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학대에 ‘미라같이 야윈 4살 딸’…“비인간적 범죄”

이준석 2023. 7. 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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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4일 밤. 축 늘어진 4살 아이가 엄마 품에 안겨 응급실에 들어섰습니다. 응급 구조사가 아이 상태를 확인하고 급히 의사에게 데려갔지만, 아이는 이미 숨진 뒤였습니다.

이어 경찰도 출동했는데, 아동학대 정황이 나타나자 병원 측에서 신고했기 때문이었습니다.

■ 가정폭력 피해 딸 데리고 나온 20대 친모…도리어 아동학대 '가해자'로


20대 친모는 경찰·검찰 수사를 거쳐 지난 1월 12일 구속 기소됐습니다. 그리고 1심 선고가 진행된 어제(지난달 30일) 마지막 재판까지 모두 6차례 재판이 진행됐는데, 재판 과정에서 숨진 아이 엄마의 '비인간적 범행'이 모두 드러났습니다.

아이 엄마의 법정 진술에 따르면, 아이 엄마는 남편 등의 가정폭력을 피해 둘째 딸을 데리고 경북 집에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SNS를 통해 알게 된 지인의 권유로 2020년 9월부터 부산 금정구 지인의 집에서 지내왔습니다.

딸 아이를 향한 폭행은 이때부터 시작됐습니다.

판결문을 보면 아이 엄마는 일주일에 2~3차례 가량 손바닥으로 손등이나 허벅지를 때렸습니다. 그리고 지인과 함께 지낸 지 여덟 달 가량 지난 뒤부터 그 빈도가 잦아졌습니다.

이틀에 한 번 꼴로 엉덩이·허벅지 등을 때리다가 주먹으로 머리를 폭행하고, 4살 난 아이의 머리를 잡고 밀치기까지 하는 등 폭행 강도 역시 심해졌습니다. 이러한 상습 아동 학대는 아이가 숨지는 그 날까지 계속됐습니다.

■ '실명 위기'에도, '배고프다'하는데도…엄마는 모른 척

아이는 2021년 11월, 엄마가 무심코 휘두른 팔에 왼쪽 눈을 맞았습니다. 그리고 부산 동래구의 한 병원에서 '상세 불명의 사시' 진단을 받았고, 석 달여 뒤 또 다른 종합병원에서 시신경 수술 등을 권유받았습니다. 그러나 엄마는 아무런 치료를 하지 않았고, 결국 아이는 겨우 색깔만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이 저하돼 '실명 위기'에 이르렀습니다.

법정에서 진행된 피고인 신문 중 아이를 때리고 버려둔 이유를 묻는 검찰 측 질문에 아이 엄마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검찰 : 남편의 폭력에서 벗어나려고 별거했는데, 피해자(숨진 딸)를 때린 이유가 뭔가요?
친모 : 엄하게 키워야 한다는 말을 듣고 아빠 없는 아이라는 소리를 듣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아이 엄마는 실명 위기에도 수술을 받지 않은 건 "그 당시 돈이 없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사진 속 건강했던 아이는 또래 아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볼 살이 올라 사랑스러울 정도입니다. 그러나 엄마와 함께 지낸 아이는 갈수록 야위어 갔습니다.

숨진 당시 아이의 키는 87cm, 몸무게는 7kg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4살 아이의 성장 표준치는 키 104.6cm, 몸무게 17.1kg입니다. 또래 아이 몸무게의 절반도 못 미칠 만큼 굶주렸다는 뜻입니다.

아이 상태를 확인한 재판부 역시 참담하다는 듯 강한 어조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피고인(친모)이 저지른 피해자(숨진 아이)에 대한 학대·방임·유기에 의한 잔혹함은 피해자의 신체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사망 당시 피해자의 모습은 흡사 미라와 같이 근육은 찾아볼 수 없고 뼈와 살 가죽만 남아 있는 상태였습니다."

"어린 나이에 이와 같은 굶주림으로 그 자체만으로도 참기 어려웠던 고통이었을텐데... (중략)
배고픔을 참지 못해서 냉장고 문을 허락 없이 열거나 음식을 몰래 먹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엄마인 피고인으로부터 그런 행동을 했다고 해서 폭행을 당해야 했습니다."

■ '비인간적 범죄'로 규정한 재판부, 친모에게 징역 35년 선고


검찰 측 공소사실을 차분히 설명하던 재판부는 이를 모두 인정하고, 친모의 행위를 '비인간적'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아이가 숨진 지난해 12월, 아이가 과자를 손에 꽉 쥐고 침대에서 내려오자 엄마는 '몰래 과자를 먹는다고 생각'해 수 차례 때렸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넘어지며 침대 프레임에 머리를 부딪쳤고, 이어 엄마를 향해 마지막으로 "엄마, 밥 주세요. 엄마, 배고파요" 라는말을 남겼습니다.

그런 아이를 엄마는 또 다시 폭행했고, 아이는 이후 발작 증상을 일으켰지만 방치돼 목숨을 잃었습니다.

재판부는 "아이가 숨지기 전 최소 6개월 전부터 밖에 데리고 나가지도 않았다"면서 아이를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은 이유를 "'학대 사실'이 밝혀질까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단정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발작 증상을 일으켰는데도 즉시 병원에 가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 이유로 추측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두고 재판부는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한 엄마의 이기심 때문에 (아이는) 마지막 기회조차 받지 못하고 죽어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형을 선고하기 전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말을 남겼습니다.

"피고인의 범행은 자신을 사랑하고 보호해 줄 것으로 믿었던 엄마에 대한 피해자의 사랑과 신뢰를 배반한 사건입니다. 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무참히 짓밟은 비인간적 범행으로서 반인륜성과 반사회성이 매우 크며, 이로 인해서 우리 사회에 큰 충격과 분노 그리고 슬픔을 안겨주었기에 피고인의 죄책은 매우 무겁게 평가되지 않을 수 없다고 하겠습니다."

■ "경각심 주기에 충분한 선고"

재판이 끝난 뒤 방청석 곳곳에서 흐느껴 우는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아이를 향한 미안함과 함께 '아동학대살해죄'로 중형이 선고됐다는 안도감이 뒤섞인 울음이었습니다.


재판 직후 취재진 앞에 선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는 울먹이며, 이번 판결을 두고 "재판부에서는 아이의 입장을 충분히 생각해 주셨고, 아이의 고통을 헤아려주셨고, 엄벌의 의지를 단호하게 나타내주셨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아동의 삶을 꺾어버리는 아동학대살해는 다른 범죄보다 형량을 높게 선고할 필요가 있고, 그런 죽음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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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기자 (alleyl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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