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날짜 지난 우유 마셨잖아”...소비기한 지난 식품, 먹어도 될까 [푸드현미경]

송경은 기자(kyungeun@mk.co.kr) 2023. 7. 1.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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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현미경-6] 올해 1월 1일부터 식품 포장재에 표시됐던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바꾸는 ‘식품의 소비기한 표시제’가 시행됐습니다. 유통기한은 제조·유통사가 식품을 제조·포장한 뒤 판매할 수 있는 기한을, 소비기한은 소비자가 식품에 표시된 보관 방법을 준수할 경우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기한을 말합니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식품을 보면 어떤 것은 유통기한으로 표기돼 있고, 어떤 것은 소비기한으로 표기돼 있죠. 원칙은 제조·가공하거나 수입을 위해 선적하는 경우부터 적용되는 것이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2023년 12월 31일까지는 계도기간을 부여해 기존의 유통기한이 표시된 포장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또 가공유나 발효유 외 냉장 우유류에는 낙농·유가공 산업의 대응 기간을 확보하고 냉장 유통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2031년 1월 1일부터 소비기한 표시제를 도입합니다. 말하자면 현재 일반 생우유 제품에는 유통기한을 표기하고, 딸기우유나 요거트 같은 제품에는 소비기한을 표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식약처와 한국식품산업협회 소비기한연구센터에 따르면, 식품에 표시되는 권장 소비기한은 품질안전한계기한(제조·포장 후 식품 안전 측면에서 품질이 유지되는 기한)의 70~90% 수준입니다. 유통기한은 통상 품질안전한계기한의 50~70%로 설정됩니다. 같은 품목을 기준으로 했을 때 소비기한은 유통기한의 최대 2배로 깁니다.

소비기한연구센터가 발표한 ‘식품 유형별 소비기한 설정보고서’에 따르면, 유산균 또는 유크림을 발효해 만든 제품인 플레인 요거트의 유통기한은 생산·포장 후 31일이지만, 권장 소비기한은 55일로 20일가량 더 깁니다. 두부(밀봉 냉장 제품 기준)의 권장 소비기한은 27일로 유통기한(21일)보다 약 6일, 가공유인 딸기우유의 권장 소비기한은 24일로 유통기한(16일)보다 8일, 삼각김밥의 권장 소비기한은 61시간으로 유통기한(48시간)보다 13시간 정도 깁니다.

이 밖에 주스(과채음료)는 생산·포장 후 유통기한 20일에서 권장 소비기한 35일로, 생면은 30일에서 36일로, 소시지(돼지고기)는 40일에서 61일로, 즉석섭취 어묵탕은 11일에서 16일로, 불고기 밀키트는 7일에서 9일로 바뀌어 표시되고 있습니다. 다만 권장 소비기한은 대표 품목을 중심으로 산정한 것으로, 실제 식품 제조·유통 현장의 다양한 특성을 반영하기 어려워 같은 유형의 식품이라도 각 제품에 표시되는 소비기한은 회사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소비기한은 식품의 품질안전한계기한(제조·포장 후 식품 안전 측면에서 품질이 유지되는 기한)을 1로 봤을 때 약 0.7~0.9 사이로 설정된다. 같은 품목을 기준으로 유통기한의 최대 2배로 길다. [자료=한국식품산업협회 소비기한연구센터]
한국에서는 오랜 기간 식품에 유통기한을 표기해왔기 때문에 소비자들도 유통기한에 더 익숙한 것이 사실입니다. 유통기한이 지나면 바로 폐기하는 소비자가 있는가 하면 좀 더 두고 먹는 사람들도 있죠. 소비기한 표시제는 이처럼 언제까지 섭취해도 되는지 명확하지 않은 영업자 중심의 유통기한 대신 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도입됐습니다.

식약처는 소비기한이 지난 식품에 대해서는 섭취를 권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유통기한은 품질안전한계기한과 차이가 다소 컸지만, 소비기한은 식품 유형별로 품질안전한계기한과 차이가 거의 없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품질안전한계기한이 지난 식품은 품질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물론 소비기한이 지났다고 바로 식품 안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소비기한은 품질안전한계기한의 약 70~90%로 설정되기 때문에 10~30% 정도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까요. 초콜릿칩 쿠키의 권장 소비기한은 81일로 품질안전한계기한(생산일로부터 90일)의 91% 정도 됩니다. 소비기한이 지나도 최소 일주일 정도는 여유가 있는 셈입니다.

문제는 이 시간적 여유(품질안전한계기한-소비기한)가 품목마다 제각각이라는 겁니다. 우선 제품에 표시되는 소비기한은 식품을 제조하는 업체가 설정하고 식약처는 권장 소비기한에 대한 가이드라인만 제시합니다. 식약처는 산도(pH), 수분활성도, 보관 온도 등 품질 변화에 민감한 정도에 따라 식품 유형별로 안전계수를 달리 적용해 소비기한을 설정하도록 했습니다.

안전계수는 소비기한을 품질안전한계기한으로 나눈 값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멸균 제품(최대 1)이나 냉동식품(최대 0.97)처럼 안전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오래 먹을 수 있는 식품이라고 볼 수 있지만, 동시에 이런 식품군은 품질안전한계기한이 곧 소비기한이라는 뜻도 되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신선식품은 품질안전한계기한 자체가 짧게는 하루(24시간)인 경우도 많기 때문에 소비기한이 지나면 급격하게 변질될 수 있습니다.

일반 소비자들이 이렇게 제각각인 품질안전한계기한과 소비기한의 차이를 일일이 따지긴 쉽지 않을 겁니다. 설령 안전계수를 안다고 하더라도 생산일이 제품에 찍혀 있지 않다면 품질안전한계기한을 알 수 없고, 같은 품목이라고 하더라도 원료에 따라 안전계수가 다 다르기 때문이죠. 예를 들면 레몬냉동퓨레가 함유된 빵은 안전계수가 0.85로 품질안전한계기한과 소비기한의 차이가 3일인 반면, 팥앙금과 맥분이 함유된 빵은 안전계수가 0.91로 그 차이가 하루밖에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소비기한이 지난 식품은 되도록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고, 특히 신선식품은 소비기한이 지난 뒤 절대 섭취해서는 안 됩니다. 혹여라도 신선식품 외 소비기한이 지난 식품을 먹고자 한다면 반드시 생산일과 품질안전한계기한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생산일과 품질안전한계기한은 제조사에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물론 이 경우도 식품별 적합한 보관 방법에 따라 제품을 보관했을 경우에 한해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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