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임종룡의 100일간 행보… 한·일 교류에 기업문화 혁신까지

박슬기 기자 2023. 7. 1.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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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옥동(왼쪽) 신한금융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사진=임한별 기자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잇따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취임 이후 일본과 유럽 3개국(네덜란드 암스테르담프랑스 파리영국 런던)에서 기업설명회(IR)을 열며 투자자들과의 만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울러 진 회장은 계열사 임원들과 수시로 경영 전반에 대한 이야기에 나서며 '소통왕'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임직원들에게 직접 쓴 편지를 보내며 낡은 업무관행과 불공정한 인사를 개선하는 기업문화 혁신을 재차 강조했다. 임 회장은 금융권의 최대 과제인 '상생금융'을 선도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진옥동 회장은 지난달 30일, 임종룡 회장은 이날 취임 100일을 맞았다.


'일본통' 진옥동 회장, 한·일 관계 민간 교두보 역할 자처


앞서 진 회장은 지난해 12월8일 서울 중구 태평로 소재 본사에서 열린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서 예상을 깨고 차기 회장 후보로 올랐다. 이어 진 회장은 조용병 전 회장의 뒤를 이어 올 3월 23일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됐다.

진 회장은 오랜 기간 일본에서 근무한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개선되고 있는 한·일 관계의 민간교두보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진 회장은 신한은행 근무 32년 중 14년을 일본에서 보낸 '일본통'이다. 진 회장은 지난 4월 한·일 양국 경제의 민간 교류 증진을 위해 첫 해외 IR을 일본으로 떠났다. 진 회장은 이번 방일 기간 투자자와 만나 신한금융을 비롯한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일본 기관 투자자의 투자 유치·확대를 위해 노력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진 회장은 일본 금융청을 방문해 신한은행의 현지 법인인 SBJ에 대한 지원 방안과 신한금융의 스타트업 육성 플랫폼인 '신한 퓨처스랩 재팬'을 통한 한국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 지원과 일본 스타트업 육성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진 회장은 일본의 미즈호,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 일본은행(BOJ), 노무라 증권, 다이와 증권 등과 협력하고 양국 무역 정상화를 위한 수출입 기업 지원 등 민간 교류 활성화 방안도 모색하며 한·일 양국의 민간 교류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다.

일본 방문 이외에도 진 회장은 이달 8~15일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을 방문해 해외 투자자들과 만났다.


'OK진' 이어 '키다리아저씨' 별명까지… 선한 영향력 전해


평소 수평적 의사소통을 중시해 온 진 회장은 카드·보험·증권 등 계열사 임원들과 수시로 만나 조찬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온화하고 소탈한 성격 탓에 직원들의 신망이 두터운 진 회장은 직원들에게 'OK(오케이) 진'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격의 없는 소통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평소 와이셔츠 소매에 'OK'를 새길 만큼 단어가 가진 긍정적인 이미지를 선호하고 주말에는 청바지를 즐겨 입는 등 젊고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 붙여진 별명이다.

진 회장은 임직원 사이에서도 '키다리 아저씨'로 통한다. 진 회장은 은행장으로 취임한 2019년부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한 1억원을 포함해 지금까지 총 2억2500만원을 기부했다.

진 회장은 2020년 굿네이버스를 통한 개인 기부금이 1억원을 넘어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에게 주어지는 '더네이버스아너스클럽' 대상이 됐지만 '조용히 선행을 전하고 싶다'는 의사에 따라 가입을 진행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사랑의열매에 1억원을 기부하며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클럽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동시에 가입되면서 그동안 이어져 온 진 회장의 선한 영향력이 세상에 알려졌다.

진 회장은 어려웠던 유년 시절을 떠올리며 취약계층 아동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생활하며 학업을 이어 나가고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음으로 남몰래 개인적인 기부를 시작했다는 게 주변인들의 설명이다.

진 회장은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힘든 유년 시절을 보냈다. 덕수상고를 졸업한 그는 1980년 기업은행에 입행했다. 1986년 신한은행으로 옮겨 인사·영업·글로벌 등 핵심 업무를 맡았다. 이후 은행 일과 학업을 병행, 1993년 방송통신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6년 중앙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전 직원에 세번째 편지 쓴 임종룡 "1대1 소통하겠다"


임종룡 회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이날 우리금융 전 직원들에게 직접 작성한 편지를 보냈다. 임 회장이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낸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임 회장은 "지난 100일은 임직원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며 변화의 방향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임 회장은 "조직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문화혁신 TF(태스크포스)를 시작했다"며 "앞으로 그룹의 다른 제도들 역시 하나씩 공정하고 투명하게 바꿔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인사제도를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과는 평가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고 평가 결과는 당사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며 "영업 중심 문화가 건강하게 자리잡을 수 있게끔 영업현장이 중심이 돼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임 회장은 포털 '우리소통광장'에 1대1 소통 창구도 마련했다. 그는 "자유로운 소통을 위해서는 중간과정을 생략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며 "오직 저와 글 쓴 사람만 볼 수 있는 1대1 게시판으로 작은 문제부터 큰 문제까지 언제든 알려달라"고 임직원에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임 회장은 "안에서부터 시작한 우리의 변화는 더 큰 추진력이 돼줄 것"이라며 "우리벤처파트너스 영입을 시작으로 비은행 포트폴리오 비중을 30%로 확대해 성장 동력을 새롭게 확보하고 기업금용 명가로 다시 자리매김해 모두의 마음 속 첫번째 금융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겠다"고 역설했다.


