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후상박' 정신은 어디로…"노조가 오히려 임금격차 키운다"
[편집자주] 최저임금을 둘러싼 갈등이 매년 되풀이된다.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연대 의식'은 사라진 지 오래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인상'과 경기 침체를 이유로 한 '인하'가 충돌한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의 공정성은 늘 화두가 된다. 머니투데이가 '공정'이란 가치를 기준으로 최저임금 결정 구조와 사회 파급 효과, 미래 방향성을 짚어봤다.
고소득자와 저소득자의 임금 격차가 점차 커지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업종별, 혹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최저임금 인상 수준을 달리 결정하는 방법이 거론되지만 논의조차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대기업과 공공기관 정규직 근로자를 중심으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너무 미온적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1일 국가통계포털(KOSIS) 일자리 행정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대기업 근로자의 평균 세전 월 소득(보수)은 563만원으로 중소기업 근로자(266만원)의 약 2.1배다.
기업 규모뿐 아니라 고용 형태별로도 차이가 난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1만7233원으로 정규직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2만4409원)의 70.6% 수준이다. 이는 72.9%인 2021년보다 2.3% 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그 사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커졌다는 의미다.
저임금 근로자 비율도 늘었다. 지난해 6월 기준 '저임금 근로자 비중'은 16.9%로 2021년(15.6%)보다 1.3%p 늘었다. 저임금 근로자는 임금 수준이 중위 임금(월 314만6000원)의 3분의 2 미만인 근로자다. 2013년 24.7%를 기록한 후 매년 하락세를 보이던 이 비중이 증가세로 전환한 것은 9년 만이다.
문제는 불합리한 임금 격차에 목소리를 내고 해결책을 제안해야 할 대기업 노조의 미온적 태도다. 대기업 노조 가입자들이 상대적으로 소득이 안정적이고 높은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들이기 때문이다.
정규직 근로자 중 노조에 가입된 이들의 비율은 전년 대비 0.4%p 상승한 13.5%로 집계됐다. 비정규직 근로자 중 노조에 가입된 이들은 전년과 동일한 0.7%에 그쳤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1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에 따르면 전국 2021년 전체 조합원 수는 2020년 280만5000명보다 약 2만8000명가량 증가한 293만3000명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 수치다.
특히 300명 이상 대기업의 경우 노조에 가입한 근로자가 46.3%였다. 반면 30명 미만 사업장의 경우 전체 1197만8000명의 근로자 중 조합원은 2만5170명인 0.2%에 불과했다. 30인 이상 99명 이하 사업장은 1.6%. 100명에서 299명 사이의 중견급 기업도 10.4%에 그쳤다.
이같은 경향이 강해지면서 과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최저임금 인상 수준을 달리하자고 주장했던 노조의 '하후상박' 정신이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가 전체 근로자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언제부턴가 한국의 노조들은 노동자의 범주 안에 정규직만 포함시키는 경향이 생겼다"며 "정규직보다 권익에서 뒤처져 있는 비정규직을 먼저 챙겨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의 노조는 정규직과 노조원들을 위한 이익 단체로 변질됐다"며 "순수한 의미의 노조라고 볼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많은 국민들이 노조가 오직 일부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0월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5%가 노조 활동에 부정적이었다. 긍정적이라는 답변은 13%에 그쳤다. 노조 활동에 부정적인 응답자 중 46%가 그 이유로 '노조에 소속된 자신들의 이익만 챙겨서'라고 답했다.
정부도 노조에 연대 정신을 요구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9일 서울 팀플레이스에서 열린 '노동의 미래 포럼 3차 회의'에서 "노조도 조합원의 이익에만 몰두하지 않고 상생과 연대의 정신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양대노총(한국노총·민주노총)이 중소기업·하청근로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임금 교섭을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교섭력이 강한 대기업·원청노조가 하청·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게 혜택이 갈 수 있도록 상생 통로가 되는 것도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편승엽 전처가 폭로한 '가정폭력' 의혹…딸들 "아직도 억울해" - 머니투데이
- 이세창, 단기 기억상실로 이름도 잊었다…"뇌가 고장나" 무슨 일 - 머니투데이
- "1년 내 키스해봤나"…'5년째 열애설' 화사, 3년전 진실게임 답변 - 머니투데이
- "손님 명품백에 액체 튀었는데…'700만원' 전액 물어달래요" - 머니투데이
- 일라이 "지연수와 재결합, 많은 분 원하지만…子한테 안 좋을것" - 머니투데이
- 김정민, 월 보험료만 600만원…"30개 가입, 사망보험금 4억" - 머니투데이
- "삼전과 합병할수도" 깜짝 리포트…삼성SDS 주가 10% 급등 - 머니투데이
- 20억 집에 사는 상위 10%, 하위는 5000만원…"집값 양극화 여전" - 머니투데이
- 아들 피 뽑아갔던 억만장자, 퉁퉁 부은 얼굴 등장…"부작용" - 머니투데이
- 죽은 학생 패딩 입고 법원에…'집단폭행' 가해자 뻔뻔함에 전국민 분노[뉴스속오늘] - 머니투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