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예상 깬 랠리…나스닥 상반기 32%↑ '40년래 최고'
인플레 둔화 넘어 경기 연착륙 기대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가 올해 상반기 마지막날 급등했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다는 지표가 쏟아지면서 투자 심리가 반등한 가운데 주요 빅테크주들이 일제히 랠리를 벌였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상반기 32% 가까이 폭등하면서 40년 만의 최고 반기 수익률을 거뒀다. 특히 ‘대장주’ 애플은 사상 처음 시가총액 3조달러를 돌파하며 상승장을 주도했다.
빅테크 랠리에 나스닥 ‘40년래 최고’
30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상반기 마지막 거래일인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84% 상승한 3만4407.60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23% 오른 4450.38을 기록하면서 다시 4400선을 되찾았다. 나스닥 지수는 1.45% 급등한 1만3787.92에 마감했다. 이외에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0.38% 뛴 1888.73을 기록했다.
3대 지수는 올해 상반기 내내 예상을 깨고 뜨거운 모습을 보였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 긴축과 이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작지 않았음에도 투자자들은 매수를 멈추지 않았다. S&P 지수는 지난 6개월간 15.9% 급등했다. 2019년 이후 상반기 기준으로 최고 수익률이다. 2분기 동안에는 8.3% 오르며 3개 분기 연속 상승했다. 나스닥 지수는 무려 31.7% 폭등했다. 1983년 이후 40년 만의 최고 상반기 상승률이다. 나스닥 지수는 2분기 동안에는 12.8% 급등했다.
상반기 마지막날 3대 지수는 장 초반부터 상승세를 탔다. 개장 전 나온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뚜렷한 둔화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8% 상승했다. 직전월인 4월 당시 상승률(4.3%)보다 큰 폭 떨어졌다. 한 달 전과 비교한 PCE 지수는 0.1% 올랐다. PCE 헤드라인물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와 일치했다. PCE 물가가 주목 받는 것은 연준이 통화정책을 할 때 주로 참고하는 지표여서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는 4.6% 오르며 여전히 끈적함을 보였지만, 월가는 3%대 헤드라인을 더 주목했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시장분석가는 “PCE 가격지수는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이 이아지고 있음을 보여줬다”며 “비둘기파적인 물가 지표 이후 국채금리가 하락했다”고 말했다. 이날 뉴욕채권시장에서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835%까지 하락했다. 전거래일 대비 5bp(1bp=0.01%포인트)가량 내린 수치다.
기대인플레이션 역시 이와 비슷했다. 향후 1년 미시건대 기대인플레이션은 이번달 3.3%로 전월(4.2%) 대비 큰 폭 내렸다. 지난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시장은 일단 연준이 한 차례 추가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판단은 유지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현재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5.00~5.25%에서 5.25~5.50%로 25bp 올릴 확률을 84.3%로 보고 있다. 오는 9월, 11월, 12월 회의 때 5.50~5.75%까지 올리는 것은 각각 20~30%대에서 베팅하고 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연일 두 차례 인상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지만, 시장은 둔화하는 물가 지표를 근거로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있는 셈이다.
유럽 물가 역시 둔화했다.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이번달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CPI는 1년 전보다 5.5% 상승했다. 지난달(6.1%)보다 낮은 수치다.
인플레 둔화 넘어 경기 연착륙 기대
이런 와중에 미국 소비심리가 나아지면서 경기 연착륙 기대감까지 커졌다. 미시건대에 따르면 이번달 소비자심리지수 확정치는 64.4로 집계됐다. 전월(59.2)보다 개선됐다. 향후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는 61.5로 전월(55.4)보다 높아졌다. 월가 다수는 여전히 연내 경기 침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이와 동시에 그 강도는 약할 것이라는데 기울어 있다.
우호적인 거시 환경을 등에 업고 투심을 주도한 것은 빅테크주였다. 애플(2.31%), 마이크로소프트(1.64%), 알파벳(구글 모회사·0.80%), 아마존(1.92%), 엔비디아(3.63%), 테슬라(1.66%), 메타(페이스북 모회사·1.94%) 등 주요 빅테크주 모두 랠리를 보였다. 특히 엔비디아와 테슬라 주가는 올해 들어 각각 195% 이상, 140% 이상 각각 폭등했다. 빅테크주 중 30% 남짓 급등한 아마존의 상반기 상승률이 가장 낮을 정도로 랠리를 보였다.
특히 애플은 이날 사상 처음 종가 기준 시총 3조달러를 넘어섰다.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 분석가는 “애플 비관론자들은 계속 머리만 긁적이고 있다”며 “앞으로 12~18개월 동안 애플은 거대한 성장 르네상스를 맞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앞서 2년 내 애플 시총이 4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 인사다.
다만 월가 일각에서는 여전히 하반기 변동성에 대비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연준의 공격 긴축과 경기 침체 도래 가능성이 작지 않은 탓이다. 웰스파고의 앤나 한 주식전략가는 “S&P 지수는 하반기 다소 후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 주요국 증시는 모두 강세를 보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거래일과 비교해 1.26% 올랐고,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1.19% 상승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지수는 0.80% 뛰었다. 국제유가는 경기 연착륙 기대감에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1.12% 오른 배럴당 70.6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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