수혈 등 응급처치와 헬기 내에서 외과 수술이 가능한 전문 의료진 등을 제때 환자에게 제공하는 게 이 체계의 핵심”이라고 했다.
소방청은 시범 운영을 결과를 바탕으로 효과성과 분석에 나설 계획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소방청 응급의료헬기는 복지부의 ‘닥터헬기’가 활동하지 못하는 야간이나 격오지에서 운용을 하거나 출동 공백을 메워주는 식으로 상호보완적 운용을 하게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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