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核 그림자” vs 南 “정권 소멸”… 남북 불꽃튀는 인지전[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정충신 기자 2023. 7. 1. 07: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군, 적 지휘부 의사결정 교란 ‘인지전’ 수행 방안 연구
양욱 아산정책硏 연구위원 “북, 핵사용 공포 활용 겁박하는 인지전 수행”
“한미 연합핵전략 수립, 미 핵무기 한반도 비상전개훈련 실시해야”
“한미 끈끈한 핵동맹 통해 북한의 핵공격은 북정권 소멸, 인지전 시도해야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를 방문해 전술핵탄두 화산-31을 살펴보고 핵무기병기화사업을 지도하고 핵반격작전계획과 명령서를 검토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3월28일 보도했다. 북한의 이같은 보도는 우리 군 지휘부의 의사결정을 교란시키고 ‘핵 그림자 전략’을 통해 우위를 차지하려는 ‘인지전’ 일환으로 분석된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북한이 당장 능력을 보여줄 수는 없어도 핵을 사용하겠다며 공포심을 심어주며 우리를 겁박함으로써 지휘부의 의사결정을 교란시키고, 영향력을 키우는 ‘핵그림자(Nuclear Shadow) 전략’을 통해 협상과 대결에서 모두 우위를 차지하려는 ‘인지전(認知戰·Cognitive Warfare)’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핵 그림자 전략’이 통하지 못하게 하고 , 북한 의도를 좌절시키기 위해 우리도 대북 인지전 공세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국내 싱크탱크에서 제기됐다.

이와함께 우리 군도 북한의 인지전 공격에 대한 방어 차원에서 적 지휘부의 의사결정 과정을 교란해 판단력과 전쟁 의지를 무력화시키는 인지전 수행 방안을 연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미 일종의 인지전 방식으로 교묘하게 핵·미사일 위협을 가하고 있고, 소셜미디어와 인공지능(AI) 기술 발달에 따라 이런 양상이 앞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지전의 대표적 사례는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름반도 병합, 최근 중국의 대만에 대한 정치군사적 압박,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우크라이나의 SNS 활동으로 러시아가 절대악으로 규정된 것 등이 꼽힌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4월1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전날 공화국전략무력의 전망적인 핵심주력수단으로, 중대한 전쟁억제력의 사명을 수행하게 될 새형의 대륙간탄도미싸일(미사일) ‘화성포-18’ 형 시험발사가 단행되였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 역시 북한의 핵그림자 전략에 의한 인지전의 한 행태로 판단된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인지전은 과거 심리전으로 불리던 형태가 발전한 전쟁수행 개념이다. 인간 그 자체를 전쟁 수행 대상으로 보고 인간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쳐 승리하려는 전쟁 행태를 일컫는다. 즉 적국 지도부와 국민에게 잘못된 정보를 인식시켜 잘못된 인지를 바탕으로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도록 하거나, 무기와 장비 운용에서 실수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개념이다. 적국은 적절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결국 패배한다는 관점의 전쟁 행태다.

30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군 당국은 최근 인지전 수행을 위한 전력증강 방향 연구에 착수했다. 이 연구는 전문기관에 용역을 의뢰하는 동시에 군 자체적으로도 진행되고 있다. 인지전을 수행하는 전투 요원 양성, 수행 플랫폼 종류, 네트워크 등의 전력을 확보 방안이 주요 연구 대상이다.

대만은 최근 중국의 인지전 위협에 대응한다면서 전시 동원 이행 단계를 추가한 ‘국방 동원 준비법’ 개정 초안을 발표했고,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인지전의 정의, 개념, 군사작전 적용성을 담은 인지전 교리를 각각 발간한 바 있다.

군 당국은 인지전 방안 연구 배경으로 인터넷과 SNS, 인공지능(AI) 기술 등이 개인과 집단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고, 정보·심리작전을 통해 대중과 개인의 인지영역을 직접 공격해 지도자와 대중의 저항 의지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아울러 전 세계가 네트워크로 초연결됨에 따라 미디어, 가짜 정보 등을 이용한 인지영역의 작전이 물리적 영역의 작전 성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한 것도 배경이 됐다.

