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현정은 방북 추진에 “남조선 어떤 인사도 입국 불허”
북한이 1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계획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현 회장 측은 다음달 4일 고(故) 정몽헌 회장 20주기에 맞춰 금강산 지역 방북을 타진하기 위해 북한과 접촉하려 한다는 취지의 대북 접촉 신고를 통일부에 냈다.
김성일 북한 외무성 국장은 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배포한 담화에서 현 회장 측이 정부에 대북접촉신고를 제출한 데 대해 “남조선(남한)의 그 어떤 인사의 방문 의향에 대하여 통보받은 바 없고 알지도 못하며 또한 검토해볼 의향도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고 했다. 우리 인사의 방북과 관련해 통일전선부 등 대남 기구가 아니라 외무성에서 입장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김 국장은 “남조선의 그 어떤 인사의 입국도 허가할 수 없다는 것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정부의 방침”이라고 했다. 그는 “금강산 관광 지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토의 일부분이며 따라서 우리 국가에 입국하는 문제에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는 아무런 권한도 행사할 수 없다”며 “이러한 원칙과 방침은 불변하며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현 회장 측은 지난달 27일 통일부에 대북 접촉 신고를 냈다. 그의 방북이 성사되면 2018년 11월 ‘금강산 관광 시작 20주년 기념 남북공동행사’ 참석차 금강산을 방문한 이후 5년 만이다. 그런데 통일부 검토 절차가 끝나기도 전에 북한이 먼저 불허 입장을 밝힌 것이다.
통일부는 북한의 이 같은 입장 발표에 “북측이 순수 추모 행사를 위한 목적의 방북에 대해 일방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현재 현대아산의 북한 주민 접촉 신청은 관계부처 협의 중에 있으며, 오늘 북한 발표 내용을 고려해 처리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다만 북한의 현 회장 방북 거부 입장에 현대그룹 측 접촉 신고는 반려될 가능성이 크다.
현 회장은 이영하 현대아산 사장 등 현대그룹 경영진들은 2018년 8월 3일 맹경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측 관계자 20여명과 함께 북한 금강산에서 열린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15주기 추모 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방북 뒤 ‘금강산 관광 재개’ 가능성을 밝혔지만, 그 뒤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되며 결국 무산됐다.
현 회장은 1976년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과 결혼했다. 이후후 정몽헌 회장이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2003년 유명을 달리하자 남편의 뒤를 이어 현대그룹 회장에 올랐다. 현대그룹은 정 전 회장 사망 이듬해인 2004년부터 매년 금강산특구 온정각 맞은편에 있는 정 전 회장 추모비에서 추모식을 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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