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설명하는 과학 연구 현장 가다...IBS 기후물리연구단 랩투어
6월 2일 오전 11시 부산대 기계관 건물에 10명의 과학동아 독자가 모였다. 과학동아와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주최한 IBS 기후물리 연구단 랩투어에 선정된 이들이었다. 서울, 세종, 대전, 대구, 부산 등 그야말로 전국 각지에서 모인 독자들을 악셀 팀머만 IBS 기후물리 연구단장이 반갑게 맞이했다.
랩투어는 그의 강연으로 문을 열었다. 팀머만 단장은 “IBS 기후물리 연구단 로고에는 기후물리를 이루는 5개의 하위분야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로고에는 대기를 형상화한 구름과 강수 수권을 나타내는 파도 생물권을 뜻하는 은행나무잎 극저온권을 보여주는 얼음 결정 인류권을 상징하는 발자국이 그려져 있었다. 기후물리는 각각의 권역과 그것들의 상호작용이 만들어내는 기후를 이해하는 학문이라는 뜻이다.
강연은 IBS 기후물리 연구단이 어떤 연구를 하는지 또 어떻게 연구하는지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졌다. 과학동아 랩투어 참여자들이 강연에서 특히나 흥미를 느낀 것은 ‘고기후 연구’였다. 팀머만 단장은 올해 과학동아 5월호에 실렸던 인터뷰에서도 이를 언급한 바 있었다.
당시 팀머만 단장은 충북 단양에서 발견한 석순을 통해 약 1만 6000년 전 기온이 5~7℃가량 급격히 하강했던 시기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슈퍼컴퓨터 알레프로 이것이 빙하의 영향임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날 랩투어에서는 어떻게 석순에 그렇게도 먼 과거의 기온 정보가 들어있을 수 있는지 연구단이 석순의 어떤 단서를 포착해 과학적인 증거를 확보했는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 수 있었다. 강연이 끝난 뒤 노연희 독자(경북 포항제철고1학년)는 상기된 얼굴로 “과학이 역사를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재밌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랩투어’에는 니테쉬 시나 IBS 기후물리 연구단 연구원이 앞장섰다. 시나 연구원은 먼저 건물 옥상으로 참가자들을 이끌었다. 옥상에는 강수 수집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시기 태풍으로 발생한 강수만 측정하는 수집장치도 있었다. 이후 건물 내의 연구시설 및 장비를 본격적으로 둘러보며 랩투어 참여자들은 옥상에서 왜 빗물을 모으는지 알 수 있었다. 빗물 샘플을 분석기에 넣으면 물의 동위원소 비율 구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강우의 성질을 파악할 수 있다. 태풍도 마찬가지다.
석순을 조사하는 연구 장비도 차례로 살펴볼 수 있었다. 석회 동굴에 비가 스며들면 탄산칼슘 성분의 석순이 만들어진다. 이런 석순은 오랜 시간 나이테처럼 층층이 쌓여 올라간다. 이를 조사해 석순이 형성되던 시기에 비가 얼마만큼 왔는지 알 수 있다. 연구단은 석순이 함유한 산소와 수소를 분석해 석순을 만들었던 강수의 동위원소 조성도 확인하고 있다.
연구시설을 하나씩 둘러보는 정재욱 독자(경북대 1학년)의 눈이 빛났다. 그는 2년 전 과학동아를 읽고 IBS 기후물리 연구단이 진행하는 ‘K-WIN(Korea-Water Isotope Network・한국 강수의 물 동위원소를 파악하는 네트워크)’ 프로젝트를 알게 돼 2년 동안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는 “연구단에서 사용하는 실험기기를 직접 살펴보고 싶어 이번 랩투어에 신청했다”며 “장비들 각각의 역할과 원리를 이해할 수 있어서 유익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랩투어의 마지막 순서는 질의응답 시간이었다.
팀머만 단장이 직접 나서 과학동아 독자들의 질문에 자세히 대답했다. 신상우 독자(부산 안남초 6학년)는 “같은 면적에 태양광패널을 설치하는 것과 나무를 심는 것 중 어느 쪽이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냐”고 물었다. 팀머만 단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나 화이트보드를 가져왔다. 그는 태양광 패널과 나무의 에너지 효율을 수식으로 직접 계산했다.
“태양광 패널이 좀 더 효율적이겠지만 나무는 광합성을 할 뿐만 아니라 동물들의 생활 터전이 되므로 나무를 심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대답을 정리하기까지 10여 분이 걸렸다. 그동안 모두가 숨죽이며 화이트보드를 지켜봤다. 랩투어는 예정 시간을 1시간 15분이나 훌쩍 넘겨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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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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