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뉴욕·LA랑 또 다르네"…'애플 옆집' 삼성 강남, 韓 MZ 놀이터 될까

장유미 2023. 7. 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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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 겨냥 콘텐츠·모바일 체험 중심…삼성, '아이폰' 수요 잡기 위해 고군분투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친구들이 다 '아이폰' 써요. '삼성폰' 그만 좀 쓰면 안될까요?"

최근 10~20대 사이에서 '아이폰' 선호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자 위기감을 느낀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새로운 무기를 꺼내들었다. 약 5년간의 준비 끝에 강남에 국내 첫 체험형 플래그십 스토어 '삼성 강남'을 선보인 것이다.

'삼성 강남' 외부 전경 [사진=곽영래 기자]

지난달 29일 문을 연 '삼성 강남'은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총 6개 층 약 2천㎡ 규모로 구성된 대규모 플래그십 스토어다. 스마트폰은 물론 태블릿·노트북·무선이어폰 등 '갤럭시 생태계' 제품뿐 아니라 '비스포크 홈메타', 게이밍 모니터 등을 직접 만지고 구매할 수 있는 체험형 매장이다.

정호진 삼성전자 MX사업부 부사장은 "삼성이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오프라인 체험형 매장"이라며 "이곳에서 젊은 고객들이 다양한 삼성의 기기와 교육을 체험하고 만남의 장소로도 많이 활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MZ 감성 채운 '삼성 강남'…곳곳이 '포토존'

공식 오픈 전날 방문한 '삼성 강남'은 MZ세대를 공략하고자 하는 삼성전자의 고민이 공간 곳곳에 묻어 있었다. 7월 7일부터 운영될 지하 1층 서비스 센터 옆에 마련된 작은 원형 공간이 대표적으로, 벽면에는 화려한 형광색이 돋보이는 다솔 작가의 '시티 벙커'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비밀의 방 같은 이곳에선 '갤럭시S23 울트라'로 사진을 촬영한 후 이를 전송해 받아 볼 수 있어 강남의 핫한 '포토존'으로 젊은 층 사이에서 입소문을 탈 것 같단 기대감이 들었다.

다솔 작가의 '시티 벙커' 그림이 그려진 공간에선 '갤럭시S23 울트라'로 사진을 찍은 후 전송 받을 수 있다. [사진=장유미 기자]

1층에도 작은 원형 공간에 '갤럭시'의 역사가 담긴 포토존이 마련돼 있었다. 자연스럽게 갤럭시폰의 '나이토그래피' 기능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어둡게 연출됐지만, 천장에는 화려한 스테인 글라스로 장식돼 눈길을 사로잡았다. 1층 입구에는 재생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진 대형 '허그 베어'도 전시됐는데, 함께 설치된 영상에선 친환경 혁신을 통한 지속가능한 미래를 지향하는 삼성전자의 비전이 계속 재생됐다.

2층에는 삼성전자가 그 동안 선보였던 휴대폰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마련된 커넥티드 허브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과거 사용했던 '애니콜 가로본능', '갤럭시노트' 등의 제품이 아기자기하게 전시돼 있어 잠시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수원에 '갤럭시' 뮤지엄이 있어 그곳에서 공수해 온 것들"이라며 "해당 공간은 계속 다른 것으로 교체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강남' 2층에 전시된 '애니콜 가로본능' [사진=장유미 기자]

2층 다른 공간에선 삼성전자의 최신 '갤럭시' 기기들과 다양한 휴대폰 케이스를 체험할 수 있었다. '갤럭시워치'로 운동할 수 있는 '헬스존'도 마련됐는데, 방문객들이 모니터와 '갤럭시워치'를 연결해 실시간으로 운동 시간과 소모 칼로리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가 강조하고 있는 '스마트싱스'를 쉽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김성욱 삼성전자 한국총괄 마케팅팀 부사장은 "'삼성 강남'에서 가장 신경써서 마련한 곳은 기기 간 연결성을 강조한 '스마트싱스' 체험 공간"이라며 "'삼성 강남'의 하루 평균 예상 방문객은 2천 명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3층 한 가운데에는 성수동에서 '아인슈페너'가 맛있기로 유명한 '센터커피'가 입점돼 있었다. 바로 옆에 마련된 '비스포크 홈메타' 공간에선 VR 기기로 3D 가상 주택에서 '비스포크' 냉장고의 색상을 변경해 볼 수 있어 신기했다. 갤럭시 액세서리 브랜드 'SLBS' 스튜디오도 입점해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으로 다양한 휴대폰 액세서리를 만들 수 있었고, 온라인몰인 '삼성닷컴'에서 주문한 제품을 매장에서 직접 받아 볼 수 있는 '픽업'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 강남'에 마련된 '픽업' 공간은 국내외에서 온라인 전용 제품을 받아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며 "향후 고객들의 반응과 플래그십 스토어 확장에 맞춰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 강남' 2층에 마련된 '헬스존' [사진=장유미 기자]

