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넘은' 국내 악플 현주소…해외는 어떻게 대응하나[악플러의 동굴]⑥

박재하 기자 2023. 7. 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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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도 악플 대응 의무…"이용자 안전 책임져야"
댓글창 닫는 해외언론들…모욕죄 처벌 강화한 日

[편집자주] 악플러는 영미권에서 '인터넷 트롤'(Internet troll)이라 불린다. 트롤은 스칸디나비아 등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괴물로 대부분 동굴에 살고 있다. 트롤은 인간을 공격하지만 햇볕을 쬐면 돌이 되거나 터진다. '현실 세계' 속 트롤도 양지가 아닌 음지를 지향한다. 악플러들이 온라인에 적어 올린 글은 흉기가 돼 누군가의 삶을 위협한다. 이들은 왜 악플을 다는 걸까. <뉴스1>이 직접 만나 악플러들의 '이중생활'을 들어봤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도넘은' 악플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해외에서도 유명인이나 일반인들이 악플에 시달려 극단 선택하는 일이 잇달았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은 상대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까닭에 각 온라인 플랫폼의 자율적 관리나 소송으로 악플 등 온라인 혐오에 대응했다. 하지만 최근 더 적극적인 관리를 위해 규제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온라인 뉴스 소비 환경을 가진 이웃나라 일본도 악플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했다. 온라인 사업자에게 악플러의 신상 등을 신속히 공개하도록 절차를 간소화하는 법안이 시행되기도 했다.

영국이 '온라인안전법'을 올해 안에 제정할 계획이다. 온라인 플랫폼 제공자에게 악플을 포함한 불법 및 유해 콘텐츠로부터 이용자들을 보호하도록 하는 주의 의무를 부과한다. (영국 정부 갈무리)

◇"SNS 악플 방치해서는 안 돼"

호주는 온라인 플랫폼에 악플러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의무화하는 이른바 '온라인 안전법'을 2021년부터 시행 중이다.

이에 따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 제공자는 악플 등 '사이버괴롭힘 콘텐츠'를 행정기관인 '온라인안전국'의 신고 시스템을 통해 24간 안에 신속하게 삭제해야 할 의무가 있다.

호주 온라인안전국은 지난 2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28일 안에 혐오표현 대응 방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며 미이행 시 매일 70만호주달러(약 6억1200만원) 벌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영국도 그동안 논의됐던 '온라인 안전법'을 올해 안에 제정할 계획이다. 영국의 온라인안전법은 온라인 플랫폼 제공자에게 악플을 포함한 불법 및 유해 콘텐츠로부터 이용자들을 보호하도록 하는 주의 의무를 부과한다.

플랫폼 제공자는 이런 콘텐츠가 식별된 경우 이를 영국 통신규제청(Ofcom)에 보고해야 하며 신속히 삭제해야 한다. 또 Ofcom이 관련 콘텐츠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면 2달 안에 제출해야 하며 불이행 최대 징역 2년에 처할 수 있다.

영국에서는 이 법안으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하지만 입법부는 온라인 플랫폼들이 불법 행위가 "날뛸 수 있게 방치했다"며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외에도 독일 역시 '네트워크시행법'을 통해 SNS에 특정 대상에 대한 혐오성 콘텐츠가 올라오면 플랫폼 사업자가 24시간 안에 삭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모욕죄로 유죄 판결받은 사람이 SNS 계정을 만들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긴 법안이 계류 중이다.

ⓒ News1 DB

◇"온라인 여론 왜곡" 우려에 댓글창 없애는 해외언론

포털보다 개별 언론사 사이트를 통해 뉴스가 유통되는 영미권은 댓글로 인해 "온라인 여론이 왜곡된다"며 댓글창을 닫거나 제한적으로 열어두는 추세다.

로이터통신은 댓글창을 없앴고 CNN은 "수준 높은 토론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일부 기사에만 댓글창을 열어뒀다. 미국 공영방송 NPR도 "댓글창이 대다수 사용자에게 유용한 경험을 제공하지 못한다"며 이를 닫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2016년 자사 사이트에 달린 댓글 7000만개를 분석해 여성과 소수집단에 대한 혐오 현상이 심각하다며 논쟁의 여지가 있는 기사에는 댓글창을 닫고 댓글도 제한된 시간 안에만 달 수 있게 했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는 댓글창을 유지하고 있지만 자체 검토 후 표출하며 영국 BBC 역시 이같은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BBC는 "뉴스 댓글창을 통해 독자들과 관계를 맺고 기사를 발굴하는 등 다방향적 소통을 할 수 있었다"면서도 "댓글창은 인종차별, 성차별 등의 무례한 반응도 모이게 하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짚었다.

ⓒ News1 DB

◇정보청구 간소화·모욕죄 처벌 강화한 日

우리나라와 유사한 뉴스 유통방식을 가진 일본도 포털에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일본에서 뉴스는 대부분 포털인 '야후재팬' 등을 통해 유통되며 한 기사에 수천에서 수만 개의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이중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혐오표현 등이 담긴 악플도 많다.

이에 일본 정부는 2002년 프로바이더 책임 제한법을 제정해 악플 피해자가 요청할 경우 댓글 삭제뿐 아니라 작성자 정보를 피해자에 제공하도록 했다.

하지만 절차가 복잡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지난해 10월 절차를 간소화하고 피해자 부담을 줄이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시행했다.

실제로 개정안이 시행되자 지난해 일본 기업 투모로게이트는 자사 직원이 조직폭력배와 관련이 있다는 글을 트위터에 수차례 올린 사람의 정보를 공개하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사흘 만에 정보제공 명령을 내렸다.

또 일본은 지난 2020년 유명 여성 프로레슬러가 악플에 시달리다 극단선택한 사건을 계기로 모욕죄 처벌을 강화했다.

기존 30일 미만의 구류 또는 1만엔(약 9만원) 미만의 과료에서 '1년 이하의 징역·금고' 또는 '30만엔(약 273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개정했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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