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라면값 인하 효과는?…"반년 동안 가구당 신라면 3개"

신라면 가격 인하 효과 얼마나 될까?

'국민 라면'·'국민 과자' 가격이 일제히 내려갔다. 지난달 18일 추경호 경제부총리의 '라면 발언' 이후 농심이 신라면과 새우깡 가격 인하를 발표하자 삼양식품에 이어 오뚜기, 팔도, 롯데웰푸드, 해태제과도 동참했다. 라면발 가격 인하가 식품 업계 전체로 확산한 거다. 특히 신라면 가격 인하는 2010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농심이 처음 라면값 내린다고 했을 때 충분히 예상했던 결과다.

그럼 라면값 인하 효과는 과연 얼마나 될까?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이를 추론해 봤다. 라면 전체 가격이 5% 정도 내려간다고 가정하고 국내 라면 시장 매출액과 가구 수를 종합해 이번 가격 인하 효과를 계산해 본 것이다. 결과는 올해 남은 반년 동안 가구당 3천 원 정도. 950원으로 내리는 신라면 3개 정도 살 수 있는 효과다.

용 의원은 주택용 도시가스의 올해 도매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33.3% 인상되었다며 라면을 끓일 때 사용하는 도시가스 가격 인상분이라면 라면 가격 인하분을 잠식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정부가 전기와 가스, 교통, 유류세 인상 등을 힘으로 누르고 있는 상황이다. 하반기에 인상된다면 이번 라면 인하 효과는 의미가 더 없어진다.

단 '0.27%' 차지

물가에서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미미하다. 단 0.27%. 라면의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는 1,000분의 2.7로 휘발유(20.8), 전기요금(15.5), 돼지고기(10.6)에 비하면 아주 많은 작은 수준이다. 이 정도면 라면값 인하로 전체 물가가 내려가는 효과는 사실상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 결국 라면 시장은 정부가 직접 나서 가격 인하를 강제해야 할 시장이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라면의 원조는 1963년 출시된 삼양라면이다. 당시 가격은 10원. 자장면이 20원이었던 시절이니 값싼 음식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서민 음식으로 되어 있다. 세계라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라면 소비량은 39억 5천만 개로 국민 한 사람당 한 해 77개, 한 달에 6개 정도 소비했다.

그럼 왜 라면을?…한국은행 총재 "정치적 말씀"

추경호 부총리는 왜 라면을 콕 집었을까? 다시 한번 지난 18일 KBS 일요진단에서 나온 추 부총리의 발언을 곱씹어 보자.

"지난해 9~10월에 기업들이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안팎 내렸다"

"기업들이 밀 가격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

"정부가 하나하나 원가를 조사하고 가격을 통제할 수는 없다"

"이 문제는 소비자 단체가 압력을 행사하면 좋겠다"

추 부총리가 이 말을 했을 때 전망과 목표도 있었다. 곧 '2%대 물가 진입'을 언급한 거다. "경제난 터널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거시와 미시가 혼재된 상황에서 라면을 콕 집은 것이다.

추 부총리 발언에 대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반응도 있었다. 라면 발언이 나온 다음 날 이 총재는 기자 간담회에서 "추 부총리가 라면 가격 인하를 언급했는데 어떻게 봐야 하나"라는 한 기자의 질문을 받았다. 이에 "물가가 최근 많이 떨어지는 국면에서 세계적으로 보면 기업의 마진이 많이 올라갔다"며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차원에서 기업들도 원자재 가격이 많이 떨어졌으니 거기에 맞춰 고통을 분담해달라는 정치적 말씀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답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정치적 말씀'이다. 경제적 효과보단 정치적 의미에 무게를 뒀다는 뜻이다.

라면 발언을 하던 날 추 부총리는 "생활 현장에 있는 국민께서 느끼시는 체감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라면이란 소비재의 상징성을 충분히 고려했을 텐데 그 효과가 뚜렷하게 있지 않다는 것 또한 국민도 '체감'하고 있다.

YTN 이대건 (dglee@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