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농촌 최저시급 다르게 주자"…일자리 창출 지름길?
[편집자주] 최저임금을 둘러싼 갈등이 매년 되풀이된다.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연대 의식'은 사라진 지 오래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인상'과 경기 침체를 이유로 한 '인하'가 충돌한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의 공정성은 늘 화두가 된다. 머니투데이가 '공정'이란 가치를 기준으로 최저임금 결정 구조와 사회 파급 효과, 미래 방향성을 짚어봤다.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 논의는 올해도 불발됐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최저임금 차등적용 논의 불씨는 꺼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엔 지역별 차등적용이다. 경영계·소상공인 등을 중심으로 지역별 물가와 생계비를 고려해 최저임금을 정하면 기업의 지방 이전이 늘어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다르게 지급하는 '업종별 차등적용'과 지역별로 최저임금 수준이 다른 '지역별 차등적용'으로 나뉜다. 업종·지역별로 각 기업들의 최저임금 지불 능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종별 차등적용의 경우 현행 최저임금법상으로도 적용 가능하지만 실제 다르게 적용한 것은 최저임금제가 처음 적용된 1988년뿐이다. 지난해 심의에 이어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도 논의됐다. 그러나 노동계의 강한 반발로 무산됐다.
경영계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들며 업종별 차등적용을 주장했다. 반면 노동계는 차등적용이 저임금 업종의 낙인효과로 인한 구인난을 야기하고 제도의 근간을 흔든다며 반대했다.
지역별 차등적용은 법적 근거가 없어 법 개정이 필요하다. 지난 6월 6일 국회 부의장인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지역별 차등적용이 골자인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논의가 재점화됐다.
개정안은 시·도지사가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요청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임금수준 불균형과 소득감소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임금 취약지역 지방자치단체장이 최저임금 근로자 임금을 지원하는 비용을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근거도 포함했다.
정 의원은 제안 이유에서 "인구 밀집지역인 서울·경기권과 지방 중소도시, 농어촌 지역 간에는 물가 수준 차이로 생계비 차이가 있고 지역별 인력 수급구조 차이도 임금 수준에 차이를 가져온다"며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 인구 유출과 일자리 감소를 최소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별 임금 수준을 고려해 최저임금도 달리 지급해야 한다는 논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역별 임금은 지난해 서울시와 울산시 임금수준(100%)을 기준으로 충북은 82%, 강원·대구는 75%, 제주 7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이나 대기업이 조업 중인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임금수준이 20%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차등적용이 현실화되면 지방의 기업 유치가 늘고 일자리 창출로 지역 소멸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적잖다. 배진한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이 같은 이유로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영동권, 영남권 5개 권역별로 생활물가·주거비 등의 실질물가를 책정해 최저임금을 매기자는 논문을 발표했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은 이미 지역이나 업종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에 따르면 미국·캐나다·중국·러시아 등은 지역별로, 일본·호주·스위스·벨기에 등은 지역별·업종별로 차등을 둔다.
미국은 연방 최저임금도 있지만 주별로 최저임금을 달리 정한다. 일본은 도도부현(광역지방자치단체) 별로 최저임금이 결정되면 특정 산업 노사 요청에 따라 산업별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다. 중국은 33개 성(省)급마다 최저임금이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의 지역별 차등적용이야말로 우리 경제 현실에 맞는 정책"이라며 "각 지역마다 상황이 다르고 지방소멸이 눈앞에 다가오는 현실을 봐야한다. 지역별 차등적용은 지방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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