파벌싸움 종식하고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 '호평'


앞서 임 회장이 지난 3월24일 취임한 당시 우리금융은 우리은행의 600억원대 횡령 사건과 라임펀드 사태에 따른 금융당국의 중징계로 조직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했던 때였다.

이에 임 회장은 곧바로 기업문화 혁신을 내세우며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변화는 어렵지만 변화하지 않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하며 우리금융의 변화와 혁신에 힘을 쏟았다. 대표 사례로는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이다.

우리금융은 자추위의 내부에서 논의하던 은행장 선임 절차와 다르게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을 64일간 진행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전문가 심층인터뷰 ▲평판 조회 ▲업무역량 평가 ▲심층면접의 4단계 검증으로 진행됐다.

차기 우리은행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구 상업은행과 구 한일은행 출신으로 분류되는 '파벌싸움'을 종식시키고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에 더해 임 회장은 회장 직속으로 기업문화혁신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자회사 대표가 참여하는 기업문화혁신협의회를 운영해 인사·조직문화·내부통제 등 임직원들이 잘못된 관행이 있다고 공감하는 모든 분야에서 혁신 과제를 만들었다.

우선 인사제도와 관련해 은행에선 그동안 비공개였던 인사 평가결과를 내년 1월부터 공개하기로 했다. 아울러 내부통제와 관련해 내부통제관리위원회를 폐지하고 감사위원회 역할을 강화하는 등 외형이나 절차보다 통제활동의 실효성을 높이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내부통제 전담인력을 영업현장 1선에 배치하고 내부자 신고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외부에 신고 채널을 구축한 것. 아울러 IT·디지털 분야의 사고 예방을 위해 이 분야의 전문인력으로 꾸려진 디지털 검사조직 신설도 내부통제 혁신방안으로 준비하고 있다.


의전 없애고 상생금융부 만들어


특히 임 회장은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상생 금융'에도 앞장서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 4월 전국 각지에서 속출하고 있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대상으로 5300억원 규모의 대출 지원에 나섰는데 민간에서 전세 사기 문제 해결을 위해 금융지원 대책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었다.

임 회장은 국내 은행권 처음으로 은행과 저축은행에 '상생금융부'를 신설했다. 그는 취임 직후 전 국민이 체감하는 실질적 금융 패키지 제공 등의 내용을 담은 상생금융 3대원칙을 발표했다. 3대 원칙의 일환으로 우리은행은 가계대출 전 상품 금리인하를 포함해 총 20조원 규모의 금융지원으로 연간 2050억원의 고객 혜택을 제공하는 '우리상생금융 3·3 패키지'를 발표했다.

우리금융 계열사인 우리카드는 카드업계 처음으로 '상생금융 1호 지원책'을 지난 29일 내놓기도 했다. 이는 2200억원 규모로 임종룡 회장의 지원 사격이 있었기에 우리카드가 카드사 중 가장 먼저 상생금융책을 내놓을 수 있었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임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과도한 의전을 자제하라며 계열사 사장들과 소통하는데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임 회장은 취임 초기 "금융권에 불필요한 의전이 많다"고 지적하며 의전을 축소해달라고 당부했다.

지주사는 자회사와의 소통을 강화하면서도 불필요한 간섭을 지양하는 자율 경영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 임 회장의 생각이다.

임 회장은 지주 전체 인력도 약 20% 정도 감축하는 동시에 회장 비서실(본부장급)도 없애 수행원을 거의 두지 않고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증권사 인수로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한다


금융권의 관심은 우리금융의 증권사 인수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는 우리금융의 숙원으로 올 1분기 우리금융은 하나금융에 3위를 내준 것은 물론 NH농협금융까지 밀리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임 회장은 취임 당시 "우리금융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차원에서 증권사 인수 계획이 있고 좋은 물건이 나오면 적극적으로 인수하겠다"며 증권사 인수 계획을 선언하기도 했다.

우리금융의 인수 대상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증권사는 유안타증권과 한양증권, SK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교보중권, 삼성증권 등이다.

우리금융이 지속 성장하려면 증권·보험 등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 강화가 급선무인만큼 임 회장이 증권사 인수합병(M&A)에 나서며 경쟁력 있는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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