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증 중년남의 기이하고 난해한 여정…'보 이즈 어프레이드' [시네마 프리뷰]

고승아 기자 2023. 7. 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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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이즈 어프레이드' 스틸컷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편집증을 앓고 있는 중년 남성인 보(호아킨 피닉스 분)가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험난한 여정을 떠난다. 그런데 집으로 가는 길이 쉽지 않다. 현실과 망상을 오가는 보가 고군분투 끝에 집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

오는 7월5일 개봉하는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엄마를 만나러 가야 하는 '보'의 기억과 환상, 현실이 뒤섞인 공포를 경험하게 되는 기이한 여정을 그린 영화로, '유전' '미드소마'를 선보인 아리 에스터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영화는 시끌벅적한 소음이 들리는 암흑으로 시작된다. 공포스럽게 다가오는 소음들 속에서 어렴풋이 들리는 대화를 통해 한 여성이 출산 중임을 짐작하게 한다. 이어 편집증에 시달리는 보가 등장해 상담사와 이야기를 나눈다. 보는 '엄마' 이야기에 솔직하게 답하지 못하고, 상담사는 '죄책감'이라고 적는다. 상담을 마친 보는 홀로 집으로 온다. 보가 거주하는 곳은 우범지대다. 마약에 찌든 사람들이 길거리를 배회하고, 새벽 내내 고성방가를 지른다. 보는 자신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피하기 위해 재빨리 엄마의 집으로 갈 준비를 한다. 하지만 보를 둘러싼 환경들이 보의 계획을 방해하고, 보는 결국 비행기를 타러 가지 못하게 된다. 보는 조심스레 엄마에게 전화를 하지만 "넌 거짓말만 한다"며 비난을 받고, 상황은 계속해서 악화된다.

영화는 총 4장으로 구성됐다. 엄마의 과도한 집착과 통제 욕구 속에서 살아온 중년 남성이 엄마를 만나러 가기 위한 여정을 로드무비 형식으로 담아냈고, 이 과정에서 보가 겪는 4개의 사건을 각 장으로 풀어낸 것이다. 보는 범죄에 노출된 거주 환경에서 시작해 평화로워 보이지만 어딘가 기이한 가족과의 만남, 연극을 보여주는 '숲 속의 고아'들과의 만남, 그리고 기업의 대표를 맡고 있는 엄마의 대저택에 이어 최후의 심판을 받는 공간까지 가게 된다.

사건들을 연결하는 방식은 나름대로 자연스럽다. 매 장면이 어디로 튈지 모르지만, 여정을 이어가게 하기 위한 연결고리는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 4장의 이야기들이 각각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며 다시 관객들을 혼란에 빠뜨리게 만든다. 편집증 증세를 앓고 있는 보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만큼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상상인지 쉽사리 구분하기 어려운 것이다. 여기에 상상을 뛰어넘는 형태들도 등장해 난해함을 더한다.

에스터 감독이 밝혔듯 유대인 가족 특유의 관계성이 이야기의 큰 틀을 이루지만, 마약, 총기, 전쟁 트라우마 등이 보에게 큰 위협이 되는 것들이라 점이 눈길을 끈다. 이는 미국 사회 도처에 널린 사회적인 문제를 반영한 것으로 읽힌다. 마약에 빠진 홈리스들,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를 겪는 참전 군인, 총기 사용 등이 영화 내내 보를 공격하며 그를 위험에 빠트리게 한다.

'조커'로 인상 깊은 열연을 펼쳤던 호아킨 피닉스는 원맨쇼를 보여준다. 편집증을 가진 보의 불안정한 모습을 탁월하게 그려낸 것은 물론, 자신이 생각하던 세계가 흔들렸을 때 동공이 흔들리는 연기는 극장을 압도한다. 과하게 집착하고, 공포에 떠는 보의 감정에 그대로 녹아든 모습이다.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 덕에 다소 어려운 영화임에도 주인공의 여정에 몰입하게 된다.

국내에서 마니아 층을 보유하고 있는 에스터 감독이지만, 무려 179분이라는 러닝타임에 담아낸 독특하면서도 난해한 보의 로드무비가 잘 받아들여 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이에 에스터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건전한 가족 관계일지라도 그 안에 기대감과 스트레스도 있을 것이고, 이를 벗겨낸다면 가족 구성원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이번 영화는 제대로 살아보지 못한 삶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라고 귀띔했다.

seung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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