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이번엔 ‘일’이다···호텔메이드부터 기업 총수까지 ‘무장해제’[오마주]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 준비를 하고 일터로 향하는 생활을 한 지도 벌써 8년째입니다. 이런 하루하루를 보내는 데 별다른 고민이나 저항은 없습니다. 이 시계에 제 몸과 머리가 익숙해진 덕분이겠죠. 그러다 아주 가끔, 불쑥 이런 질문이 튀어나옵니다.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나? 일은 나에게 무슨 의미지?’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도 비슷한 고민을 했나봅니다. 지난달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일 : 우리가 온종일 하는 바로 그것>을 보고 든 생각입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퇴임 이듬해인 2018년 부인 미셸과 콘텐츠 제작사 하이어 그라운드를 세웠습니다. 2019년 첫 작품 <아메리칸 팩토리>로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에미상을 받은 이후 여러 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왔습니다. 중국 자동차 부품 기업이 미국 오하이오주에 공장을 세우며 벌어진 일을 다룬 <아메리칸 팩토리>를 통해 이질적인 양국의 노동 문화·환경을 조명한 그는 이번엔 ‘일’ 그 자체에 눈을 돌렸습니다.
<일 : 우리가 온종일 하는 바로 그것>은 미국 곳곳의 노동 현장을 찾아 노동자들에게 일이란 무엇인가 탐구합니다. 이 과정에서 호텔 메이드나 플랫폼 배달 노동자를 비롯한 서비스 직군부터 관리직,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까지 각계각층의 노동자들을 두루 만납니다.
다큐멘터리의 구성이 흥미롭습니다. 각 회차는 각자의 일터에서 맡은 직급에 따라 나눴습니다. 1화 ‘서비스 직종’에서 호텔 메이드, 돌봄 노동자들을 만난 뒤 2화 ‘관리자들’에서는 관리 직급의 노동자를 따라갑니다. 3화 ‘꿈의 직업’과 4화 ‘리더’에서는 로비스트나 거대 기업의 최고 경영자가 어떻게 일하는지 좇습니다. 직급 별 사례자를 같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으로 설정했다는 것이 가장 독특한 대목입니다.
오바마는 대학 시절 감명 깊게 읽은 스터즈 터클의 책 <워킹>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합니다. 이 책은 평범한 노동자들을 인터뷰한 책입니다. 오바마는 대통령직을 수행하며 풀지 못한 고민을 이 다큐멘터리에 담았습니다. 적절한 수준의 임금은 어느 정도인지, 두툼한 중산층이 한 나라의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와 같은 질문을 끊임없이 던집니다.
오바마가 직접 만난 사람들의 입에서는 국적에 관계 없이 노동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고민과 생각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한국인의 눈에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오바마 그 자체입니다. 전임 대통령인 그는 최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하는 미혼모 여성과 격의 없이 장을 보고, 청년 음악가의 작업실도 신나게 구경합니다. 이들이 낯선 카메라 앞에서 솔직한 얼굴을 내보이는 것은 오바마의 역량으로 보입니다. 임기를 마친 국가의 원수가 퇴임 후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새로운 답안을 제시하는 것으로도 느껴지고요.
한국계 미국인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블랙핑크 : 세상을 밝혀라>를 연출한 캐롤라인 서가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총 4회로 모든 회차의 러닝 타임이 50분을 넘기지 않습니다.
부러움 지수 ★★★★★ ‘퇴임한 정치인은 무얼 해야 하는가’에 대한 모범답안
골똘 지수 ★★★★ 나는 왜 일할까? 고민하게 된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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