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가 시로 소개한 계곡이 서울에?…선조들이 풍류 즐긴 계곡 5선
서울 수성동 계곡부터 전북 봉래구곡까지
(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여름 휴가철에 길게 혹은 여러 차례 휴가를 낼 계획이라면 한 번쯤은 소소하게 정취 좋은 계곡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31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우리 선조들은 청량한 자연 속에서 풍류를 즐겼던 계곡 5곳을 7월 추천 가볼 만한 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서울 종로 수성동 계곡부터 전북 부안 봉래구곡까지 선현들의 정취가 깃들어 있는 계곡 여행지를 소개한다.
◇ 조선의 선비들이 극찬한 그곳, 서울 수성동계곡
인왕산 수성동계곡(서울기념물)은 인왕산과 경복궁 사이에 있다.
한양도성 내에 자리해 조선의 왕족과 사대부, 중인이 자주 찾던 계곡으로 유명하다. 당대를 대표하는 예술가 겸재 정선과 추사 김정희가 이곳을 그림과 시로 소개했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
1971년 수성동계곡 주변에 옥인시범아파트가 들어서며 잊힐 뻔했지만, 2012년에 옛 모습을 되찾았다.
현재는 건천으로 평소에 물이 흐르지 않는데 많은 비가 내린 뒤에는 수성동계곡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다.
곳곳에 너른 바위가 있어 쉬었다 가기 좋다. 조선의 선비들처럼 풍류를 즐길 만한 산책로도 조성됐다. 수성동계곡과 인왕산, 세종마을(서촌)과 경복궁, 청와대 인근 풍경을 한눈에 감상하고 싶다면 인왕산 자락길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보자.
수성동계곡 옆 세종마을은 조선의 왕족과 사대부, 중인이 거주하던 지역이다.
20세기 초 마을 재개발 때 건설한 도시 한옥이 꽤 남아 예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2022년 5월 일반에 개방한 청와대는 종로의 새로운 관광 명소다. 청와대 본관과 대통령 관저, 상춘재, 녹지원 등을 둘러볼 수 있다.
◇ 시 한 수 읊어볼까, 동해 무릉계곡
무더위를 식혀줄 계곡이 손짓하는 계절이다. 강원도 동해시 무릉계곡(명승)은 청량한 물소리와 풍류를 만끽하는 피서지로 거대한 기암괴석과 장쾌한 폭포가 환상적이다.
호암소에서 용추폭포까지 약 4km 이어지는 계곡은 초입에 있는 무릉반석부터 눈길을 끈다. 옛날 묵객들이 자연에 감탄하며 남긴 암각서가 곳곳에 보인다.
나라에서 수륙재(국가무형문화재)를 설행한 삼화사도 무릉계곡에 자리한다. 계곡을 따라 걷는 길은 경사가 완만하고 수려한 풍경이 진경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두타산과 청옥산에서 내려온 물이 만나는 쌍폭은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려준다.
시간이 허락하면 장엄한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두타산협곡마천루와 하늘을 향해 뾰족하게 솟은 베틀바위에 들르자. 웅장한 두타산의 위용과 베틀바위의 독특한 모습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무릉계곡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700원, 7~8월 매표소 운영 시간은 오전 6시~오후 8시다.
무릉계곡 근처에 스카이글라이더, 오프로드루지 등 이색 체험 시설과 에메랄드빛 호수를 즐기는 무릉별유천지가 있다.
◇ 굽이마다 아홉 절경 펼쳐지는 곳, 괴산 화양구곡
충북 괴산에는 우뚝 솟은 산과 깊은 계곡이 여럿 있다. 그중 압권은 화양구곡(명승)이다. 청천면 화양천 주변 약 3km에 흩어져 있는 계곡으로 아름다운 풍광이 자그마치 아홉 곳이다. 잠시 더위를 잊기 충분한 경치다.
출발은 화양동입구사거리 쪽이 좋다. 주차장이 넓고, 화양구곡을 안내하는 팸플릿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천천히 걸어도 1시간 30분이면 화양구곡 전 구간을 볼 수 있다. 여름에는 허가된 장소에서 물놀이도 가능해 가족 단위 피서객에게 특히 인기다(올해 물놀이 기간은 6월 1일~8월 31일).
1곡 경천벽을 시작으로 2곡 운영담, 3곡 읍궁암, 4곡 금사담, 5곡 첨성대, 6곡 능운대, 7곡 와룡암, 8곡 학소대, 9곡 파곶 등 풍경이 연이어 나온다.
조선 후기 성리학자 우암 송시열이 말년에 화양구곡에 내려와 지냈다. 이런 이유로 만동묘와 암서재, 화양서원 묘정비(충북기념물) 등으로 구성된 송시열 유적(사적)이 이곳에 있다.
◇ 청량함 가득한 풍류 여행지, 함양 화림동계곡
'영남 선비 문화의 중심지' 함양에는 선비들이 자연을 벗 삼아 학문과 인생을 논하던 정자와 누각이 곳곳에 있다. 그중 수려한 풍경과 여러 누정을 품은 화림동계곡은 우리나라 정자 문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곳에 선비문화탐방로 2개 구간이 조성됐으며 화림동계곡의 백미인 거연정(경남유형문화재)과 농월정을 잇는 1구간(약 6km)이 인기다.
계곡을 따라 숲길과 마을 길을 거닐며 거연정, 군자정(경남문화재자료), 영귀정, 동호정(경남문화재자료), 경모정, 람천정, 농월정 등 7개 정자를 만난다.
양쪽 끝에 있는 거연정이나 농월정, 어느 곳에서 출발해도 상관없다. 물이 흐르는 방향대로 걷고 싶다면 거연정에서 시작한다. 전 구간을 걷기 부담스러우면 정자와 계곡에서 여유롭게 쉬며 일부만 둘러봐도 좋다.
함양에는 선비 문화의 기품이 서린 곳이 더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인 함양 상림(천연기념물)은 일대를 공원으로 꾸며 즐길 거리가 다양하다. 고풍스러운 한옥이 모인 개평한옥마을에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촬영지로 유명한 일두고택(국가민속문화재)을 비롯해 문화재로 지정된 고택이 여럿이다.
◇ 굽이굽이 이어진 신비의 숲, 부안 봉래구곡
최근 전북서해안 국가지질공원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면서 부안 변산반도에서 마주한 자연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변산반도국립공원 내변산에 있는 봉래구곡은 약 20km에 이르는 하천 지형 아홉 곳을 이른다. 1곡부터 5곡까지 왕복 2시간 남짓한 등산로가 이어진다. 아쉽게도 6~9곡은 1996년 부안댐이 완공되면서 물에 잠겨 볼 수 없다.
봉래구곡 여행은 자생식물관찰원과 실상사 터(전북기념물)를 지나 5곡 봉래곡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주변 암반에 새겨진 글자들이 감입곡류인 봉래곡의 아름다운 풍경에 힘을 더한다.
4곡 선녀탕과 3곡 분옥담은 지름에 비해 깊은 '항아리 모양' 포트 홀이다.
높이 약 30m에 이르는 2곡 직소폭포 앞에 서면 변산반도를 대표하는 절경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선조들의 기록과 같이 변함없는 자연미다. 여정의 끝, 소담한 1곡 대소도 놓치기 아쉬운 비경이다.
변산해수욕장은 모래가 곱고 물이 맑아 여름이면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전망대, 캠핑장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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