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정교한 타자였는데..‘충격적인 추락’ 앤더슨, 반등할 수 있을까[슬로우볼]

안형준 2023. 7. 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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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강력한 타격왕 후보가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최악의 모습으로 시즌을 치르고 있다.

올시즌 메이저리그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과연 루이스 아라에즈(MIA)가 '꿈의 기록'인 4할 타율을 달성 할 수 있느냐다. 아라에즈는 6월 30일(한국시간)까지 타율 0.392를 기록했다. 당연히 메이저리그 전체 타율 1위. 2위인 로날드 아쿠나 주니어(ATL, 0.331)와는 6푼 이상의 차이가 난다.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타격왕이었던 아라에즈는 올시즌을 앞두고 내셔널리그로 이동했다. 아라에즈가 빠진 아메리칸리그의 타격왕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 선수가 있었다. 바로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유격수 팀 앤더슨이다.

앤더슨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정교한 타자였다. 2019년 정교함이 급성장한 앤더슨은 검증된 3할 타자가 됐다.

1993년생 우투우타 유격수 앤더슨은 화이트삭스가 201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17순위)에서 지명한 선수다. 마이너리그에서 통산 3할 타율을 기록하며 TOP 100 유망주에도 선정된 기대주였다. 하지만 데뷔 초에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2016년 데뷔한 앤더슨은 데뷔 첫 3시즌 동안 398경기에 출전해 .258/.286/.411 46홈런 150타점 51도루를 기록했다. 삼진은 많고 볼넷은 없으며 거포도 아니고 굉장히 발이 빠른 타자도 아니었다.

앤더슨은 2019년 타격의 급성장을 이뤄냈다. 부상으로 123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규정타석을 충족시키는데 성공했고 .335/.357/.508 18홈런 56타점 17도루를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타격왕에 올랐다. 그 해 메이저리그 전체 타율 1위가 바로 앤더슨이었다.

2019년 타격에 눈을 뜬 앤더슨은 지난해까지 4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했다. 4시즌 동안 기록한 성적은 374경기 .318/.347/.474 51홈런 163타점 53도루. 비록 매 시즌 부상에 시달렸지만 정교함은 유지됐다. 앤더슨은 2019-2022시즌 4년 동안 빅리그에서 1,500타석 이상을 소화한 136명의 타자 중에 가장 타율이 높은 선수였다(2위 아라에즈 0.314, 3위 트레이 터너 0.311). 시즌 내내 건강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지만 정교함에 대한 걱정은 없는 선수였다. 당연히 아라에즈가 빠진 아메리칸리그 타격왕 경쟁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올시즌 모습은 기대와는 180도 다르다. 앤더슨이 30일까지 기록한 성적은 58경기 .231/.270/.269 11타점 8도루. 3할은 커녕 2할 5푼도 되지 않는 타율을 기록 중이다. 이는 정교함에 눈을 뜨기 전인 데뷔 초반보다도 좋지 않은 기록. 올시즌 이전까지 앤더슨의 시즌 최저 타율은 2018년 기록한 0.240이었다.

물론 기대지표는 실제 성적보다는 높다. 베이스볼 서번트가 산출한 앤더슨의 기대 타율은 0.273. 리그 상위 22%의 높은 수치다. 개인 통산 0.348인 BABIP(인플레이 타구 타율)도 올해는 0.290으로 낮다. 평균 타구 속도는 시속 88.4마일로 지난해 기록(88.2마일)보다 높고 강타비율도 41%로 타격왕 시즌이던 2019년(37.6%)보다 오히려 높다.

하지만 앤더슨의 성적 하락이 단순한 '불운' 때문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무엇보다 앤더슨은 타구의 발사각도가 올해 심각하게 낮아졌다. 평균 발사각도가 0.9도에 불과하다(지난해 3.3도, 개인 통산 6.7도). 발사각도가 낮아지니 공이 뜨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이치. 앤더슨의 올시즌 땅볼 비율은 65%로 개인 통산(53.5%) 기록은 물론 리그 평균(44.7%) 보다도 훨씬 높다. 대신 뜬공 비율은 겨우 9.8%에 불과하다. 홈런이 하나도 없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앤더슨은 원래 변화구에 딱히 약점을 보이지 않는 타자였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브레이킹볼, 특히 슬라이더에 대한 대처 능력이 뚝 떨어졌다. 지난해 슬라이더를 상대로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한 앤더슨이었지만 올시즌 슬라이더 상대 타율은 0.157에 불과하다. 슬라이더는 타자가 가장 많이 마주하는 변화구. 슬라이더에 큰 약점을 보이는 것은 성적 하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코스에 대한 약점도 생겼다. 앤더슨은 흘러나가는 공에는 약점이 있지만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공에 대해서는 대부분 대처가 되는 타자였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 중단과 하단, 몸쪽 중단으로 들어오는 공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바깥쪽 공에는 거의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부진의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몸상태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 4월 당한 무릎 부상의 여파가 성적에 영향을 주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에는 어깨 문제로 라인업에서 빠지기도 했다.

이제 막 30세가 된 타자인 만큼 급격한 노쇠화를 맞이했을 확률은 낮다. 화이트삭스 구단은 여전히 앤더슨에게 신뢰를 보내고 있고 앤더슨 역시 2017시즌에 앞서 맺은 7년 3,750만 달러 계약의 보장 기간이 올해로 끝나는 만큼 반등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가장 정교한 타자였지만 최악의 부진에 빠진 앤더슨이 과연 올시즌 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앤더슨의 반등은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화이트삭스에게도 중요하다.(자료사진=팀 앤더슨)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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