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人] ⑫작가 림일, 김정은에 100회 공개편지…"개혁·개방 나서라"

최현석 2023. 7. 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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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쓸모없는 핵 개발 대신 대담한 개혁개방을 통해 주민들을 먹여 살리길 바랍니다."

탈북작가 림일(54)씨는 지난달 21일 서울 동작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북한에서 김정은 집권 이후 10년간은 실망스러웠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림 작가는 이날 인터뷰에서 "사이비 신도가 가짜 신을 숭배하는 것보다 북한의 김씨 3부자 숭배 정도가 10배는 된다고 본다"면서 "세상에 그런 광신도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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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 편지 연재…"김씨일가 우상숭배, 사이비 광신도보다 10배 심해"
우리 당국에도 호소…"탈북민 생활권 조성하고 미혼모 가정 지원해야"
탈북작가 림일씨 [촬영 최현석]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앞으로는 쓸모없는 핵 개발 대신 대담한 개혁개방을 통해 주민들을 먹여 살리길 바랍니다."

탈북작가 림일(54)씨는 지난달 21일 서울 동작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북한에서 김정은 집권 이후 10년간은 실망스러웠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림 작가는 2015년 7월부터 8년간 대북 인터넷 매체 등에 '김정은에게 보내는 편지'를 100회 이상 연재해왔다.

그는 2015년 7월 기존 비행장보다 10배 크게 지은 평양국제비행장 준공을 보고 유학파 김정은이 내부 문제점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첫 편지를 썼다고 설명했다. 새 공항을 짓는 것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안내원이 외국인을 따라다니고 자유 배낭여행이 안 되는 정책부터 바꾸라고 충고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1일자 100번째 편지에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천만 북한 인민의 참된 지도자가 되길 바라는 간절한 바람에서 쓰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림 작가는 이날 인터뷰에서 "사이비 신도가 가짜 신을 숭배하는 것보다 북한의 김씨 3부자 숭배 정도가 10배는 된다고 본다"면서 "세상에 그런 광신도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와 지자체가 탈북민의 한국 사회정착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탈북민 생활권역을 조성해주면 좋겠다"며 탈북민 미혼모 가정에 대한 적극적 지원도 당부했다.

다음은 문답.

-- 북한에서 생활은 어땠나.

▲ 1968년 평양에서 태어나 1984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993년까지 사회안전부(경찰청 격) 건물관리소에서 근무했다. 이후 1996년까지 러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동유럽 국가 건설현장에 인력을 보내는 대외건설기업소에서 일했다. 북한이 1995년부터 쿠웨이트에 진출했는데 탈북을 방지하려고 기혼자만 내보냈다. 나는 1996년 11월 파견됐다.

1997년 3월 김포공항에 도착한 림일씨 [연합뉴스 자료사진]

-- 한국행을 택한 이유는.

▲ 5개월간 쿠웨이트의 주택 건설현장에서 일했는데 월급 한 푼 못 받았다. 평양에 들어가면 준다고 했지만, 러시아에서 3년간 일한 동료가 여행자 상점(해외서 일한 만큼 받은 돈표로 물품 등을 구입하는 곳)이 텅텅 비어 있어 아무것도 못 사는 것을 봤기 때문에 믿지 않았다. 북한 가족들 생각이 났지만 사람답게 살자는 생각에 눈 딱 감고 한국대사관으로 향했다. 쿠웨이트에서 탈북한 첫 사례라고 들었다.

-- 초기 한국 생활은 어땠나.

▲ 1997년 3월 입국해 교육과 직업훈련을 받은 뒤 안보강연을 많이 다녔다. 2002년에는 탈북여성을 만나 결혼했다. 정해진 강연시간 동안 못다 한 북한생활과 남북한 차이 등에 대한 얘기를 책으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작가가 됐다.

-- 주로 어떤 책을 썼나.

▲ 2005년 발간한 첫 책은 '평양으로 다시 갈까'라는 역설적 제목으로 출간됐는데 8년간 서울에서 겪었던 아이러니한 일들을 담았다. 처음 한국 왔을 때 외래어로 된 간판이 많고 한국산 차에 외국 이름이 달려 있어 동포가 사는 외국처럼 느껴졌다. 2년 후에는 한국 사람들이 모르는 평양 얘기를 담아서 '평양이 기가막혀'란 책을 냈다. 북한 주민들이 당 결정을 위반하든지 지시에 태만하면 처벌받을까 봐 몸조심하는 점 등을 담았다.

지난 2005년 탈북자 림일씨가 펴낸 수기, '평양으로 다시 갈까' (서울=연합뉴스)

-- 북한 주민들이 체제에 불만이 많을 텐데 시위는 불가능한가.

▲ 시위가 일어날래야 일어날 수가 없는 구조다. 부모 형제간에도 이념이 다르면 당에 보고(고발)할 수 있다. 미리 보고하면 훈방으로 끝날 수 있지만 훗날 발각되면 가만히 있었다는 이유로 자신도 몇 배의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겁이 나서도 그렇지만 계속 세뇌를 당하기 때문에 수령을 절대적인 존재로 생각한다.

-- 칼럼과 기사도 많이 썼는데.

▲ '김정은께 보내는 림일의 편지' 연재가 최근 100회를 넘었다. 김정은이 2012년 지도자가 돼 일을 하는 척 했지만, 학교나 사회의 동료가 없어 아버지 그룹에 파묻힌 채 독창성 없이 할아버지·아버지를 따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선대에 비해 회의를 좋아하는 것 같아 회의를 줄이라거나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내용의 편지도 게시했다. 북한 주민들이 말 못 하는 속마음을 대신 얘기해주는 편지인 만큼 수신자인 김정은이 꼭 봤으면 좋겠다. 계속해서 쓰겠다.

-- 탈북민 단체 대화방을 운영하는 이유는.

▲ 2019년 6월 탈북민의 소통과 남북관계, 통일문제 등 관련 정보와 소식을 공유하기 위해 탈북민 소통방과 남한사람 소통방을 개설했다. 회원은 각각 470명과 430명이다. 남한 사람 소통방에는 북한 관련 전·현직 공직자와 외교관, 목회자, 교육자, 군인, 언론인, 사업가 등이 가입돼 있다.

-- 최근 북한 내부 사정을 들은 게 있나.

▲ 고난의 행군 때보다 더 힘들다고 한다. 북한이 중국 국경을 코로나19 핑계로 닫았지만 실제로는 탈북을 차단하기 위한 꼼수다. 주민들이 탈북과 연결될 수 있는 생계형 대량 밀수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중국에 있는 북한 근로자가 체류 만기로 귀국할 경우 유엔 제재로 재출국이 어려운 것도 이유다. 중국에 있는 북한 근로자 중에는 해커가 수백명 있는데 이들이 불법으로 버는 돈이 어마어마하다.

-- 탈북민 정착에 필요한 부분은.

▲ 강원도나 인천 등에 탈북민 생활권역을 조성해야 한다. 북한을 간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으로 관광 상품화하면 탈북민 생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중국 국적인 조선족이 서울 대림동에서 상권과 생활권을 조성한 것처럼 말이다. 탈북여성이 중국에서 강제 결혼 후 낳은 아이는 탈북민으로 등록이 안 돼 정착금이나 장학금 지원을 받지 못한다. 이들도 지원해야 한다. 또 남북하나재단 임원에 기존 통일부 출신이나 외부 인사 대신 탈북민을 가장 잘 아는 탈북민을 선임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탈북작가 림일씨 [촬영 최현석]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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