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유니콘](18) 김재원 엘리스 대표 “챗GPT 시대, 전 국민 디지털 교육 플랫폼 될 것”
대기업·대학·정부기관 등 1000곳에 디지털 교육 실습 플랫폼 제공
디지털 역량 수준에 맞는 실무형 교육 지향
AI 디지털 교과서 시대 에듀테크 기업 꿈꿔
2015년 카이스트 전산학부 대학원 인공지능(AI)연구실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김재원(37) 엘리스 대표는 시험기간이 돌아오면 전산학부 필수 수업인 ‘기초 프로그래밍’ 답안지를 채점하다가 밤을 샜다. 당시 전산학부 학부생들은 코딩 시험 답지를 컴퓨터가 아닌 종이 시험지에 작성했다. 손으로 특정 코드를 짜도록 지시하는 이른바 ‘손코딩’이다. 그와 함께 손코딩 시험지를 채점을 하던 조교들은 빽빽한 글자에 눈이 아프다고 호소했다.
김 대표는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당시 AI연구실에서 함께 공부하던 김수인·박정국씨와 함께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프로그래밍 시험을 볼 수 있는 플랫폼을 한달 만에 개발했다. 이들이 개발한 온라인 플랫폼에 시험 문제가 나오면 학생들은 컴퓨터로 직접 코딩을 진행했다. 조교들은 채점 코드와 답안을 미리 입력했고 자동 채점 기능도 활용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조교를 했던 수업의 담당교수를 설득해 해당 수업에 플랫폼을 가장 먼저 도입했다. 이후 학내 입소문이 나면서 2016년엔 카이스트 학교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플랫폼을 도입하게 됐다. 현재까지 이 플랫폼은 초등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누적 수강생 30만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교육을 제공했다.
“코딩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문과생도 적절한 교육을 받으면 회사에서 코딩 프로젝트를 완수할 수 있다. 핵심은 지루한 강의만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실제로 수행하고 싶은 실무 프로젝트를 목표로 적절한 실습 퀴즈를 제공하는 것이다. 실무 중심의 디지털 교육을 이젠 초·중·고등학교 현장까지 확장하고자 한다. 챗GPT 시대, 전 국민 디지털 교육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
김재원 엘리스 대표는 지난달 19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엘리스는 디지털 교육 실습 플랫폼 업체로 2015년 설립됐다. 회사가 운영하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은 실습 중심 코딩, AI 등 200여개 디지털 전환 교육 강의와 실시간 튜터링(과외) 등을 제공한다. 가상화된 공간에서 교육자는 학습자의 문제 풀이 과정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엘리스는 SK, LG 등 재계 20위권 기업 18곳, 서울대 등 교육기관, 고용노동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기관을 포함해 총 1000곳에 교육을 제공해왔다. 누적 투자 유치액은 135억원이다.
김 대표는 2009년 캐나다 워털루대 산업공학과 학사를 졸업하고 엔비디아, 애플 등에서 인턴생활을 했다. 이후 캐나다 이동통신사 텔러스에서 디벨로퍼 애널리스트(개발자)로 근무하다 2014년 카이스트·베를린공과대에서 컴퓨터공학 석사를 받았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교내 프로젝트로 끝날 수 있었는데 창업까지 한 이유는.
“첨단 기술을 공부하는 대학도 디지털화를 위해 갈 길이 먼데, 초·중·고교 현장, 이들이 졸업 후 다니게 될 기업은 더 바꿀 것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 플랫폼을 도입하면서 교육 방식이 바뀌는 것을 체감했다. 시험 방식이 디지털로 바뀌니까 교육도 개념 나열이 아닌 실습 중심으로 전환됐다.
대학에서 제대로 된 디지털 교육을 받지 못한 이들은 AI, 코딩 등에 관심은 많지만 졸업 후 관련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마땅하지 않았다. 이들이 대학에서 제대로 치르지 못한 코딩 시험을 경험하면서 공부를 하면 효과적인 학습 방법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카이스트 학생을 위해 설계한 플랫폼을 일반 직장인까지 수용할 수 있는 형태로 고도화했다.”
-현재 디지털 전환 교육의 주고객은.
