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의 컨버전스] SW, 기술과 창작의 융합[수담활론]

김영권 2023. 7. 1.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파이낸셜뉴스] [수담활론(手談闊論)]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글(수담)을 통해 우리사회 곳곳의 이슈들을 파악하고 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편집자 주>
이동규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실장

그야말로 디지털 대전환 시대, 인공지능(AI)ㆍ데이터 혁명시대다.

챗GPT(생성형AI)ㆍ빅데이터ㆍ블록체인(NFT)ㆍ클라우드 서비스ㆍ메타버스 등 디지털 혁신기술 발전은 소프트웨어, 컴퓨터프로그램에 대한 의존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이같은 거대 변화의 흐름에서 국내 산업계가 약점으로 안고 있는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을 위해 법ㆍ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

소프트웨어 '진흥-발전'은 과기부, '보호' 문체부...이원화로 혼선 우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소프트웨어(SW), 컴퓨터프로그램와 같은 디지털 혁신을 위한 주요 기능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문화체육관광부로 이원화돼서 운영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관리하는 법률인 '소프트웨어 진흥법'에서는 소프트웨어를 '컴퓨터, 통신, 자동화 등의 장비와 그 주변장치에 대하여 명령ㆍ제어ㆍ입력ㆍ처리ㆍ저장ㆍ출력ㆍ상호작용이 가능하게 하는 지시ㆍ명령(음성이나 영상정보 등을 포함한다)의 집합과 이를 작성하기 위하여 사용된 기술서나 그 밖의 관련 자료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프로그램 언어를 사용해 명령어를 작성하는 '코딩'이나 결과물인 컴퓨터프로그램, 이를 기록한 자료나 저장매체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 소프트웨어다.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법률인 '저작권법'은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특정한 결과를 얻기 위하여 컴퓨터 등 정보처리능력을 가진 장치(이하 컴퓨터라 한다) 내에서 직접 또는 간접으로 사용되는 일련의 지시ㆍ명령으로 표현된 창작물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지시ㆍ명령의 집합과 이를 작성하기 위하여 사용된 기술서나 그 밖의 관련 자료'가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인 셈이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진흥, 발전과 활성화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책임지고 저작권이라는 재산을 보호하는 역할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담당하고 있는 방식이다. 컴퓨터프로그램은 음악, 미술, 출판 등과 같이 창작의 범주에 포함돼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저작물에 해당한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한 프로그램 언어인 '파이썬', '자바', 'C++', '닷넷 프레임워크' 등을 사용해 명령어를 작성하는 과정(코딩)이 글을 쓰는 행위인 소설이나 시, 수필 등과 같이 작가가 문학작품을 출간하는 것과 같다고 해 프로그래밍을 '창작'으로 보았다. 이 결과물을 저작물로 보아 저작권법 테두리 안에서 통합하여 보호하기로 한 것이다.

1987년 시행된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이 독자적 법률 근거로 저작물 권리 보호와 소프트웨어 산업기술 진흥에 이바지했으나 2009년 4월 저작권법과 통합되면서 2009년 7월 폐지된다. 소프트웨어의 영향력이 절대적이 되어가고 있는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세계에 몇 안 되는 이 독립적 법률이 폐지되지 않고 그대로 존치, 발전됐다면 소프트웨어 산업환경이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컴퓨터프로그램을 활용한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은 여전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담당하고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에 대한 보호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담당하면서 진흥과 보호 업무가 두 개의 부처로 이원화되는 일이 발생했다. 특허, 상표, 디자인 등 산업재산권은 '창출-보호-활용' 업무가 특허청으로 일원화돼 있지만 소프트웨어는 산업(기술)과 재산(저작권)으로 분리돼 창출-활용기관과 보호기관이 별도인 구조를 갖게 된 것이다. 저작권으로 보호받고 있는 음악, 미술, 출판 등과 같은 소위 '콘텐츠'들은 한 부처에서 진흥과 보호를 모두 겸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도 일관적인 관리가 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다.

제품 기술자이자 작품 창작자...윤리적 잣대 중요
소프트웨어는 인공지능(AI)ㆍ사물인터넷(IoT), 핀테크,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신성장 분야 기술의 핵심이다. 로봇ㆍ드론ㆍ자율주행ㆍ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하드웨어(제조) 기술이 주축인 분야의 핵심 자산도 소프트웨어와 결합으로 완성된다.

소프트웨어는 컴퓨터프로그램에 기반하고 지식재산권인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이자 '창작물(콘텐츠)'이다. 이 때문에 소프트웨어는 제품이기도 하지만 작품이다. 컴퓨터프로그램을 설계하고 프로그램 언어를 통해 명령어를 코딩하는 프로그래머는 기술자이면서 소프트웨어라는 문학작품의 '창작자'다.

이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기술자는 기술자이자 창작자로서의 갖추어야 할 소양과 윤리적 잣대가 요구된다. 법률적으로 공서양속(公序良俗, 공공의 질서와 선량한 풍속)을 위반하지 말아야 하고 타인의 저작권을 무단으로 베끼거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금해야 한다. 여기에 불법소프트웨어 사용으로 인해 야기되는 보안 위험성은 더할 나위 없다.

소프트웨어 창작자로서 갖추어야 할 프로그램 설계ㆍ개발에 대한 기본 지식, 프로그램 언어 사용 능력 못지않게 기초교양과 윤리적 소양을 겸비하도록 자질을 함양할 필요가 있다.

정당한 사용 권한을 획득하지 않고 상용 프로그램을 우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크랙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영화 '페이첵'의 주인공처럼 타인의 프로그램을 역설계(리버스엔지니어링)하는 등 '프로그램 코드 역분석'을 통한 회피설계 행위는 기술적 문제를 넘어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심지어 일반적으로 '저작권 프리'라고 알려진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경우에도 사용에 있어서 반드시 지켜야 할 라이선스 준수가 있다. 사용 조건과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경우 저작권 침해에 해당해 소송과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 음반, 영상, 출판 등과 마찬가지로 '표절'로 인한 법률적 리스크도 발생할 수 있다. 창작자로서의 윤리적 소양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가 4월 발표한 소프트웨어 진흥 전략은 소프트웨어 기초 체력 확보를 통해 디지털 대한민국의 대도약을 실현하겠다는 포부가 담겼다. 2027년까지 고급ㆍ전문인재 20만명을 육성하기 위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SWㆍAI 보편교육 체계를 구축하고 디지털 혁신을 선도할 SWㆍAI 고급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성장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여기에 생성 AI 확산에 따른 디지털 교육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보다 효율적인 인재양성을 위해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기술자로만 바라보지 말고 지식재산권을 창출하는 창작자로 생각하고 그에 따른 교육과 지원이 함께 이뤄지길 바란다. 소프트웨어 기획, 프로그램 언어의 습득, 프로젝트 실습 못지않게 창작 윤리, 컴퓨터프로그램 기반 저작권 교육,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소프트웨어 자산관리 등 체계적인 융합교육으로 K-소프트웨어라는 성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

/ 이동규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실장

※이 글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