특히 북한이 최근 과도하게 핵 위협을 부풀리는 것이 마치 심리적 공포감을 조성해 대북 인식 전환을 노리려는 인지전 양상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연구에 힘을 실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아산정책연구원의 양욱 연구위원은 29일 ‘북한의 최신 핵무기 개발 현황:핵그림자를 드리우는 북한의 인지전 시도’ 제목의 이슈브리프를 통해 “북한은 핵 사용의 정치심리적 공포를 활용하여 상대방을 겁박하는 인지전을 수행하여 주도권을 장악하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양 연구위원은 “북한은 전술핵으로 한미연합군에 대한 불리함을 극복하고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국에 대한 전략적 억제역량을 확보하려면, 완성된 무기체계가 실질적으로 작동함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그러나 북한은 2022년부터 실질적인 능력의 개발과 검증보다는 내러티브(Narrative·서사)에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지난 5월31일 발사한 우주발사체 ‘천리마 1형’의 잔해가 서해에 추락한 지 15일 만에 인양돼 지난 6월1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해군 2함대사령부로 이송,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만리경-1 정찰위성과 천리마-1 우주로켓의 발사 실패는 능력보다 선전에 집중하는 북한의 전략적 조급함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시스

실제 북한이 결국 무기체계로서 완성되지 못했을뿐더러 단일탄두로 전술핵 전력을 구성하려는 것은 타당한 핵전력 건설방향이 아닌데도 파괴력 5kt의 단일탄두인 전술핵탄두 ‘화산-31’을 공개한 것은 전술핵무장이 완성됐다는 내러티브를 전달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다. 양 연구위원은 “북한이 화산-31 개발에 성공한다 해도 결국 더욱 강한 20kt파괴력의 소형 전술핵탄두를 별도로 개발해 배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최근 북한의 무리한 신형 핵무기 공개성향이 실제로는 한미 양국에 핵그림자를 드리우기 위한 인지전 시도”라며 “북한이 언제든 전술핵으로 한반도 전체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능력과 의지를 가졌다는 ‘핵그림자 내러티브’를 확립해 한미의 의사결정권자들이 북한에 대항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의 노림수는 결국은 핵그림자 내러티브를 확립해 우리의 인식을 전환시키는 것”이라며 “언제든 전술핵으로 한반도 전체를, ICBM으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는 인식을 퍼뜨림으로써 주요한 의사결정권자들이 북한에 감히 대응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 최종적 목표”라고 주장했다.

양 연구위원은 “과거 북한의 목표는 정권 생존이었지만 김정은 집권기 이후 핵무력정책법을 발표하며 미국은 전략핵으로 억제하고 한국은 전술핵으로 전쟁에서 승리하겠다는 핵전략을 발표하는 등 점차 대담해졌다”며 “북한은 무기체계 개발 성공을 선제적으로 선전하고 추후에 이를 신속히 보완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하지만 최근 북한 지도부의 희망과 핵 연구개발 능력과의 괴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며 “화산-31 전술핵탄두와 화성-18 ICBM 공개도 같은 맥락이며, 지난 5월31일 만리경-1 정찰위성과 천리마-1 우주로켓의 발사 실패도 능력보다 선전에 집중하는 북한의 전략적 조급함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워싱턴 선언으로 한미간 핵협의그룹(NCG)이 결성되고 한반도에 전략원잠(SSBN)이 정기적으로 한국을 방문하기로 하는 등 한미 간의 핵 보장이 강화되면서 전략적 상황이 불리해지는 것도 북한이 조급해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은 당장 능력을 보여줄 수는 없어도 핵 위협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는 등 진실로 포장한 거짓을 우리에게 들이밀면서 국가적 의지를 꺾으려는 인지전을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연구위원은 “북한 인지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북한의 인지전 공격에 대한 방어를 수행할 뿐만 아니라 한발 더 나아가 북한이 전술핵을 감히 사용할 수 없도록 북한을 좌절시키는 대북 인지전 공세에 나서야 한다”며 “한미일 삼각의 대북정보공유를 정보수집과 분석에 이르기까지 실시간으로 유기적 정보렵력체제로 진화시키는 한편 핵민방위 능력을 신속히 정착시키는 등 절대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국가적 의지를 과시함으로써 북한에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미 NCG를 통해 한미 연합핵전략을 세우는 한편 미국 핵무기의 한반도 비상전개훈련을 꾸준히 실시하는 등 한반도 방어용 핵전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한미 양국의 끈끈한 핵동맹을 통해 북한 공격은 북한정권 소멸이라는 내러티브를 정착시켜야 북한의 인지전 시도를 막고 북한 지도부를 좌절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