강남대로가 한 눈에 보이는 계단형 공간에선 다양한 강의도 진행될 예정이어서 기대감을 키웠다. 이곳에선 삼성 강남의 협업 아티스트의 특별강연, 삼성전자 제품 활용법, 임직원이 직접 들려주는 사내 이야기 '사내(社內)진미',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콘텐츠를 활용한 '픽셀 아트 크리에이터' 등 30여 개의 수업이 진행된다.

4층에는 MZ세대들이 좋아할 만한 게임존이 마련돼 있었다. 넥슨과 협업해 '올레드G9' 등 삼성전자 제품으로 게임을 체험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는데, 이를 알리기 위해 온라인 가상 공간인 '메이플 스토리 월드'에 '삼성 강남'을 마련하기도 했다.

또 삼성전자는 이곳에 600인치 초대형 디스플레이 '더 월(The Wall)'도 설치했는데, 방문객들이 제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자신의 사진을 찍어 '더 월' 화면에 띄울 수 있도록 한 것이 무척 인상 깊었다.

'삼성 강남' 4층에 마련된 '게임존' [사진=장유미 기자]

삼성전자는 MZ세대를 겨냥한 매장인 만큼 '삼성 강남' 직원들이 젊다는 점도 강점으로 내세웠다. 이곳에 파견된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28.9세로, 글로벌 고객 응대를 위해 4개 국어가 가능한 직원들이 투입됐다.

이현정 삼성전자 리테일그룹 상무는 "매장에서 상담을 도와주는 직원들은 일반 직원보다 굉장히 젊은 친구들로 배치했다"며 "매장에서 고객과 시너지가 날 수 있도록 응대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아이폰 안 쓰면 왕따?"…1020 몰리는 '애플 강남'

삼성전자가 이처럼 나선 것은 10~20대 사이에서 '갤럭시'의 인기가 빠르게 식어가고 있는 영향이 컸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지난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10대와 20대가 소유한 스마트폰 제품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제품은 애플 아이폰(52%)으로 나타났다. 삼성 갤럭시를 사용한다는 답변은 44% 였다.

업계 관계자는 "10대들 사이에서 삼성전자 갤럭시폰의 이미지는 '아재폰'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녀에게 저렴한 가격의 갤럭시 제품을 사주다보니 10대들 사이에서 부정적 브랜드 이미지가 굳어졌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아이들의 '아이폰' 선호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어테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Z세대의 83%가 애플 아이폰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는 비율은 10%에 불과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 조사 결과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북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올 1분기 애플(59%)과 삼성전자(23%)의 점유율 차이는 36%p로 집계됐다. 2021년 1분기 17%p, 지난해 1분기 24%p에서 올 1분기 36%p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방문한 '애플 강남' 내부 전경 [사진=장유미 기자]

이 같은 분위기는 같은 날 오후 6시 30분쯤 방문한 '애플 강남'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매장 안에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에어팟', '애플워치' 등을 체험하려는 150여 명 남짓의 젊은 방문객들로 북적거렸다. 한 켠에선 2~3명이 '아이폰'으로 사진을 더 잘 찍는 법에 대해 강의를 듣고 있었고, 매장 내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자유롭게 지인과 얘기를 나누며 휴식을 취하는 이들도 곳곳에 있었다.

또 '삼성 강남'과 달리 직원들의 연령층도 다양해 보였다. 특히 '에어팟'이 전시된 코너에선 나이 든 직원이 젊은 고객에게 '에어팟'의 다양한 기능을 상세히 알려주고 있어 인상 깊었다.

