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N 이어 SSBN…30년만에 美 핵무기 오지만, 시기 미정
"핵 능력 갖춘 잠수함"…'핵추진'뿐 아니라 '핵무장' 시사
워싱턴 선언 따라 '순항미사일' SSGN 이어 '핵 탄도미사일' SSBN도
1991년 전술핵무기 철수 이후 30여년만에 핵무기 들어와
확장억제 신뢰성 의심 잠재울까? 혹은 오히려 긴장 고조 가능성도
미국 국방부는 6월 29일(현지시간) 오하이오급 핵 탄도미사일 탑재 원자력 잠수함(SSBN)이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확인했다. 다만 그 시점이 언제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워싱턴 선언에서 명시된 '향후 예정된 미국 전략핵잠수함의 한국 기항(upcoming visit of a U.S. nuclear ballistic missile submarine to the ROK)'이라는 문구에 따라 핵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이 한국에 들어온다는 점을 공식화한 셈이다. 이에 따라 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 이후로 30여년만에 미국의 핵무기가 공개적으로 우리나라에 오게 될 전망이다.
미 국방부 패트릭 라이더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이 언제 한국을 방문하며 얼마나 머무를지에 대한 질문에 "미래 전개와 그 일정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며 "다만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미래의 어느 시점에 핵 능력을 갖춘 미국의 오하이오급 잠수함이 기항을 위해 한국을 찾는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라이더 대변인은 해당 잠수함이 핵탄두를 탑재하고 한국을 찾느냐는 후속 질문엔 "특정 시스템에 탑재된 특정 무기 체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며 "하지만 그것은 핵 능력을 갖춘 잠수함"이라고 답했다.
이 답변의 원문을 보면 라이더 대변인은 "An SSBN. I'm not going to get into specific armament on specific systems, but a nuclear-capable submarine."이라고 답해, 이 잠수함의 '핵 능력'이 원자로를 통해 움직이는 '원자력 잠수함'일 뿐만 아니라 '핵무기'를 탑재하고 있는 SSBN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실 이름 때문에 오해를 받곤 하지만 원자력 잠수함(핵잠수함)에 꼭 핵무기가 탑재돼 있다는 보장은 없다. 원자력 잠수함은 '추진 방식', 즉 '동력을 내는 방법'이 '원자로'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의 로스앤젤레스급 공격 잠수함을 비롯해 전 세계에는 핵무기를 갖추지 않은 원자력 잠수함이 훨씬 더 많다.
하지만 SSBN은 얘기가 다른데, 그 말 자체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원자력 잠수함이라는 뜻이지만 여기엔 보통 핵무기를 탑재한다. SLBM의 존재 이유는 바닷속에 숨어 있다가 본국이 핵공격을 받았을 때 핵공격을 가하는 '2차 보복 능력(second strike capability)'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SLBM 운용국들이 여기에 핵무기를 탑재한다. 그러므로 SLBM 탑재를 전제로 하고 있는 SSBN에는 핵무기가 있다고 보는 일이 상식이다.
따라서 라이더 대변인의 이번 발언은 6월 16일(한국시간) 오하이오급 순항미사일 탑재 원자력 잠수함(SSGN) 미시건함이 부산 해군작전기지를 방문해 연합특수전훈련과 친선교류 등을 하고 떠난 뒤로도, 또다른 SSBN이 언젠가 한국을 찾을 것임을 시사하는 말이 된다. SSGN은 냉전 종식 이후 오하이오급 4척에서 SLBM을 제거하고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장착한 잠수함을 뜻한다.
손원일(214)급 잠수함 1번함인 손원일함의 초대 함장을 지냈던 최일 잠수함연구소장(퇴역 해군대령)은 "핵무기를 한반도 영토에 배치하지 않으면서도 핵우산을 현시할 수 있는 미국의 전력은 SSBN이 유일하며, 한국 방문은 한국 방어에 대한 미국의 공약을 분명히 하는 상징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SSBN은 핵무기를 통해 막대한 규모의 응징보복을 할 수 있는 반면, SSGN은 재래식 무기만을 이용하여 정교하게 핵심표적을 집중 공격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덧붙였다.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 미국 대통령은 1991년 7월 미소간 체결된 전략무기 감축협정(START)의 연장선상에서 주한미군에 배치돼 있던 전술핵무기를 모두 철수시켰다. 그해 말 남북이 '한반도의 비핵화에 대한 공동선언'에 합의해 한국 내 핵무기를 배치(deploy)하지 않기로 한 것을 감안하면, 해당 선언 위반은 아니라지만 어쨌든 미국의 핵무기가 다시금 한국작전전구(KTO)에 공개적으로 들어오는 셈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자체 핵무장 또는 전술핵 재배치 관련 주장이 꾸준히 등장하는 가운데, 워싱턴 선언으로 자체 핵무장은 조종(弔鐘)을 울리게 됐다. 따라서, SSBN의 공개적인 한국 방문이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성을 의심하던 이러한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지도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북한대학원대 김동엽 교수(퇴역 해군중령)는 "오히려 한반도와 동북아의 긴장을 더 고조시킬 수 있고,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협력과 행동에 명분과 정당성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어차피 미국이나 일본은 억제 또는 북핵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적당한 긴장 고조를 더 바라는 바"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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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redpoin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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