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유출 방지에 힘 쏟는 기업들… 회사 간 다툼으로 번지기도

최유빈 기자 2023. 7. 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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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산업계 '기술유출' 경고등] ③ 기업 경쟁력 지킬 '내부 정보' 사수에 사활

[편집자주]기업 규모를 막론하고 산업계 전반이 기술유출로 인한 피해를 보고 있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들여 개발한 기술이 한순간에 경쟁사 품에 들어가게 되는 것. 법에서 규정하는 처벌 내용이 강하지만 정작 선고할 때 참고되는 양형기준은 약한 탓이다. 양형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관련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으나 적용 시점은 미지수다. 첨단 기술이 기업·국가 경쟁력과 직결되고 있는 지금. 산업계 기술유출 실태를 점검했다.

기술 유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며 기업들이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①솜방망이 처벌에 활개 치는 산업스파이
②허울뿐인 법… 기술유출 처벌 약한 배경은
③기술유출 방지에 힘 쏟는 기업들… 회사 간 다툼으로 번지기도
회사의 내부 정보와 기술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기업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보안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기술유출이 기업의 경쟁력에 치명타를 줄 수 있어 회사별로 보안에 사활을 거는 것이다. 대기업들은 법정 공방도 불사하며 자사의 기술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각종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기술 유출 막아라"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각종 보안책 골몰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이미지투데이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보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쟁국에서 한국의 반도체 전문가를 스카우트해 기술을 빼돌리려는 시도가 늘고 있어서다. 최근엔 전직 삼성전자 임원이 내부 자료를 빼돌려 중국에 삼성전자 반도체 복제 공장을 지으려 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업체들은 핵심 사업장을 중심으로 보안 검색대를 운영해 자료 반출을 막고 있다. 검색대는 각종 금속과 반도체 칩, 저장장치를 탐지해 자료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막는다. 업무용으로 USB 또는 외장 하드디스크 등을 반출할 경우 부서장의 결재가 필요하다. 휴대전화 등 모바일기기를 이용한 사진 촬영도 금지된다.

삼성전자는 챗GPT 열풍이 불면서 생성형 인공지능(AI) 사용을 금지하기도 했다. 챗GPT 등 생성형 AI에 기업 내부 정보를 입력하면 해당 내용이 학습형 데이터로 사용되면서 외부로 회사 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지난 3월 챗GPT 사용 글자 수에 제한을 뒀고,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5월부터 사내 PC를 통한 챗GPT 사용을 금지했다.

삼성전자는 챗GPT와 같은 외부 생성형 AI 사용 수요가 높다는 점을 감안, 맞춤형 AI를 개발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DS 부문은 GPT-3.5 수준 이상의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 DS 부문은 오는 12월 사내 서비스, 2024년 상반기 회사 지식이 포함된 전문 검색서비스를 오픈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맞춤형 AI의 보안과 기능을 높이기 위해 인재 채용에도 나섰다. 맞춤형 AI가 소프트웨어 개발 및 반도체 설계 기간을 단축 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삼성전자에서도 인력 충원으로 개발에 힘을 싣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DX부문은 오는 7월14일까지 AI·데이터 분야 경력사원을 모집한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내부 정보가 밖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USB 반출 제한, 사진 촬영 금지 등 각종 대비책을 마련했다"며 "보안 절차가 번거롭다는 문제가 있지만 직원들도 기술유출 방지의 중요성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배터리업계, 기밀 유출에 법정 공방도 불사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이미지투데이
민감한 사안인 만큼 기술유출과 관련해 주요 대기업들이 법정 공방을 벌인 사례도 있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LG에너지솔루션의 전신)이 대표적인 예다. 2019년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신들의 배터리 기술을 침해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다. 배터리 사업 후발주자인 SK가 이직한 직원들을 통해 배터리 관련 기술비밀을 빼돌렸다는 이유다. 같은 해 LG화학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도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ITC는 LG화학의 손을 들어줬다. ITC는 SK이노베이션이 일부 배터리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으로부터 이직해 온 직원들에게서 정보를 입수하지 않았다면 일부 배터리 기술을 개발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ITC는 판결문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으로부터 획득한 22개 영업비밀이 없었다면 10년 내 해당 영업비밀 상의 정보를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의 일부 배터리에 대해 '10년 동안 미국에서의 수출을 금지할 것'을 판결했다.

두 회사의 분쟁은 합의로 일단락됐다. 2021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ITC 최종 판결에 따라 국내 외 진행 중인 소송을 모두 취하했다. 향후 10년간 이번 소송과 관련된 추가 쟁송을 하지 않으며,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에게 2조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 사건 이후 배터리업계에서는 핵심 기술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동종업계 이직이 사실상 막혔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주요 배터리 3사는 상호 협약을 통해 세 회사 사이에서의 이직을 금지하고 리크루터들도 컨택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직을 위해서는 중간에 다른 기업을 거쳐서 와야 한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첨단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 직접적인 동종사 간 이직을 막고 있다"며 "기술유출 문제는 물론 인력난까지 더해져 고충이 많다"고 말했다.

최유빈 기자 langsam4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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