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그것이 온다” 염경엽 확신과 장기적 그림, LG에 ‘이것’이 잘 안 보이는 이유

김태우 기자 2023. 7. 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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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덕주는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는 장점으로 LG 불펜의 핵심이 됐다 ⓒ곽혜미 기자
▲ 박명근은 사이드암이지만 좌타자를 상대로 당찬 승부를 이어 가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최근 메이저리그를 강타하는 최고의 주제는 ‘경기 시간 단축’이다. 경기 시간이 보통 3시간을 넘어가는 야구가 ‘빠르고 강력한 임팩트’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왔고, 실제 그것이 지표로 드러나자 메이저리그는 큰 긴장에 빠졌다.

실제 젊은 세대의 시청률은 계속 떨어지는 추세였다. ‘9이닝 야구’의 묘미를 아직 잘 이해하고 있는 기존 팬들 덕에 인기는 유지하고 있었지만, 이대로 가면 다른 종목에 밀릴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졌다. ‘7이닝 제도’와 같은 극단적인 방향으로 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경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가장 먼저 도입된 제도가 ‘등판시 최소 세 타자 상대’다. 기존에는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 한 타자만 상대하고 내려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른바 ‘원포인트’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잦은 투수 교체가 이뤄질 수밖에 없었고, 특히 이닝 중간의 투수 교체는 경기 시간을 늘리는 원흉이었다. 그래서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룰을 수정, ‘투수가 올라오면 최소 세 타자를 상대하거나, 이닝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이후 올 시즌을 앞두고는 피치클락과 견제 제한이라는 또 다른 룰이 도입되며 경기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이제 3시간이 넘어가는 경기를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가 됐고, 2시간 30분 이하 경기가 속출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대만족을 표하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2시간 대 초반으로 경기 시간을 줄이는 게 궁극적 목표라는 지적도 나온다.

야구 종주국인 메이저리그에서의 시도는, 궁극적으로 다른 리그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그가 ‘표준’이 되는 까닭이다. 프로리그가 큰 일본이나 한국은 아직 ‘세 타자 상대’ 룰을 도입하지는 않았지만, 언젠가는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 3월 열린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당시에도 이 룰이 적용됐다. WBC는 메이저리그 주도 대회고, 한국 대표팀도 이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다. 현란한 투수 교체가 불가능했다.

현장 사령탑은 물론 단장과 KBO 기술위원장 등 다양한 경험을 가진 염경엽 LG 감독은 이런 추세를 피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메이저리그에서, WBC에서 도입하는 룰의 경우는 우리도 시차를 두고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경기 시간 단축은 KBO 또한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세 타자 상대 룰’은 조만간 도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염경엽 감독 ⓒ곽혜미 기자
▲ 김진성 ⓒ곽혜미 기자

염 감독은 경기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대명제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세 타자의 룰의 경우 나는 찬성이다. 견제 제한도 찬성”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그리고 현장에서도 그런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도 드러냈다. 이제 KBO리그에서도 더 이상 원포인트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세 타자 룰이 도입되면 좌완이라고 해서 꼭 좌타자만 상대하기는 어렵다. 결국 1이닝을 버틸 수 있어야 한다. 그에 필요한 경쟁력도 지금부터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

염 감독은 넥센과 SK 감독 시절에도 원포인트를 그렇게 선호하지는 않았다. 다른 감독들이 원포인트를 자주 쓸 때도 상대적인 ‘책임 이닝제’를 선호했다. LG에서도 마찬가지다. 염 감독은 “개인적으로 원포인트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앞으로 결국 메이저리그의 룰을 따라갈 가능성이 큰 만큼, 지금까지 원포인트로 뛰었던 선수들도 방향을 달리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LG는 올해 원포인트가 거의 없다. 올라가면 대개 1이닝을 던진다. 올해 15경기 이상에 나선 LG 불펜 투수 중 기록으로 유의미하게 드러나는 원포인트는 단 하나도 없다. 그나마 진해수(19경기 14⅔이닝)가 가까운데, 진해수는 현재 1군에 없다. 37경기에서 32⅔이닝을 뛴 김진성도 원포인트라고 보기는 어렵다. 두 선수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은 경기와 이닝 수가 비슷한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염 감독은 “1이닝을 던지지 못했을 때도 교체하는 경우는 있지만, 점수를 줄 때 바꾸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하면 기본적으로 세 타자는 상대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1군 진입을 노리는 선수들에게도 시사점이 되는 대목이다. 왼손이라고 해서 좌타자만 상대할 생각을 한다면, 염 감독의 구상에서는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사령탑의 지론과 경향이 미래까지 대비하는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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