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갈아탄 훈센 총리, “캄보디아 페이스북 금지” 경고 [박종현의 아세안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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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페이스북에 비해 텔레그램이 보다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이제는 (페이스북이 아닌) 텔레그램으로 여러분을 만날 것입니다. 텔레그램 계정에 벌써 85만명이 연결돼 있습니다."
지난 2월 자신과 자신의 아들을 비판한 언론매체에 대해 폐쇄를 명령하는 등 그간 비판세력에 대해서는 강경대응해 왔던 것을 고려하면 훈센 총리가 공언대로 페이스북 사용을 금지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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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조장’…계정사용 중단 예상에
5월 가입한 텔레그램 본격 활용예고
망명정치인 이용에…페북 제한할 듯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페이스북에 비해 텔레그램이 보다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이제는 (페이스북이 아닌) 텔레그램으로 여러분을 만날 것입니다. 텔레그램 계정에 벌써 85만명이 연결돼 있습니다.”
크메르타임스에 따르면 캄보디아의 훈센 총리는 텔레그램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외교전문매체 디플로맷은 훈센 총리의 텔레그램 가입은 지난 5월에 이뤄졌다고 전했다. 훈센 총리는 그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페이스북를 적극 활용한 ‘페북’의 찐한 팬이었다.
훈센 총리는 지난 29일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에서 “텔레그램이 여러분과 소통할 때보다 효과적이고, 특히 페이스북이 차단된 나라를 여행할 때는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좌진에게 내 페이스북 계정을 즉각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며 “동료들에게도 페이스북에서 내 이름을 지우라고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투브와 인스타그램, 틱톡 계정은 함께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30일 현재 페이스북에서 훈센 총리의 계정은 검색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훈센 총리는 그동안 손자들이 놀고 있는 모습에서 정적에 대한 공격 선동에 이르기까지 페이스북을 여러 용도로 활용했다. 페이스북 계정 팔로워만 1400만명에 달해 ‘유령 팔로워’가 다수 포함됐을 것이라는 의혹을 살 정도였다.
훈센 총리의 ‘텔레그램 이민’은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훈센 총리의 새로운 SNS 이용 발표가 나온 직후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의 콘텐츠 감독위원회는 그의 계정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가 페이스북을 활용해 폭력을 조장하고 있다는 게 배경이었다. 훈센 총리는 메타의 결정으로 페이스북을 이용하지 못할 수 있는 상황에 몰리자, 선제적으로 텔레그램 이용 방침을 공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38년 동안 캄보디아를 통치해 온 절대 강자 훈센 총리의 ‘SNS 이민’ 직후 메타 감독위원회는 예상대로 그의 계정을 최소 6개월 동안 정지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난 1월에 게시된 라이브 스트리밍 동영상을 삭제하라고도 했다. 감독위원회는 2018년 11월 설립된 독립 기구다. 디플로맷은 전문가의 견해를 빌어 “독재자와 SNS 갈등은 종종 벌어지는 일”이라며 “독재자의 오남용을 방지하려는 플랫폼의 의지가 구현될 때 이들은 자구책을 찾거나 떠난다”고 전했다.
훈센 총리는 지난 1월 페이스북 영상에서 정적들을 향해 강력한 경고 발언을 내놨다. 정적들에게 ‘법적 시스템’과 ‘방망이’ 중에서 양자택일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적들에 대한 체포와 구타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이 영상은 조회 수 60만회를 기록했다.
훈센 총리는 지난 1월 총리 취임 기념일 등을 포함한 여러 국내외 현안을 언급할 때 페이스북을 주요 소통통로로 이용했다. 당시 총리 취임 기념일에도 페이스북 계정에 “세계 최장수 총리로 존경받고 있다”며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캄보디아를 발전시켜 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메타 감독위원회의 권고에 훈센 총리는 메타에 대한 보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캄보디아 국민들의 페이스북 사용 금지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그의 언급은 30일 캄보디아 중서부에 자리한 푸르사트주의 봉제공제에서 나왔다.
노동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망명중인 정치인들이 국민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단기적이든 영구적이든 페이스북 플랫폼 이용을 언제든 금지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건방떨지 말라”며 “외국에서 머물며 페이스북으로 접촉하는데 우리는 언제든지 이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훈센 총리는 그러면서 캄보디아 국민들을 향해 “SNS 이용을 텔레그램 혹은 틱톡 등으로 바꾸라”고 촉구했다.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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