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알트만은 월드코인으로 뭘 하려는 걸까? [티타임즈]

배소진 기자 2023. 7. 1.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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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채로 사람과 AI 구분하고, 코인으로 기본소득 지급한다는 샘 알트만

최근 챗 GPT를 만든 오픈AI의 CEO 샘 알트만이 한국을 방문하면서 암호화폐인 월드코인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홍채 데이터로 사람과 AI를 구분하고, 홍채 데이터를 인식하면 코인을 지급한다.' 오픈 AI 창업자 샘 알트만의 구상이다.

월드코인은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홍채를 인식해 사람임을 인증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는 점점 더 내가 대화하는 것이 사람인지 인공지능인지, 어떤 콘텐츠가 사람이 만든 건지, AI가 만든 건지 구분하는 것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AI의 발전으로 한 곳에 집중될 부를 재분배하고, 사람들의 소득을 보전할 기본소득 지급을 위해서도 사람마다 고유한 홍채 데이터와 블록체인 코인을 활용한다는 게 두 번째 목표다.

상당히 설득력 있어 보이지만 과연 나의 홍채 데이터를 넘겨줘도 괜찮은지, 월드코인을 중심으로 경제생태계가 가능할지 등에 대한 의문도 여전히 남아있다.


월드코인은 무엇인가?
월드코인은 샘 알트만이 2019년 공동창업한 '툴즈 포 휴매니티'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로, 홍채 데이터를 통해 사람들의 신원을 인증하고,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반으로 월드코인이라는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홍채인식을 선택한 이유는 지문인식, 안면인식보다 위조가 어렵고 일란성 쌍둥이라도 형태가 다 다르기 때문이다. 월드코인 측에 따르면 홍채 인식은 안면 인식보다 1만 배 더 정확하게 신원을 식별할 수 있다.

사람들이 홍채 인식 스캔 기기인 '오브'를 통해 홍채 인증을 하면 홍채 데이터가 고유 인식 번호로 암호화돼서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저장된다. 이 암호화된 고유 인식번호가 '월드 ID'로, 디지털 세계에서의 인터넷 여권처럼 각 개인을 증명하는 역할을 한다. 월드 ID를 통해 신원이 인증된 사람은 스마트폰 암호화폐 지갑 '월드 앱'을 통해 월드코인을 지급받을 수 있고, 다른 암호화폐나 달러 같은 법정 화폐로 교환도 할 수 있다.

2023년 6월 30일 기준 전 세계 약 193만 명이 홍채를 스캔하고 월드 ID를 발급받았다.

샘 알트만은 월드코인으로 무엇을 하려는가?
샘 알트만은 기본소득에 대해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이 하던 노동은 대신하면 인간은 좀 더 창의적인 일에 시간을 쓸 수 있지만, 노동 소득이 감소할 우려가 있다. 또한 인공지능을 가지고 있는 거대기업으로 부가 쏠릴 수도 있다. 그래서 인공지능을 통해 만들어지는 경제적 가치를 재분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본소득 프로젝트의 난제가 어떻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냐는 것이다. 사실 국적, 직업, 나이 상관없이 전 세계인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려면 현재의 행정, 금융 시스템으로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출생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고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들도 상당수다. 2020년 기준 전 세계 인구의 31%가 은행 계좌가 없다. 하지만 스마트폰만 있으면 은행 계좌가 없어도 암호화폐는 받을 수 있다. 기본소득의 지급 문제를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암호화폐라는 결론을 내리고 시작한 것이 월드코인 프로젝트이다.

월드코인의 또 다른 목적은 디지털 세계에서 진짜 사람에게는 인격, 즉 'Proof of personhood'를 인증하는 것이다. 향후 가상인간, 챗봇 등이 대거 등장한다면 디지털 세계에서의 어떤 온라인 행위가 인공지능이 한 것인지, 인간이 한 것인지 구분하는 것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인격의 증명을 위조할 수도 없고, 개인마다 고유할 수밖에 없고,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홍채 데이터, 즉 월드 ID로 하겠다는 것이 월드코인의 설명이다.

홍채 인식 데이터 축적은 문제가 없을까
데이터 전문가들은 전화번호, 카드번호 등 흔히 취약하다고 알려진 데이터보다 생체 정보를 스캔한 데이터가 훨씬 민감하고 유출됐을 때도 더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이들 번호는 유출되면 바꿀 수 있지만 홍채 스캔이 유출됐다고 홍채를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월드코인은 오브가 스캔한 홍채 이미지는 암호화된 코드로 변환된 뒤 즉시 삭제되기 때문에 홍채 정보가 악용될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미국 국가안보국의 내부고발자로 유명한 에드워드 스노든은 이미지를 삭제한다고 해도 해시 데이터는 남아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스캔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미 일부 해커들이 오브에 악성코드를 심고, 오브 기기 담당자의 로그인 정보 등을 빼돌리는 일이 벌어지는가 하면, 중국 암시장에서 월드코인 토큰을 받기 위해 홍채 데이터가 거래되고 있다는 폭로가 나오기도 했다.

홍채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데이터 착취가 일어나고 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MIT테크놀로지리뷰에 따르면 2021년 월드코인이 인도네시아, 케냐, 수단 등 12개 국가에서 시행한 현장 테스트에서 월드ID 가입자 유치를 담당한 오브 오퍼레이터들은 경품을 걸거나 자선행사로 꾸며 사람들을 모았다. 홍채 스캔을 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월드코인 프로젝트가 무엇인지 정확히 고지하지 않은 채 사람들의 생체인증 정보 데이터를 모았다는 비판이다.

더욱이 홍채 데이터를 받아 가는 대가로 제공하는 월드코인은 아직은 얼마가 될지 모르는 차용증에 불과하다. 실제 월드코인을 사용할 수 있는 경제 생태계가 만들어질지도 불분명하다. 월드코인 측은 10억 명의 사용자를 모으면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해 월드코인 토큰으로 돌아가는 경제 모델이 갖춰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이 언제가 될지, 또 실제 가능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사진=티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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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소진 기자 sojin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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