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에 국밥·초밥까지…'남편사망정식'이 뭐길래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 통해 유행
'남편발인정식' '남편살해정식'도 등장
'명칭 불쾌'vs'통쾌하기만' 갑론을박
SNS 인증 러시…먹방 유튜버는 기피

[서울=뉴시스] 지니TV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에 나오는 배우 임지연의 먹방 장면 모음. (사진=‘마당이 있는 집’ 캡처) 2023.06.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강운지 리포터 = 트위터를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서 드라마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 '남편사망정식'이라는 먹방 인증샷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후 '남편발인정식'이나 '남편살해정식'이라는 밈(meme·유행 콘텐츠)도 파생되고 있다. 남편의 사망이라는 드라마 소재가 풍자의 대상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를 놓고 누리꾼들 사이에 갑론을박도 벌어지는 모습이다.

1일 SNS에 따르면 남편사망정식이란 지니TV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에 등장한 음식 조합을 말한다. 지난달 20일 방영분에서 등장인물 추상은(배우 임지연)은 가정폭력을 일삼는 남편 김윤범(배우 최재림)이 죽은 후 경찰 조사를 받게 된다. 이후 그는 중국집에서 짜장면, 군만두, 탕수육, 콜라 등을 만족스럽게 먹으며 해방감을 만끽한다.

이 장면이 방영된 후 SNS에서는 남편사망정식 먹방에 참여한 누리꾼들의 인증샷도 등장했다. "맛있어 보인다. 먹고 싶기만 하다" "줄거리 상 가정폭력을 저지른 남편을 저격한 것인데, 뭐가 문제냐"라는 의견들도 이어졌다. 반면 이런 유행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드라마는 문제없지만 명칭이 너무 불편하다" "단어 자체가 주는 불쾌감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누리꾼들도 있다.

명칭의 적절성을 두고 일어난 논쟁이 일종의 '성 대결'로도 번지는 양상이다. 남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유저들은 "저걸 SNS에 인증하는 사람은 거른다" "만약 반대로 '아내사망정식'이 등장했으면 난리 났을 것"이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사회적 논란은 밈의 유행을 오히려 가속화했다. 지난 26일 방영분에서는 추상은이 남편의 발인 날에 육개장 국밥과 사과를 먹는 장면이 등장하면서, 해당 조합이 '남편발인정식'으로 명명되기도 했다.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오늘은 국밥이다" "너무 야무지게 먹는다. 군침 돈다"는 댓글이 달렸다.

한편 트위터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에서 여주인공 송서래(배우 탕웨이)가 먹은 초밥 세트를 '남편살해정식'이라고 표현한 게시글도 많은 호응을 얻었다.

온라인 상에서 이런 양상의 신경전이 벌어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에서는 살인 사건 등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면 남성의 성폭력이나 가정폭력과 연결시켜 통쾌함을 표시하는 게시글들이 등장한다. 반면 이를 본 남성 누리꾼들은 모든 남자를 범죄자로 매도하고 강력범죄를 미화한다는 불만을 쏟아낸다.

한편 남편사망정식은 SNS에서 일반인들의 먹방 인증샷을 확산시키고 있지만 먹방 유튜버들은 이 유행을 철저하게 외면하는 분위기다. 어떤 밈이 입소문을 탈 때 빠르게 동참하는게 유튜버들의 생리지만 남녀갈등과 관련된 소재는 '금기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유튜브에 '남편사망정식'을 검색해보면 구독자 1만명 이상의 국내 먹방 유튜버는 단 한 명도 관련 영상을 게재하지 않았다. 과거 커뮤니티와 유튜브를 중심으로 유행했던 '마크정식' '불그리' 등의 음식이 순식간에 먹방계를 도배한 것과는 상반된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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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운지 리포터(kuj0102@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