애플은 삼성과 달리 '애플 명동'을 플래그십 스토어로 삼고 있다. '애플 강남'을 포함한 4개의 매장은 일반적인 애플 스토어로, 체험 프로그램이 '애플 명동' 만큼 많지 않지만 각 지역의 핫 플레이스로 인기를 얻고 있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강남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한 것은 '텃밭' 견제용이기도 하지만, 명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는 애플과 직접적인 대결을 피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는 듯 하다"며 "'삼성 강남'이 MZ세대를 겨냥한 프로그램이 더 다양하게 구성돼 있지만 '애플 명동' 만큼 인기를 얻을 수 있을 진 지켜봐야 할 듯 하다"고 밝혔다.

정호진 삼성전자 MX사업부 부사장은 "경쟁사(애플)가 여러 활동을 통해 젊은 층에게 인정 받는 제품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신경쓰고 있다"며 "'삼성 강남'을 통해 삼성전자도 젊은 층에게 다양한 디지털 기기로 진화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 체험형 매장과 다른 '삼성 강남'…국내외서 확대될까

삼성전자는 미국, 영국 등 해외 곳곳에서도 체험형 매장을 운영 중이지만, '삼성 강남'처럼 MZ세대에 초점을 맞춰 운영하고 있진 않다.

미국 뉴욕에 있는 '삼성 837' 내부 전경 [사진=장유미 기자]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삼성 837'의 경우 체험형 매장이란 점에선 '삼성 강남'과 비슷하지만, '갤럭시' 기기 비중보다 가전 비중이 높다는 점이 다르다. 총 3층 건물 전체를 관통하는 대형(7.7m x 6.5m) LED 스크린을 중심으로 각 층마다 모바일 기기, 가전 제품을 다양하게 체험해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8월 방문한 '삼성 837'에선 '갤럭시 언팩 2022' 행사 직후 '갤럭시Z폴드4' 등 최신 기기들이 바로 전시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또 2층 한 켠에 마련된 비스포크 홈에서 로봇이 직접 '갤럭시Z플립4 비스포크 에디션'을 제작하는 장면도 관람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 강남'처럼 '뉴욕 837'에서도 삼성전자의 행사뿐 아니라 각종 포럼, 공연 등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며 "'뉴욕 837'도 다양한 포토존이 마련돼 있지만, MZ세대들이 즐길 만한 콘텐츠는 '삼성 강남'이 훨씬 더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갤럭시 익스피리언스 스토어 인 LA에서 한 고객이 '갤럭시S23'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장유미 기자]

올해 2월에 방문한 체험형 매장 '삼성 익스피리언스 스토어 in LA(SES)'도 '갤럭시' 기기들이 많이 있었지만, 즐길 거리가 '삼성 강남' 만큼 다양하게 갖춰져 있지 않았다.

미국 LA 부촌에 위치한 'SES'는 '갤럭시폰' 외에 태블릿, 워치, 버즈, PC 등 총 38개의 무선 사업 전 제품과 다양한 색상, 옵션을 전시하고 판매하고 있지만, 강연 등의 커뮤니티 활동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삼성 온라인몰에서 구입한 제품을 매장에서 직접 받을 수 있는 '바이 온라인 픽업 스토어' 코너는 '삼성 강남'처럼 동일하게 운영되고 있다.

김성욱 삼성전자 한국총괄 마케팅팀 부사장은 "5년 가까이 '삼성 강남' 같은 체험형 공간을 선보이기 위해 (국내에서) 다양한 지역을 살펴봤지만, 강남 지역이 삼성 기기에 대한 메시지를 젊은 층에게 전달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라고 봤다"며 "해외에선 뉴욕 등에 '삼성 강남'과 같은 체험형 매장이 있지만 국내에선 처음 선보이는 만큼 올해 '삼성 강남'에 집중해 운영한 후 향후 2~3호점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외에도 체험형 매장이 있지만 MZ세대 감성에 맞춰 콘텐츠를 구성한 것은 '삼성 강남'이 처음"이라며 "'삼성 강남'에 대한 방문객들의 반응에 따라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이 같은 콘셉트의 매장을 더 선보일 지 결정할 수 있을 듯 하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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