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발언대] "물류 차량, 최적 이동경로 찾아줘요"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누군가 만나고자 한다면 장소를 정해야 한다.
이때 이동 거리와 시간 등에 따라 친한 친구 사이에도 자칫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그렇다면 모두가 만족하는 최적의 장소를 골라 뒷말이 안 나오게 할 방법은 없을까.
물류 분야 스타트업 위밋모빌리티를 이끄는 강귀선(33) 대표의 창업 이야기는 스스로 던진 바로 그 물음에서 시작됐다.
한국공학대학교 창업 동아리를 모태로 2017년 설립된 위밋모빌리티는 차량 이동 최적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새싹 기업이다.
루티(ROOUTY)로 명명한 이 솔루션을 앞세워 지난 4월 열린 2023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소프트웨어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사무실이 있는 서울창업허브 공덕에서 지난달 26일 강 대표를 만났다.
물류업계 비용 줄인다
루티는 물류업계가 늘 고민하는 비용 문제 해결에 유용한 수단이 될 것이라는 평을 듣는다고 한다.
어떤 것이기에 그런 얘기가 나올까.
강 대표는 기업 대상 B2B 서비스로 설계한 루티가 물류·배송 사업자 등의 차량 관련 업무를 동시다발적으로 지원하는 솔루션이라고 정의한다.
복수 차량에 적용할 수 있는 배차 및 운행경로 최적화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물류업계의 고민은 여러 분야에 걸쳐 많겠지만 우리가 집중하는 것은 무엇보다 비용 절감입니다."
작년 5월 출시된 루티는 물류업계에서 익숙한 개념인 운송관리시스템(TMS)과 기능이 비슷해 보이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주문지와 경유지, 작업 지시 정보 등을 여러 대 차량에 골고루 배분해 전달하는 것이 가능하고, 운행경로를 최적화할 수 있는 자체 기술인 VRS(Vehicle Routing & Scheduling)를 사용한다는 점에서다.
강 대표에 따르면 루티는 기사용 앱(애플리케이션)과 관리자 PC용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루티를 통해 동시에 관제할 수 있는 차량 대수는 제한이 없다.
물품을 균등한 조건으로 각 주문자에게 배송하는 상황을 가정할 경우 운행 거리와 시간 등 현재의 물류 환경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최적화한 업무 처리 절차를 제안한다.
관리자와 차량(운전자)을 묶어주는 다양한 기능은 온라인상의 클릭으로 간편하게 작동한다.
이 때문에 운전자 입장에선 기존 내비게이션을 쓰지 않고 미리 짜인 복수의 일정에 맞춰 편하게 업무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일반인들은 기존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루티 서비스가 무엇이 다른지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강 대표는 한 목적지로 갈 때 빠른 경로를 안내하는 것이 내비게이션이라면 수천 곳의 목적지로 가는 수백~수천 대 차량을 각 업종의 요구조건에 맞춰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것이 루티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양한 업종의 기업 고객을 상대로 진행한 신기술검증(PoC)에서 루티를 적용하는 경우 이동 거리와 운행 차량을 20%가량씩 줄이고 이동 시간은 24% 정도 단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우리 고객사 중에 출장 매트리스 청소업체가 있는데요. 차 한 대로 하루 7~8건 정도 처리하면 끝났는데 우리 기술을 도입하고 나서 하루에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이 13건까지 늘어났습니다."
월 구독형 서비스인 루티는 기본적으로 차량 이동을 최적화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차량이 연관된 업무에는 어디든 적용할 수 있다고 한다.
강 대표는 차량 이동 수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기업이 자사 고객이 될 수 있다며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30~40곳이 현재 PoC 형태로 루티를 사용 중이라고 전했다.
모임 중간 장소 찾아주는 아이디어로 시작
루티의 뿌리는 만나는 사람 간의 중간 위치를 찾아주는 앱 서비스인 '위밋플레이스'(Wemeetplace)다.
대학 창업 동아리 시절 누구보다도 모임이 잦았던 강 대표는 중간 지점에서 만날 수 있게 하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입력하는 출발지와 교통수단 정보를 토대로 시간상으로 서로 공평하게 만날 수 있는 중간 장소를 제안하는 위밋플레이스가 탄생한 배경이다.
1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19년 10월 공개한 이 앱은 SNS 공간에서 '신선하고 재밌다'라는 목소리가 퍼지면서 단기간에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때 100만명이 사용하는 서비스로 급성장했다.
강 대표는 '위밋플레이스'의 고속 성장세에 힘입어 최초 단계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하지만 '위밋플레이스'는 각종 모임을 어렵게 만든 코로나19 영향으로 동력이 떨어지는 상황을 맞았다.
강 대표는 여기서 좌절하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었다.
위밋플레이스에 물류 개념을 더해 차량 이동 경로를 최적화하는 라우팅 엔진 기반의 통합물류 관리 플랫폼인 루티 서비스를 개발한 것이다.
처음 선보인 앱 서비스명(위밋플레이스)을 쓰던 회사 이름은 자연스레 이동성을 강조하는 현재의 '위밋모빌리티'로 변경됐다.
강 대표는 위밋플레이스의 월간 활성 이용자가 지금은 5만~10만 명 수준이라며 당분간 루티 서비스의 고도화에 사업역량을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위밋모빌리티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스타트업 지원 기관인 서울창업허브 공덕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팀원 중 절반 이상이 개발자라고 한다.
강 대표는 모든 기업의 이동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솔루션으로 루티 기능을 한층 고도화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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