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역환율 전쟁 재개…일·중 ‘정책 차별화’ 변화 기로
한은 “중국, 경기부양 위해 금리 추가 인하 전망”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미국의 긴축 기조 강화 영향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주요국 통화 가치가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이에 각국 통화당국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채비를 갖추는 한편 환율 방어를 위해 구두개입에 나서고 달러를 대거 매도하는 등 ‘역환율전쟁’이 재개하는 모양새다.
유럽중앙은행(ECB), 호주 등 주요국은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이상 올리면서 통화정책을 통한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이에 다른 국가들과는 다르게 초저금리 기조를 보이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가 나타날지 관심이 모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엔/달러 환율은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45엔대를 돌파했다. 엔/달러 환율이 145엔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이에 일본 외환 당국은 구두 개입에 나섰고, 달러당 144엔대로 내렸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9월 22일 엔/달러 환율이 24년 만에 145엔대로 오르자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한 바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달러 대비 엔화와 위안화 환율은 각각 150엔과 7위안을 돌파해 32년만, 15년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이에 중국 국유은행은 달러를 매도하고 환율 고시를 낮게 내는 등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역외위안/달러 환율은 28일 심리적 저지선으로 불리는 7.25달러를 넘어 7.2693위안을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ECB의 기준금리 긴축 기조의 영향을 받아 달러당 유로화 가치는 최근 한 달간 2% 이상 상승했고, 영국 파운드화 가치도 4%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오는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저금리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위안·엔화 가치는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2023년 하반기 글로벌 경제여건 및 국제금융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위안화는 리오프닝에 따른 회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가운데 수출 부진 및 완화적 통화정책기조, 미·중 갈등 지속가능성 등으로 약세가 예상된다”면서도 “7월 중 경기 부양책 논의가 예정되어 있어 위축된 심리가 전환될 가능성 및 위안화의 급격한 하락에 대응한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도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중국 인민은행은 상반기 중 경기둔화에 대응해 3월 지급준비율을 0.25%포인트 인하하고 6월에는 정책금리인 중기유동성대출(MLF) 금리를 0.10%포인트 내린 바 있다.
한은은 “인민은행은 하반기에도 정책금리 및 지급준비율 추가 인하 등을 통해 경기부양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경기부양 과정에서 지방정부 부채에 대한 우려 등 재정정책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통화정책 부담이 커져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일본은행(BOJ)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 변화에 나설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한은은 “장기간 YCC 정책 유지에 따른 국채시장 유동성 저하, 일본은행의 과도한 국채매입, 엔화 약세 심화 등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변동허용범위 확대, 목표만기 축소 등 하반기 중 YCC 정책을 변경할 것이 유력시된다”고 평가했다.
국제금융센터 또한 ‘국제금융 인사이트 6월호’에서 “YCC 수정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본격적인 통화긴축은 2024년 이후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국제금융센터는 “YCC 폐기도 2024년 이후 진행될 가능성이 높지만, 뒤늦은 정책 대응에 따른 금융불안 가능성을 고려하면 연내 YCC 수정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행이 YCC를 수정하면 양적완화를 축소하게 되고, 시장은 이를 기준금리 상승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 엔화 가치가 상승하게 된다.
한은은 “YCC 정책 변경 가능성이 엔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향후 글로벌 경기 둔화시 엔화의 안전자산 기능이 부각될 것으로 기대되는 점도 강세 요인”이라고 했다.
moo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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