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도 계도지 사라지지 않아…4개 자치구서 3억원 넘어

장슬기 기자 2023. 7. 1.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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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구 중 예산 가장 많은 유성구 "1인당 1부씩 구독희망신문 파악해"…서구청만 계도지 폐지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대전 지역 자치구에도 계도지 관행이 사라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광역시에는 5개의 자치구가 있는데 이중 대전 서구의 경우 지난 2009년 계도지 예산을 없애고 현재 계도지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있다.

계도지는 지자체가 세금으로 통·반장 등이 보는 신문 구독료를 대납하는 제도다. 군사정권 시절 정부 시책을 주민들에게 전해 계도한다는 명목으로 만들어진 관언유착 관행이다. 합리적 기준 없이 홍보비를 집행해 신문사와 유착 가능성에 비판이 나오지만 서울 지역 25개 자치구, 강원 지역에서 원주시를 제외한 16개 시군에서도 계도지 예산을 폐지하지 않고 있다.

▲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대전 서구를 제외한 나머지 4개 자치구의 올해 계도지 예산은 총 3억2187만6000원으로 나타났다. 사진=pixabay

미디어오늘이 대전 지역 자치구 5곳(대덕구·유성구·서구·중구·동구)에 정보공개청구해 받은 최근 3년치 계도지(통반장구독신문·통장복지용신문 등) 현황을 보면 서구를 제외한 올해 4개 자치구 계도지 예산은 총 3억2187만6000원으로 집계됐다. 또 4개 자치구는 대전일보(1082부)를 가장 많이 구독하고 있었다. 월 구독료는 1만5000원으로 올해 대전일보 계도지 예산은 총 1억9476만원으로 집계됐다. 4개구 계도지 전체 예산의 약 60%를 차지하는 규모다.

유성구는 올해 대전일보 427부, 충청투데이 89부, 금강일보 37부, 중도일보 28부, 충남일보 20부, 서울신문 14부, 충청신문과 중앙일보 각 3부씩 구독해 총 1억1577만6000원을 배정했다. 이는 매년 증가 추세로 유성구는 지난해 1억1313만원, 지난 2021년 1억1088만 원을 계도지 예산으로 집행했다. 4개 자치구 중 서울신문을 편성한 곳은 유성구가 유일했다. 유성구는 진잠동과 전민동에 각 7부씩 서울신문을 지급하고 있다.

중구는 올해 대전일보 191부, 충청투데이 107부, 금강일보 51부, 충남일보 28부, 중도일보 25부, 대전투데이 5부로 총 7326만 원을 배정했다. 계도지 예산은 지난해, 2021년과 동일하다.

동구는 올해 대전일보 229부, 충청투데이 114부, 금강일보 16부, 중도일보 7부, 충남일보 5부, 대전투데이 2부로 총 6732만 원을 편성했다. 동구는 지난 2021년 6765만 원, 지난해 6813만 원을 각각 계도지 예산으로 편성했다.

대덕구는 올해 대전일보 235부, 충남일보 19부, 충청일보 16부, 금강일보 15부, 중도일보 2부, 대전투데이와 경향신문 각 1부씩 구독하고 있다. 대덕구는 계도지 예산으로 올해 6552만 원을 편성했다. 지난해에는 6774만 원, 지난 2021년에는 6399만6000원을 각각 편성했다.

4개 자치구 중 계도지 예산이 가장 많은 유성구는 “지역 동향을 파악하는 등 통장 업무 수행 지원”을 이유로 계도지를 지급한다고 했고, “1인당 1부씩 구독 희망 신문을 파악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계도지에 대해 통반장이 원하지 않는 신문을 지자체가 일방적으로 구독하게 한다는 비판도 있는데, 이를 염두에 둔 해명이다.

대전 서구는 계도지 예산을 책정하지 않고 있다. 서구의 경우 지난 2009년 계도지 예산을 모두 삭감했다. 지난 2006년 충청투데이, 2008년 중도일보가 계도지 거부를 선언했고, 서구의회가 2008년말 계도지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대전충남민언련에 따르면 2009년 당시 계도지 예산은 유성구 7728만 원, 대덕구 6300만 원, 동구 5500만 원, 중구 5000만 원 등 총 2억4500여만 원이었다. 당시 대전일보가 계도지 예산의 70% 가량을 차지했다.

전국적 계도지 폐지운동 대전에서도 있었지만

2000년대 초반 전국적으로 펼쳐진 계도지 폐지 운동은 대전에도 있었다.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대전충남민언련)이 2000년 출범하면서 계도지를 개혁 대상으로 봤다.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고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실태를 파악하며 폐지 운동을 시작했다.

2006년 충청투데이, 2008년 중도일보가 계도지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중도일보는 “오는 6월1일부터 대전시 각 구청 주민들에게 배포해 온 일면 '계도지' 보급을 중단한다”며 “최근 계도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지고 있고 2008년도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 대상자에 선정됐기에 700여부의 계도지 배포를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지발위)에서 지역신문 우선지원대상사를 선정할 때 계도지 예산을 받는지가 평가 항목에 포함돼 있다.

▲ 지난 2008년 5월30일자 중도일보 기사

계도지를 가장 많이 받는 대전일보의 반발도 있었다. 대전일보는 2009년 2월7일 1면기사 <정정당당, 대전일보 정론 위해 정부지원 신청조차 안 했습니다>에서 “지역신문발전기금 등 정부에서 지원하는 그 어떤 자금도 일체 받지 않는다”며 건강한 지역신문 지원을 위해 만든 지역신문발전기금을 비판했다. 이날 사설에선 “신문업계에 실로 낯뜨겁고 참담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어 언론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며 “일부 지역 신문사도 정부 예산을 지원받은 사실에 대해 과시라도 하는 듯해 뒷맛이 개운치 않다”고 했다. 충청투데이와 중도일보가 계도지를 거부하고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 대상에 선정된 것을 비판한 내용이다.

이틀 뒤인 2월9일 대전충남민언련은 논평에서 대전일보가 2005년과 2006년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에 신청한 사실을 거론하며 “지역신문발전기금 취지와 성격을 정부의 압력 수단으로 왜곡하는데 기금지원제도가 지역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압력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사례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며 “지역문화 발전과 지역언론 활성화 차원에서 유럽 등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제도로 선정되려면 오히려 경영 투명성, 취재윤리 준수 등을 엄격하게 요구받게 된다”고 반박했다.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 거부를 선언했던 대전일보는 2011년 지발위에 우선지원대상사로 지원해 선정됐다. 이용성 민언련 정책자문위원장은 지난 1일 “계도지가 대부분 지역에서 사라지고 서울에서도 우선지원대상사로 선정된 지역주간신문이 4곳 밖에 없기 때문에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 선정 과정에서 계도지 기준에 대한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우선지원대상사 선정시 계도지 관련 기준이 있지만 그 비율이 적어 계도지를 받으면서도 지원대상사로 선정된 사례다. 지발위 지원 사업에 대해 계도지 관행이 걸림돌이 되지 않으면서 충청투데이·중도일보 등도 다시 계도지를 받기 시작했고 당시 계도지 개혁 운동은 서구청이 폐지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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