“전체 매출 중 기업고객, 대학교, 과기정통부 등 정부를 대상으로 제공하는 사업이 70%, 나머지 30%는 고용노동부가 취업준비생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부트캠프(취업을 위한 코딩 교육 프로그램) 관련 사업이다. 취업준비생은 무료로 강연을 듣고 수업료는 고용노동부가 지급한다. 대부분은 개발 경험이 없는 일반 직장인이나 공무원에게 관련 역량을 길러주기 위한 교육이다.”
-수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
“고객사와 계약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수업 방식이 천차만별이다. 교육 시기도 일주일 내외에서 6~8주까지 다양하다. 우선 화장품 회사가 코딩 관련 전문지식이 없는 직원 100명의 교육을 위해 우리와 계약을 맺는다고 가정하겠다.
먼저 기업과 함께 실무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는 프로젝트의 목표를 세운다. 예컨대 온라인에서 인기 있는 화장품의 리뷰를 모니터링하는 직원들이 쉽게 크롤링(웹 페이지에서 데이터를 추출하는 과정)하는 방법을 알고 싶다고 하자. 엘리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하는 파이썬 등 가장 기초적인 프로그래밍 관련 강의를 온라인으로 제공한다.
100명의 수강생은 강의를 들으면서 주기적으로 실무 기반의 시험을 푼다. 첫 번째 시험에선 100명 중 일정 점수 이상을 넘긴 50명만 다음 강의를 들을 수 있게 한다. 수준을 높여 그 다음 강의를 제공하고 시험에 통과한 25명의 수강생만 남게 된다. 맨 마지막에 10~20명의 수강생이 남은 시점부터는 수강생 3~5명에 1명씩 튜터(강사)가 배정된다. 이 튜더와 수강생들은 처음 목표로 삼았던 실무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하면서 수업을 마무리한다.”
-모두가 같은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실습을 진행할 수 있는 사람들만 남기는 건가.
“그렇다. 모두에게 동일한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효율적인 교육방식이 아니라는 것을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깨달았다. 각자가 수행할 수 있는 디지털 역량의 수준에 맞게 교육을 제공한다. 물론 기업이 이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다면 모두에게 동일한 교육을 제공하기도 한다. 각자의 입맛에 맞게 교육과정을 바꿀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끊임 없이 실제 과제를 제공하면서 실무와 가까운 교육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현재 목표는.
“재직자 교육뿐 아니라 초·중·고교 현장에 디지털 교육을 제공하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 현재 일부 방과후 수업 등에 우리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지만, 앞으로 도래할 디지털 교과서 시대에 디지털 교육을 제공하는 주요 기업이 되고자 한다. AI 시대 교육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디지털 교과서란 서책형 교과서에 용어사전, 멀티미디어 자료, 실감형 콘텐츠 등 풍부한 학습자료와 학습 지원 및 관리 기능이 추가된 학습도구를 의미한다. 교육부는 지난 8일 ‘AI 디지털교과서’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추진방안에 따르면 AI 디지털 교과서는 2025년 수학, 영어, 정보, 국어에 우선 도입된다. 엘리스는 정보 과목에 디지털 교과서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정보 과목은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필수과목으로 개설된 과목으로, 정보윤리의식과 정보기술활용능력 등을 가르친다.
-디지털 교과서를 직접 개발하나.
“교과서를 기존에 개발해 왔던 발행사와 엘리스처럼 신기술을 보유한 교육정보기술(에듀테크) 기업이 협업해 디지털 교과서를 만든다. 함께 만든 교과서는 교육청의 심사를 마친 후 일선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해 사용한다. 올 8월에 구체적인 디지털 교과서 가이드라인이 발표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관련 기술을 개발할 것이며, 현재 협업할 수 있는 다양한 교과서 발행업체와 소통하고 있다.”
-장기적인 목표는.
“초등학교에서 시작해 대학교, 직장까지 전 국민이 디지털 교육을 쉽게 직접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겠다. 우리는 지금 매일 AI, 코딩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쉽게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론이 아닌 실습 위주의 수업을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이 돼 챗GPT 시대 남녀노소 누구나 관련 교육을 쉽게 받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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