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과 함께 읽는 이번주 국제정세[PADO]
러시아 용병부대인 바그너그룹이 군사반란을 시도했지만, 벨라루스 루카셴코 대통령의 중재로 모스크바로의 진격을 멈추고 해산하기로 했습니다. 이 용병그룹의 수장인 프리고진은 일단 벨라루스로 몸을 옮겼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바그너그룹은 파죽지세로 북상해 모스크바에서 200킬로미터 떨어진 지역까지 진격했었다고 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선이 교착되어 있는 상태에서 벌어진 용병부대의 군사반란이 가져올 여파가 클 것 같습니다. 이번 사태에서 눈 여겨봐야 할 것은 군벌의 활약입니다. 군사반란을 일으킨 부대도 국방부 산하의 정규병력이 아닌 용병들이고 모스크바를 방어하기 위해 배치된 부대도 체첸 특수부대입니다. 이 체첸부대는 체첸 공화국의 수반인 람잔 카디로프가 지휘하는 '사병' 성격의 부대입니다. 푸틴은 왜 정규군이 아닌 이런 병력을 가까이 두고 활용하는 걸까요? 우선, 징병(徵兵)은 가족과 이웃을 방어하는데는 유용하지만 그 외의 일에는 동기가 부족하기 때문에 침략전쟁이나 정권방어 같은 푸틴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켜 줄 수 없습니다. 둘째, 바그너그룹과 체첸 특수부대는 러시아 정부의 군대라기보다는 푸틴에 충성하는 푸틴의 '사병(私兵)' 같은 성격의 부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2000년부터 러시아를 통치해온 푸틴은 가스프롬의 '돈'과 개인적으로 육성해온 사병을 권력의 기반으로 삼아왔습니다. 모스크바 방어에도 정규군보다는 체첸 병력을 배치한 것은 정규군이 푸틴 정권 방어에 동기가 약할 수 있다는 점과 자신이 키운 '사병'과 달리 정규군의 장교와 병사들은 자신에 대한 충성심이 의심스럽다는 점도 있을 것입니다.
반란을 주도한 프리고진의 '처리' 문제도 눈여겨봐야 할 것입니다. 푸틴의 입장에서 총을 자신에게 돌린 부하를 용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를 받아들여 프리고진이 벨라루스 등에서 살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급한 불은 꺼야했기 때문입니다. 푸틴은 자신에게 총을 돌리고도 무사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겨서는 안됩니다. 그렇다고 벨라루스나 원하는 곳에 가서 살 수 있도록 공개적으로 약속한 것을 어겨서도 안됩니다. 그런 점에서 해외에 거소를 옮긴 프리고진은 사법적(de jure) '처리' 방식보다는 사실상(de facto)의 '처리'에 맡겨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번 군사반란이 진행되는 동안, 美 바이든 행정부의 움직임도 주목받았습니다. 미국 정보당국은 바그너의 반란 움직임을 일찌감치 감지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보통 군사행동에는 몇 가지 징후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탄약 확보이고 더욱 확실한 것은 수혈용 혈액 확보입니다. 정보 당국이라면 통신감청을 통해서도 움직임을 잡아냈을 수도 있습니다. 미국 정치매체인 폴리티코 보도에 따르면, 군사반란이 시작되자 미국 정부는 외교채널을 통해 양국간에 오해에 따른 마찰이 발생하지 않도록 몇 가지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하도록 노력했습니다. 첫째, 군사반란은 러시아 '국내문제'이기 때문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그 어떤 군사적 태세 변경도 취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미국의 관심은 오직 우크라이나를 방어하는 것에만 있다. 그리고는 미국 정부는 모스크바에서 근무하는 미국 외교관들에게 귀가하지 말고 대사관에서 대기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바그너그룹이 모스크바로 진격하는 상황에서 그 어떤 일이 발생해도 대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선에 있는 바그너그룹은 해산될 예정입니다. 일부는 정규군에 편입될 가능성도 있지만 바그너그룹 자체는 해산됩니다. 그런데, 바그너 용병들은 아프리카 등지에서도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아프리카에 있는 용병 그룹까지 해체된다면 아프리카의 정세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푸틴 정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있는 바그너그룹은 해산하더라도 아프리카 등에 있는 바그너 용병그룹들은 가급적 유지하려 할 것입니다.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병력규모가 5000명은 넘을 것이라고 합니다. 러시아는 바그너 용병들을 통해 군사적, 경제적, 정치적 이익을 취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일부 국가의 독재자는 바그너 용병과 바그너 용병이 훈련시킨 자신의 사병을 정권의 군사적 기반으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그너 그룹은 군사적 지원을 제공하고 그 댓가로 경제적 이권을 챙깁니다. 바그너그룹은 선거에도 개입해 지원하는 정치가나 정당의 선거운동을 돕습니다. 이러한 정치적 서비스에도 경제적 이권이 발생합니다. 푸틴이나 러시아정부로서는 이러한 정치군사적 영향력과 경제적 이권을 포기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바그너 부대들은 해체하더라도 아프리카 등지의 바그너 용병들은 유지하려고 할 것입니다. 다만, 프리고진이 손을 뗀 후 바그너용병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게 되면 군사적, 정치적 지원에 대한 의뢰 자체가 줄어들거나 사라질 수는 있습니다.
미국의 연방대법원이 '소수 인종 우대 정책(affirmative action)'을 위헌으로 판단했습니다. 이로써 50년 가까이 유지되어 온 대학입시 등에서 소수 인종, 특히 흑인을 우대하는 정책이 일단 멈춰지게 되었습니다. 결정은 6-3 다수결로 내려졌습니다. 이번 결정에서 다수파 6인 중 한명인 로버츠 대법원장의 판결요지는 대체로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현재로서는 학습능력이 약한 학생이지만 미래의 지도자로 키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우대해 대학에 받아들여야 한다는 우대정책 찬성쪽 주장은 구체성이 없고 실제로 미래의 지도자로 키워진다는 효과도 제대로 입증 못하고 있다. 또, 인종에 따라 차별받는 인종을 우대하겠다고 하는데, 예컨대 '아시안 인종'이라고는 하지만 그 '아시안(Asian)'이라는 범주가 너무 넓고 애매해서 동아시아나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차별받을 가능성도 있다. 미 연방대법원은 낙태문제에 이어 소수인종 우대정책에서도 보수적인 판단을 내렸습니다. 미 연방대법원은 9명의 대법관(그 중 한명이 대법원장)으로 구성되며 이들은 미국 대통령이 지명하지만 종신직인 대법관에 취임하기만 하면 더이상 대통령이나 입법부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오직 자신의 생각대로 평생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미 연방대법원은 우리의 대법원의 일부 기능과 헌법재판소 기능을 합쳐 놓은 사법기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미일 3국이 8월말 워싱턴에서 3국 정상회담을 가지게 되는 방안을 조율중이라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보도했습니다. 지난번 히로시마 G7 정상회담에서도 3국이 정상회담을 가진 적이 있지만, 그런 다자회담을 계기로 하지 않는 별도의 한미일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또, 한국과 일본은 100억달러 규모로 한일 통화스와프를 복원하기로 합의했습니다. 8년만에 재개되는 것인데, 한일 경제협력 강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동규 PADO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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