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 처벌에 활개 치는 산업스파이
[편집자주]기업 규모를 막론하고 산업계 전반이 기술유출로 인한 피해를 보고 있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들여 개발한 기술이 한순간에 경쟁사 품에 들어가게 되는 것. 법에서 규정하는 처벌 내용이 강하지만 정작 선고할 때 참고되는 양형기준은 약한 탓이다. 양형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관련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으나 적용 시점은 미지수다. 첨단 기술이 기업·국가 경쟁력과 직결되고 있는 지금. 산업계 기술유출 실태를 점검했다.
①솜방망이 처벌에 활개 치는 산업스파이
②허울뿐인 법… 기술유출 처벌 약한 배경은
③기술유출 방지에 힘 쏟는 기업들… 회사 간 다툼으로 번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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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유출이 꾸준히 발생하는 배경에는 솜방망이 처벌이 꼽힌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법원 사법연감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17~2021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처리된 1심 유죄 판결 중 유기징역(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은 전체 81건 중 5건(6.2%)에 불과하다. 무죄와 집행유예 비율은 각각 28건(34.6%), 32건(39.5%)으로 전체의 74.1%를 차지했다. 처리사건 건수가 33건으로 급증한 2021년만 두고 봤을 땐 무죄(20건·60.6%)와 집행유예(9건·27.3%) 비율이 총 87.9%를 차지했다.
기술유출로 막대한 수익을 챙길 수 있는 동시에 처벌로 인한 위험부담이 작으니 범죄가 지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전자 자회사 세메스의 반도체 습식 세정 장비 제작 기술을 해외로 유출해 710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 A씨 등은 범죄 가담 정도에 따라 각각 징역 4년, 2년6개월, 집행유예 3년에 사회봉사 80시간 등을 선고받는 것에 그쳤다. 재판부는 "이런 범죄를 가볍게 처벌한다면 해외 경쟁업체가 국내 기업의 기술력을 손쉽게 탈취하는 것을 방지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정작 처벌 수위는 낮았다는 의견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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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에서는 10나노미터(㎚)급 D램 반도체 제조 공정의 핵심기술이 중국에 유출된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2021년 1월 SK하이닉스의 하이케이메탈게이트(HKMG) 반도체 제조기술 등을 유출한 혐의로 SK하이닉스 협력사 임직원 등 총 17명을 기소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조용순 한세대학교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기술유출 범죄 양형기준 세미나에서 "기술유출과 관련한 집행유예 비율이 높아 (현재 처벌은) 책임주의 원칙과 범죄 억제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국내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경우에는 실형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첨단 기술이 개발될수록 해외 기술유출은 국가 경제에 손실을 입힌다"며 "해외 기술유출을 집행유예의 부정적 사유로 추가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최호진 단국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집행유예 긍정 사유 중 '실제 피해가 경미한 경우' 등은 다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기술유출 범죄 대부분이 초범인 점을 고려할 때 전과가 없다는 사실을 집행유예 기준으로 삼는 것은 범죄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집행유예 선고에 있어서 초범이나 동종전과 여부를 고려하는 것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욱 기자 ase8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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