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외성관계 금지”한 세계 4위 인구 대국...‘제2중국’ 가능할까? [한중일 톺아보기]
인도네시아의 경제지표입니다. 올해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수교 50주년을 맞았습니다. 과거 관광지로 유명했던 인도네시아지만 최근엔 한국의 핵심 파트너로서 주목도를 더 높이고 있죠.
특히 인도네시아는 미중대립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중국을 대체할 ‘넥스트 차이나’ 1순위 후보군으로 거론되기도 합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50년 인도네시아가 세계에서 4번째로 큰 경제규모를 갖출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경제 뿐 아니라 정치외교적으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G20 의장국으로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올해는 아세안 의장국으로서 국제무대에서 목소리를 키우고 있죠. 세계최대 무슬림 국가로서 최근 혼외성관계 등을 금지하는 형법안이 통과해 논란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중국과 일본에 비해 한국이 인도네시아와 교류한 역사는 턱없이 짧습니다. 그럼에도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서지원 교수는 “지난 50년간 양국관계는 괄목할만큼 발전했다”며“덕분에 예전보다 한국인들이 인도네시아에 대해 좀 더 잘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합니다. 인도네시아 전문가인 그에게 국내에서 흔히 제기되는 궁금점들에 대해 물었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발췌.
작년과 올해 G20, 아세안 의장국을 잇따라 하면서 외교적 리더십도 발휘하고 있습니다. 조코위 정부는 정치적으로 소수 연립정부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주요 정당 일부를 빼고 모두 연립정부에 들어오게 해서 관리하고 있어요. 2014년, 2019년 대선때 라이벌로 맞붙었던 후보마저 국방 장관으로 임명하고 개인적 친분까지 과시하고 있는 중이죠. 이렇게 다방면에서 안정적 통치를 하고 있기 때문에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겁니다.
네덜란드의 식민 통치를 겪던 인도네시아는 1945년 공화국 정부를 수립하고 전쟁을 벌여 독립을 달성하는데, 이때부터 이미 ‘non-aligned(비동맹) 외교’라는 노선을 갖고 있었어요. 1950년대 들어 독립적, 적극적 외교라는 노선을 정립했고 이후 지금까지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이 노선을 계승하고 있죠.
그들이 말하는 독립적 외교란 세계가 진영으로 나뉘어 있을 때 한쪽에 줄 서서 그쪽에서 하자는대로 다 하진 않겠다는 의미가 강합니다. 과거 수하르토 정부때 미국하고 매우 친했지만 공식 동맹까지 맺진 않았던 것도 그 때문입니다. 적극적 외교란 모든 국가들과 거리를 두고 고립 외교를 하겠다는게 아니라, 분쟁 발생시 적극 중재에 나서는 등 세계평화에 일조하겠다는 취지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인도네시아의 외교는 객관적 역량과 별개로 세계질서를 주도하고자 하는 대국 정체성에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건국 초부터 대국의식이라는 주관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수행돼 왔다고 할까요. 인도네시아의 대국의식이 전통과 문화적 인식에서 비롯됐다면 한국의 강대국 의식은 비교적 최근들어 주조된 것입니다. 과거 한국은 약소국 의식, 변두리 의식이 있었는데 커진 국가 역량을 바탕으로 국제적 지위를 높이고자 중견국 외교를 모색하고 있는거죠.
우크라 사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중재한다는 입장입니다. 작년 G20 정상회담때 조코위 대통령이 중재 시도를 했는데 잘 되진 않았어요. 지금 대선후보인 쁘라보오 국방장관도 나서고 있는데, 구체적 타이밍이나 중재안 내용은 달라도 입장은 늘 비슷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한국은 인도네시아와 여건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습니다. 다만, 한국이 독립이후 짧은 역사에도 빠르게 국제사회에 진출하고 성공적으로 적응했지만 전문가들마저 다자주의에 대한 인식이 조금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습니다. 한국이 강대국과의 양자외교를 중시해 왔다면, 인도네시아는 아프리카 포함 인도양, 태평양 도서국과의 협력 등 외교적으로 상당히 다변화 돼있습니다. 지금 한국도 외교 다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인데, 인도네시아의 경험을 참고할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아세안 전체 인구가 6.7억 정도로 중국의 절반 정도 되니 중국시장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는 있겠죠. 다만 아세안 10개국이 하나의 단일 시장은 아니라 중국과 단순 비교하기에는 역시 좀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인도네시아가 버려도 되는 카드란 건 절대 아닙니다. 예나 지금이나 한국에게 매우 중요한 원자재 공급처로써 요샌 원자재 가공까지 현지에서 하고 있으니까요. 내수가 탄탄하다보니 외부충격에도 강해 소비시장으로써 충분한 매력을 갖춘 나라입니다. 지난 10여년간 임금수준도 많이 높아졌고 중산층 규모도 커졌고요.
한가지 특이점 이라면 7~8년 사이 여성들이나 가족 단위로 테러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예전에는 자폭테러라고 하면 남성들이 했거든요.
이슬람 보수화라면 사회적으로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모습 입니다. 무슬림 여성들의 옷이 점점 길어지고 대부분 히잡을 쓰고 다닙니다. 특히, 작년에는 혼외 성관계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통과됐어요. 간통죄 보다도 훨씬 강력한 거죠. 외국인에겐 예외로 한다지만 그래도 이로 인해 외국인들이 안 오려 할 것이고 사업 환경도 위축될 거라는 우려가 있긴 합니다.
다만, 이슬람 보수화가 정치인들의 강요에 의한 건 아닙니다. 인도네시아는 오히려 민주화 이후 보수화 됐다고 볼 수 있어요. 수십년전 수하르토 정부때는 국가가 종교적 색채를 드러내는것을 억압했습니다. 히잡 착용을 권하지 않았고 공무원의 경우 금지했죠. 지금은 무슬림 중산층들이 삶의 정체성을 고민했을 때 해답을 이슬람에서 찾았다는 식이에요. 때문에 인도네시아의 이슬람 보수화는 이슬람의 세계적 흐름이라는 맥락에서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예컨데, 24년 전 메가와티 전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할때는 여성이 대통령을 할 수 있는지 교리를 따져봐야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요즘 여성 정치가에 대해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인도네시아 가장 서쪽에 아체라는 지역은 유일하게 샤리아 형법을 허가하고 있는데, 매우 보수적인 이슬람 조례들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여성의 사회활동 참여를 확대하는 정책도 펴고 있어요. 이 지역 사람들은 이슬람 조례와 여성의 사회활동 참여가 모순이라고 생각하진 않고 있습니다.
※다음회에선 ‘아세안에서 구분되는 인도네시아만의 매력과 한류의 열기’에 대해 들어봅니다. 하단 기자페이지 ‘+구독’을 누르시면 쉽고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인터뷰 영상과 자세한 내용은 매일경제 월가월부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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