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광고법 놓고 정부부처와 광고주 기싸움 중?
[해설] 정부광고법 적용 대상 두고 이견… 법원·법제처 의견 엇갈려
문체부·언론재단, 상황 수년째 이어지지만 법적조치나 유권해석 시도 없어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정부·공공기관이 한국언론진흥재단을 통하지 않고 매체사와 광고를 직거래하는 경우가 수천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광고법 위반 사항이지만, 일부 광고주들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시정조치 요구를 따르지 않고 있다. 광고주들은 정부광고법 해석에 있어 견해차가 있을 뿐, 법을 알면서도 무시한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지만 문체부·언론재단은 대화만 시도할 뿐 법 해석에 대한 시도에 나서지 않고 있다. 지난해 정부광고법 위반 광고 건수 3299건 중 시정조치를 따르지 않은 광고는 75.29%에 해당하는 2484건에 달한다.
① 정부광고법 적용 대상 '공공법인'은 어디?
입장차이의 시작은 정부광고법 적용 대상을 정하는 2조 3항이다. 정부광고법은 적용 대상 중 '공공법인'을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으로 규정했다. 이 중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은 “공공의 복지 또는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별도의 법률에 의거 설립된 법인”을 말한다.
문체부의 시정조치 요구를 따르지 않은 기관은 농협중앙회 및 지역농협, 산림조합중앙회,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중소기업중앙회, 신용협동조합중앙회 등이다. 이들 기관은 모두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법인이다. 다만 이들이 “공공의 복지 또는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지는 해석의 차이가 있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정부가 예산을 주고 수협에 위탁사업을 맡기긴 하지만 출자를 받은 건 아니다”라면서 “자본 출자 주체가 지역 수협들이지 정부가 아니다”라고 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측 관계자는 “우리가 광고하는 돈은 정부 재원이 아니라 소기업·소상공인들이 퇴직금 명목으로 불입한 것”이라며 “그 비용을 가지고 광고를 하는 것이다. 재원에 있어서도 정부에 지원받은 바 없고,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민간 경제단체”라고 했다. 또 다른 기관 관계자 역시 지난해 미디어오늘에 정부광고법에 대한 위헌 소송이 진행 중이고, 일부 기관의 경우 정부광고법 적용 대상에 해당되는지 모를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문체부와 언론재단은 이들 기관이 정부광고법 대상에 들어간다고 맞서고 있다. 언론재단은 “재단과 기관들 사이에 이견이 있다. 법을 지켜야 한다고 고지는 하고 있다”고 했다. 문체부도 “반복적으로 법 위반을 하는 곳에 대해 실무협의를 하려 한다”고 말했다.
② '공공법인' 성격 두고 대법원·법제처 입장 엇갈려
핵심은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 기준이 무엇인지다. 정부광고법 적용 대상을 정의한 법적·행정적 결정례는 아직 없지만 대법원과 법제처는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을 무엇으로 규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대법원은 2010년 증권거래법(2009년 2월 폐지)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한국증권업협회(현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정보공개 의무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판결하면서 “업무가 국가기관 등에 준할 정도로 공동체 전체의 이익에 중요한 역할이나 기능에 해당하는 공공성을 갖는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법제처는 2021년 지역농협이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특수법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지역농협은 조합원의 이익을 우선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등 지역농협의 강한 자주성을 입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지역농협은 본질적으로 공익성이 요구되는 공공기관으로서의 성격보다는 사법인으로서의 성격이 더 강하다”고 했다.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사실 자체가 아니라 기관의 실제 운영 방식을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다. 정부광고법을 따르지 않은 기관들은 이 판례를 중시하고 있다. 문체부와 언론재단은 지역농협도 정부광고법 적용 대상으로 보고 있다.
반대 취지 결정도 있다. 법제처는 2020년 새마을금고중앙회가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특수법인'에 해당한다고 했다. 새마을금고가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주무기관은 설립인가를 내릴 수 있고 제재 및 행정처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나 공공단체가 예산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이유에 들어갔다.
③ 교통정리 해야 할 문체부와 언론재단 “검토 중”
법적 해석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문체부와 언론재단은 적극적 조치에 나서지 않고 있다. 언론재단이 광고주들에게 공문을 보내 시정조치 요구를 하고 있지만 광고주들은 개별적인 법률검토로 맞대응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수협중앙회는 자체 법률검토를 마쳤으며, 언론재단을 통한 광고집행을 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일이 수년째 이어졌으며, 장기화될 전망이다.
결국 언론재단이 나서서 교통정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광고를 독점 대행하는 언론재단이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이 무엇인지 구분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광고법에 처벌조항이 없다는 한계도 있지만, 법제처 유권해석·소송 등 여러 대응 방안이 가능하다. 하지만 언론재단은 현재까지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언론재단은 “공문을 계속 발송하는 등 방안들을 찾기 위해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아직 소송을 하겠다고 결정을 내린 건 없지만, 그런 것을 포함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검토하는 중”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광고학계 전문가 A씨는 미디어오늘에 문체부와 언론재단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A씨는 “문체부가 이 문제를 확실하게 컨트롤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사기업이라고 한다면 수익을 높이기 위해 자기 몫을 챙겨야 하지만, 언론재단은 기타 공공기관이다 보니 그냥 방치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른 기관과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고, 시급하게 이야기해봐야 한다. 시행령 개정 등 방법을 통해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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