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수리 그만···자동차 정비 시장 혁신하겠다"

이덕연 기자 2023. 7. 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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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4만 개 정비소 DB 바탕 최적 정비소 매칭
정비 기능장들이 예상 비용도 정확하게 예상
김병근 오토피디아 대표. 사진 제공=오토피디아
[서울경제]

자동차 정비 시장은 중고차 거래 시장과 함께 정보 비대칭 문제가 발생하는 대표적인 시장이다. 대부분 소비자는 차량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문제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 얼마를 주고 정비를 받아야 할지, 교체해야 할 부품은 무엇인지 제대로 알기 어렵다. 일부 자동차 정비 전문가는 이를 악용해 과잉 견적을 내고 폭리를 취하기도 한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면 시장 전체의 신뢰는 떨어진다.

그동안 자동차 애프터마켓(자동차 부품·서비스 시장) 분야 문제를 풀고자 시장에 뛰어든 플랫폼 업체들은 주로 소비자와 정비소를 연결하고 각 정비소에 평점을 매겨 시장 전체의 서비스 품질을 올리는 데 집중했지만 대부분 시장에 안착하지 못했다. 소비자와 정비소를 연결하는 매칭 과정에서 나온 예상 비용과 실제 정비소에서 받는 견적이 달라 소비자 만족도가 떨어졌고 정비 업체 입장에서도 저가 경쟁이나 수수료에 대한 불만이 생겨 플랫폼에서 이탈하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다.

정비 전문가 출신 대표가 설립···167억 투자

20년 넘게 자동차 애프터마켓(자동차 부품·서비스 시장)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김병근 대표가 2019년 설립한 오토피디아는 ‘닥터차’ 서비스를 통해 그동안 대다수 업체가 실패한 자동차 정비 시장 투명화를 이끄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토피디아는 닥터차 앱을 2020년 9월 런칭한 이후 이달 기준 월간활성이용자 수 약 10만 명에 누적 앱 다운로드 수 25만 여 건이라는 성과를 냈다. 또한 누적 167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본엔젤스 벤처파트너스 등 유수의 벤처캐피털(VC)로부터 받았다. 지난해 매출은 100억 원 수준이며 올해 5월에는 월 매출이 15억 원까지 늘었다.

오토피디아의 성공 요인은 수 년에 걸친 사전 조사 작업을 통해 확보한 약 4만 곳의 전국 자동차 정비소 데이터베이스(DB)에 있다. 김 대표는 SK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자동차 정비 프랜차이즈 ‘스피드메이트’의 관리 책임자로 20여 년 동안 일하면서 ‘특정 수술을 잘하는 의사들이 있듯 특정 정비를 잘하는 정비소들이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어떤 정비소가 어떤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지, 예를 들어 디젤 차량의 배기가스 정화 장치 고장을 잘 수리할 수 있는 업체는 어느 곳인지 찾기 위해 닥터차 서비스를 개시하기 이전 수 년 동안 정비소 DB를 구축했다.

정비소 DB가 중요한 이유는 각 정비소의 전문성에 따라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배기가스 정화 장치를 예로 들면 이 장치를 수리하는 전용 장비를 보유한 업체를 방문하면 정비 서비스는 장치를 고치는 데서 끝나지만, 전용 장비를 가지지 않은 업체를 찾게 되면 부품 자체를 전부 교체해야 할 수도 있다. 김 대표는 “각 정비소별 특화 지점을 파악하기 위해 수리 장비 제작 업체에 고객 리스트를 요청하고 정비 전문가 대상 교육 기관에도 수료 업체 리스트를 요청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김병근 오토피디아 대표. 사진 제공=오토피디아
최적 정비 업체 연결···"수수료는 안 받는다"

이를 통해 차량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합리적인 비용으로 수리를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업체를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이 김 대표가 설명하는 닥터차 서비스의 강점이다. 닥터차 서비스는 소비자가 문제가 있는 차량의 이미지나 영상을 닥터차 앱에 올리면 오토피디아가 보유한 약 10명의 정비 기능장들이 차량 문제가 무엇인지 분석해 최적 업체와 예상 비용을 정확하게 소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김 대표는 “지난해 말 기준 10억 원이었던 월 매출이 올해 5월 기준 15억 원으로 성장하는 등 소비자 만족을 기반으로 서비스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토피디아는 닥터차를 통해 소비자를 정비소에 소개하고, 그 대가로 각 정비소에 필요 부품을 시가로 판매하는 방식으로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은 매칭 수수료를 받는 것보다 정비소 확보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정비소 입장에서는 기존에도 부품 수리나 교체 시 구입해야 했던 부품인 만큼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없어서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별도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돼 서비스 만족도가 높아진다.

자율주행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내연기관에 비해 부품 수가 적은 전기차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오토피디는 어떤 미래를 구상하고 있을까. 김 대표는 “시장 변화를 예전부터 주시해왔고 이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자동차 정비 중개 플랫폼에서 중고차·신차 매입 중개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자동차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각 차량의 내력을 정밀하게 분석해 중고차 시장 투명화까지 이끄는 것이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덕연 기자 grav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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