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없어서"…부당대우 사각지대 놓인 사회복무요원

박동해 기자 박상휘 기자 박혜연 기자 2023. 7. 1.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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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요원의 죽음] ③애매한 신분에 관련법 보호 못 받아
시민단체 "사회복무요원 보호 위해 병역법 개정해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지난 6월22일 열린 고(故) 최준 사회복무요원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복무 입법대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최 씨의 어머니 최명희 씨가 현장 증언을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박상휘 박혜연 기자 = "오늘 지금 이 순간에도 복무기관 이용자와 민원인의 괴롭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 직장인 노동자와 달리 사회복무요원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습니다. 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사회복무요원 안전복무제 실현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사회복무요원안전복무 인법 대안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대위에는 사회복무요원노동조합을 포함해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직장갑질119, 전태일재단 등 노동사회단체들이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조영훈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사무차장은 "(사회복무요원은) 산업안전보건법 41조의 고객응대 노동자 보호규정과 근로기준법 76조의3의 직장 내 괴롭힘 보호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하며 '법이 없어' 보호 받지 못하는 사회복무요원들의 현실을 알렸다.

이날 공대위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사회복무요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사회복무요원의 안전복무를 위한 병역법개정안'을 발표했다. 공대위가 발표한 병역법 개정안에는 △4급 사유 관련 업무 거부권 △복무 중 괴롭힘 금지 △복무기관 재지정 사유 추기 및 긴급 재지정권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 질병 악화될 수 있는 업무 회피할 할 수 있어야

먼저 '4급 사유 관련 업무 거부권'은 신체검사에서 4급 판정의 원인이 된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는 업무에 배정받을 경우 이를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공대위는 사회복무요원들이 신체·정신적 질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4급 판정을 받았음에도 오히려 이를 악화시킬 수 있는 업무에 배정되는 경우가 많아고 지적했다.

앞서 사회복무요원노조가 사회복무요원 350명(소집해제자 23명 포함)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를 보면 절반에 가까운 46%(161명)가 '4급 판정 사유와 배치되는 노동에 투입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44%(155명) 사회복무요원으로 질병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공대위는 신체적·정신적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회복무요원들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부담이 되는 업무를 배정받을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법적인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전 기사(아들의 7번째 제사상을 차리는 엄마…"막을 수 있었던 죽음")에서 소개했던 최준씨의 사례도 '4급 사유 관련 업무'에 배정된 경우다. 우울증 질환으로 불특정의 사람들과 대면하는 것이 어려웠던 최준씨는 민원 업무를 맡은 것을 괴로워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회복무요원 제복(자료사진)

◇ 부당대우 받아도…'괴롭힘 금지' 적용 대상 아냐

지난 2019년부터 일명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불리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사회복무요원은 법적으로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아 이 법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앞서 지난 2021년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이 사회복무요원의 직장 내 괴롭힘 금지와 관련한 병역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지만 3년째 제대로 된 논의가 되지 못하게 계류 중이다.

괴롭힘과 부당대우 등의 문제가 반복되자 병무청은 지난 2월 사회복무요원 복무관리 규정에 사회복무요원에게 폭언, 갑질 등 비인격적 대우를 한 직원을 문책(경고)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했다. 하지만 사회복무요원의 경우 소집은 병무청이 하지만 실제 근무는 민간시설 등 외부에서 하는 구조라 문제가 발생해도 병무청이 해당 기관에게 직원의 문책을 강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언급한 실태조사에서 응답자 64%가 복무기관에서 사용자, 이용자 등으로부터 폭행·폭언, 부당대우, 부당지시, 차별 등 괴롭힘을 당했다고 응답했는데 실제 노조로 접수된 갑질과 괴롭힘 사례들은 다양했다.

한 예로 지하철에서 근무한다고 밝힌 A씨의 경우 "지하철 특성상 불가피하게 돌아가면서 야간 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데 직원과 달리 어떠한 수당도 지급되지 않았다"며 휴게시간에 대한 규정도 없어 제대로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행정기관이나 복지시설 등에서 일하는 사회복무요원의 경우 기관·시설의 직원뿐만 아니라 이용자들로부터의 부당대우에도 노출되어 있다. 이에 공대위는 개정안에 복무기관 이용자 또는 민원인의 폭언 등에 대해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담았다.

실제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B씨의 경우 "복무 중 시설 이용자인 노인 분에게 폭언, 폭행을 당했으나 복지사들 은 사회복무요원보다 어르신들이 더 중요하다며 일 크게 만들지 말라고 묻고 가자고 한다"며 "직원이 당했어도 마찬가지로 대응할 것인지 묻고 싶다. 적어도 폭언과 폭행이 재발되지 않도록 어떠한 조치라도 취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되물었다.

지하철 사회복무요원의 일과표. 휴무일이 10일로 정해져 있고 근무 계획 변경은 불가능하다. 사회복무요원노조는 "주야 교대로 일하며 15시간 연속으로 일하는 지하철 사회복무 환경 속에서 근무 중에 실신한 사회복무요원 사례도 있었다"고 밝혔다.(사회복무요원노조 제공)

◇ 어려움 있을 때 근무지 원활히 옮길 수 있어야

마지막으로 공대위는 사회복무요원들이 복무 중 정상적인 근무가 불가능하거나 복무하고 있는 기관에서 계속 근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원활하게 근무지를 옮길 수 있도록 '복무기관 재지정'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국방위 국정감사자료를 보면 복무기관 재지정 인정률은 91%로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박찬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변호사는 "현행 병역법에 따르면 복무기관 재지정은 먼저 복무기관장이 재지정 사유가 있는지 1차적으로 판단하도록 되어 있다"라며 “재지정 사유가 발생하였더라도 복무기관장이, 자신이 장으로 있는 기관 내에서 문제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으면, 재지정 신청서를 병무청에 아예 올리지를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공대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지정이 긴급한 경우 사회복무요원들이 복무기관을 거치지 않고 재지정원서를 지방병무청장에게 직접 제출할 수 있도록 현행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공대위는 현재 한정된 재지정 사유에 △4급 판정의 원인 질환이 악화될 수 있는 경우 △복무기관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확인돼 피해 당사자가 재지정을 요청하는 경우를 추가시켜 부당한 일을 당하는 사회복무요원들이 좀 더 원활하게 복무기관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은성 공대위 공동대표(사회복무요원노조 사무처장)는 "차 개정안과 관련해 병무청과 논의를 할 예정"이라며 "논의를 통해 법령이 필요한 것과 법령이 필요하지 않아도 병무청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다시 구분해 법안 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a href="https://www.dropbox.com/scl/fi/ncyhijfak0x82g2puzklb/_-_-_-_.pdf?dl=0&rlkey=ukf4shsxoxq9amvtzcn2023y4">복무 중 괴롭힘 금지, 모든 사회복무요원의 안전복무를 위한 병역법 개정안> 전문

■ 기획취재팀(박상휘 팀장, 박동해·박혜연 기자)

pot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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