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가 달리던 길, ‘쉼’이 내려앉았다···포항 철길숲의 진화[주말N]
경북 포항의 대표적인 도시숲인 ‘철길숲’이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자연만을 즐기는 숲을 넘어 시민들이 참여하는 라디오 방송이 송출되고 시민들을 위한 복합문화 공간도 들어섰다. 조만간 형산강까지 닿을 수 있는 산책길과 시민광장도 들어선다.
이곳에서는 시민참여 프로그램 중 하나로 DJ양성과정을 거친 시민들이 재능기부를 통해 진행하는 ‘철길숲 시민DJ’ 라디오방송이 지난 12일부터 진행되고 있다. 방송은 포항 북구 용흥 건널목~남구 효자교회 구간 약 4.3㎞에 걸쳐 송출된다. 철길숲에 마련된 ‘오픈 스튜디오’에서 요일별 1명씩 시민DJ 7명이 매일 오후 6시30분부터 8시까지 방송한다.
첫 방송을 맡았던 시민DJ 김진영씨(57·공감스피치 아카데미 대표)는 “우울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 있는 신나는 음악을 많이 들려준다”면서 “앞으로는 평범한 이웃들을 초대해 가벼운 일상에 관한 인터뷰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민 서민영씨(45·포항 남구 대잠동)는 “철길숲을 걸으면 하루의 피로가 싹 사라진다”라면서 “포항은 이제 제철 중심의 회색도시가 아닌 녹색도시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철길숲은 포항시가 2015년 고속철 역사 신설에 따라 폐쇄된 남구 연일읍 유강리~북구 우현동 구간 옛 동해남부선(9.3㎞)을 활용해 조성한 도시숲이다. 이팝나무·단풍나무·화살나무·사계장미·수국 등 모두 106종 21만4000여그루의 나무와 꽃이 심어져 있다. 하루 평균 3만여명이 이곳을 찾는다.
최근 이곳에 복합전시공간도 들어섰다. 포항시는 한국철도공사로부터 무궁화호 1량을 사들여 리모델링해 옛 포항역과 기찻길의 풍경을 추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객차 내부에는 포항의 과거·현재·미래에 관한 각종 자료를 디지털화한 ‘아카이브 전시실’과 휴게·커뮤니티 공간, 가상현실 체험관이 설치돼 있다.
철길숲은 폐철로 구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포항의 젖줄인 형산강 ‘공도교’(하천 횡단용 보행교량)와 철길숲을 연결하는 ‘인도교’ 공사가 준공된다. 인도교는 철길숲과 형산강 사이에 난 6차로 7번 국도 위를 육교 형태로 만드는 것이다. 시민들은 이달부터 철길숲에서 인도교와 공도교를 통해 형산강 건너편 수변공원까지 끊김 없이 걸을 수 있다.
시민들이 집회나 모임을 할 수 있는 ‘시민광장’도 조성된다. 포항시는 북구 득량동 철길숲 인근 9000여㎡에 잔디광장·수경시설·전망데크·장미원 등으로 꾸며진 시민광장을 조성해 올 연말 준공할 계획이다. 포항시는 철길숲이 철길을 따라 직선으로 조성돼 시민 다수가 한곳에서 모임을 하기 힘든 점을 감안해 광장을 만들기로 했다.
시민광장 주변에는 소나무·벚나무 같은 대형 교목류와 관목류·억새·정원장미 등 2만1000여그루가 심어진다. 또 특색있는 공간연출을 위해 여러개 의 기암괴석을 쌓고 조형소나무·눈향나무 등을 심어 산의 형태를 축소 재현한 ‘석가산’을 만든다.
손초희 포항시그린웨이 운영팀장은 “철길숲이 도심 속 걷기 좋은 산책로에 그치지 않고 문화예술까지 머금은 공간으로 꾸며 시민의 행복지수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포항 철길숲은 지난해 UN해비타트 ‘아시아 경관상’을 받은데 이어 동아시아 최초로 영국 정부 산하 환경단체인 KBT ‘녹색깃발상’을 수상했고, 한국 산림청으로부터 ‘모범도시숲’으로 인정받았다.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명태균 “윤 대통령 지방 가면 (나는) 지 마누라(김건희)에게 간다”
- 명태균 만남 의혹에 동선기록 공개한 이준석···“그때 대구 안 가”
- [단독] 허정무,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출마 선언한다
- 최민희 “비명계 움직이면 당원들과 함께 죽일 것”
- [단독] 명태균씨 지인 가족 창원산단 부지 ‘사전 매입’
- “김치도 못먹겠네”… 4인 가족 김장비용 지난해보다 10%↑
- 4000명 들어간 광산 봉쇄하고, 식량 끊었다…남아공 불법 채굴 소탕책 논란
- 순식간에 LA 고속도로가 눈앞에···499만원짜리 애플 ‘비전 프로’ 써보니
- [산업이지] 한국에서 이런 게임이? 지스타에서 읽은 트렌드
- [주간경향이 만난 초선] (10)“이재명 방탄? 민주당은 항상 민생이 최우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