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비전 프로'로 맨 처음 볼 게 지구종말이라면 [황덕현의 기후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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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의 맑은 날씨를 위해 중국 정부가 요오드화은 로켓을 1104기 발사한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이상기후 현상이 전세계에 빈번해지는 지금, 영화 속 각 국의 극한 재난의 모습은 말로만 중요성을 외치던 우리에게 경각심을 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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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날씨 보정·농업 등 활용…군사 활용 가능성도
[편집자주] 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이제 모두의 '조별 과제'가 된 이 문제는, 때로 막막하고 자주 어렵다. 우리는 각자 무얼 할 수 있을까.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애플이 최근 공개한 헤드셋 '비전 프로'는 가상현실(AR)을 넘어선 혼합현실(MR)이 가능한 미래를 제시했다. 이 헤드셋을 쓰면 앉은 자리에서 남극도, 최고봉 에베레스트도 갈 수 있다. 눈앞의 날씨도 자유자재로 변하게 할 수 있다.
기상조절을 다룬 영화 '지오스톰'은 이런 모습을 벌써 5년 전에 구현했다. 강수가 필요한 논밭에는 비를 만들어 뿌리고, 바캉스 장소에는 구름을 지워 맑은 날씨를 구현한다. 다른 점은 눈앞뿐만 아니라 실제 날씨를 만들어 낸다고 한 점이다.
이 영화는 인간이 만든 '날씨의 신'으로 지구를 감싸 최상의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가정했다.
그러나 기상조절용 인공위성에 이상이 생기고, 결국 지구에는 일반적인 자연현상에서는 불가능해 보이는 재난이 각국을 덮쳤다. 중동의 페르시아만에서는 지진해일(쓰나미)이 몰아쳤고, 홍콩에서 화산이 폭발했으며, 모스크바가 폭염에 휩싸이자 인류는 절망했다. 인류가 만든 신은 양면을 가지고 있던 셈이다.
현실은 어떨까. 인공강우로 대표되는 기상 조절은 산업 이곳저곳에서 벌써 활용되고 있다. 국토 면적이 넓은 미국과 중국에서는 농업을 보조하거나 국가 주요행사의 날씨를 '보정'하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의 맑은 날씨를 위해 중국 정부가 요오드화은 로켓을 1104기 발사한 게 대표적이다.
기상 조절에는 인공강우 외에도 안개 소산이나 우박 언제, 폭풍 완화 등도 포함된다. 다만 이런 부분들은 이른바 '가성비'가 부족해 인기가 떨어지는 걸로 알려졌다. 그렇다. 기상 조절 역시 '가성비'를 비껴갈 수 없다. 특히 세금이 들어가는 문제라면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처럼 국토 면적이 좁고 해안선과 등고선이 복잡할 경우엔 더욱 그렇다. 지난해 기상청의 인공강우 실험 22번 중 증우 '미감지' 3번을 비롯해 증우량이 0.1㎜ 이하인, 사실상의 실험 실패율 32%가 실험 성과의 난항을 대변한다.
다만 성과가 떨어진다고 연구를 중단할 수도 없다. 선진국과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는데다 단순 과학 연구로만 치부할 수 없는 데 이유가 있다.
유엔(UN)은 지난 1972년 인간환경회의를 통해 채택된 '인간환경선언'을 통해 기상조절 등 환경 변화 기술의 군사적 또는 적대적 사용을 금지하도록 했다. 4년 뒤인 1976년에는 총회 차원에서 '환경파괴무기 금지조약'을 맺었다. 여기에는 기상·기후를 변경해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기상조절 기술이 군사적 목적과 완전히 무관할 수 없다는 게 학계 안팎의 의견이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지난 2018년 낸 '기상조절기술의 군사적 활용방안'에서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의 기상조절기술은 형식상 과학 연구 목적이지만 군사적 목적이 확실하다"고 평가했다.
이런 점은 영화에서도 일부 엿보인다. 기상조절을 위해 지구를 덮은 인공위성은 미국을 비롯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참여 중인 우주강국 18곳이 주도하고 있다.
이 영화는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고, 기본적인 과학에 대한 고증 없이 SF적인 재난을 강조한 것으로 개봉 당시 혹평을 받았다. 그러나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이상기후 현상이 전세계에 빈번해지는 지금, 영화 속 각 국의 극한 재난의 모습은 말로만 중요성을 외치던 우리에게 경각심을 주는 듯하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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