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으로 힘들어해서"…'특명' 13억 용병 살려라, 기꺼이 '전담 코치' 맡았다
[스포티비뉴스=울산, 김민경 기자] "이천에 왔을 때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것 같더라고요. 사실 야구 기술보다도, 로하스도 사람이잖아요."
두산 베어스가 외국인 타자 호세 로하스를 살리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이승엽 감독이 지난달 27일부터 이영수 2군 타격코치에게 당분간 1군과 동행해 달라고 부탁한 이유다. 이 코치는 호주 스프링캠프 때 낯선 환경에 적응하려는 로하스를 챙기다 친해졌다.
이 코치는 지난달 30일 울산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캠프 때 로하스랑 같이 훈련을 했는데, 그때는 나랑 야구적인 것보다는 외국인 선수니까 문화적으로 잘 적응하게 대화를 많이 나누며 친하게 지냈다. 로하스가 이천에 와서 다시 봤을 때는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사실 로하스도 사람이니까. 복잡한 것을 비우고 편하게 할 수 있게끔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 잘할 수 있다고 자신감도 불어넣어 주고, 한국 야구와 관련해서도 이야기 해주고 그랬다"고 되돌아봤다.
이 감독은 외국인 선수가 성적을 내려면 낯선 문화와 리그에 적응하는 것이 첫 번째라고 늘 강조한다. 이 감독이 선수 시절 일본프로야구(NPB)에서 외국인 선수로 생활한 경험에서 나온 말이었다. 이 감독은 최근 2군에 다녀온 뒤에도 극심한 부진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로하스에게 심리적 안정감과 함께 기술적 조언까지 할 수 있는 적임자를 고민하다 이 코치에게 1군 동행을 부탁하기에 이르렀다.
그만큼 로하스가 중요해서다. 로하스는 현재 두산 타선의 부활과 후반기 상위권 싸움의 열쇠를 쥔 선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산이 그의 몸값으로 100만 달러(약 13억원)를 책정한 것도 그만한 기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로하스가 시범경기 때까지 증명했던 좋은 선구안과 콘택트 능력에 이달 초 2군행을 통보받기 전까지 10홈런을 치며 보여줬던 일발 장타력까지 꾸준히 보여주길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 감독은 "로하스와 관련한 모든 것은 이영수 코치한테 맡겼다. 그만큼 중요한 선수라고 생각해서다. 로하스가 심리적으로는 안정을 많이 찾은 것 같은데,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쫓기게 된다. 제일 좋은 방법은 어떻게든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그렇게 분위기가 좋아지면 가벼운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결과는 대신 내줄 수 없으니 로하스가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코치는 로하스가 타석에서 결과가 곧장 안 나와도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애를 쓰고 있다. 그는 "감독님께서 로하스랑 대화를 잘 나누니까 1군에 와서 (전담을) 한번 해보라고 하셔서 해보고 있다. 결과가 자꾸 안 나오니까 조급해지고, 많이 힘들어하더라. 그 점을 최대한 도와주려고 하고 있다. 경기 때도 한 타석 치고 왔을 때 결과가 안 나왔으면 바로 케어해주려고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시범경기 때랑 비교하면) 기술적으로 많이 무너진 게 사실이다. 자기 스윙을 못 하고, 지금 자기가 어떻게 치는지도 모르면서 치고 있을 것이다. 캠프 때는 정확한 타자라고 다들 생각했는데, 좋게 말하면 마음이 착한 선수다. 그래서 결과가 안 나오면서 급격히 (심리적으로) 무너지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로하스는 1군에 복귀하고 지난달 22일부터 29일까지 6경기에서 타율 0.063(16타수 1안타), 1타점에 그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이 코치는 "빗맞은 안타라도 일단은 결과가 나와야 한다"며 어떻게든 로하스가 돌파구를 찾을 계기를 찾길 바랐다.
이 감독과 이 코치, 그리고 로하스의 간절한 마음이 드디어 통한 걸까. 로하스는 이날 롯데전에 7번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맹타를 휘둘렀다. 개인 한 경기 최다 안타 신기록이었다.
로하스는 3회 첫 타석에서 우전 안타로 물꼬를 텄고, 5회 2번째 타석에서는 2루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더 치우치게 내야수를 배치하는 시프트가 걸리자 3루 쪽으로 의도적으로 번트를 대 안타를 생산했다. 7회에는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까지 치면서 분위기 반전에 완벽히 성공했다. 두산은 연장 10회 뼈아픈 0-1 끝내기 패배를 당했지만, 로하스의 3안타는 작은 위로가 될 만했다.
물론 한 경기로 안심할 수는 없다. 어렵게 물꼬를 튼 만큼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이 감독이 2군에 있던 이 코치까지 불러 추진한 로하스 살리기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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