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다툼', 밝혀진 바그너 반란 이유, 푸틴은 뒷 수습 나서
바그너그룹의 우크라 전공으로 정계 진출 노려
군부 엘리트, 바그너그룹 견제하며 프리고진과 본격 충돌
프리고진은 당초 군부 엘리트 생포 계획, 미리 발각되자 모스크바 진군
원치 않았던 무리수...즉시 등 돌린 푸틴에 프리고진 역시 반란 포기
푸틴은 부하들 다툼에 권위 망가져, 즉각 체재 강화 노력
[파이낸셜뉴스] 러시아에서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반란 이후 약 1주일이 지난 가운데 이번 사태가 체제전복 목적이 아닌 권력다툼의 연장이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프리고진의 흔적을 지우면서 체제 강화에 나섰다.
반면 바그너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사기 및 성매매 알선 등으로 체포된 전과자 출신이다. 그는 1980년대 요식업을 통해 푸틴과 가까워지면서 신흥재벌(올리가르히)로 거듭났지만 여전히 인정받지 못했다.
그는 2014년 바그너그룹을 세운 뒤 러시아 정규군이 손대기 어려운 일을 도맡으며 자체적인 군대를 키웠고, 쇼이구를 비롯한 실로비키와 대립했다. 프리고진은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곧장 참전해 최전선에서 싸우면서 러시아 정규군과 전공을 다퉜다. 외신들은 그가 이번 전쟁에서 명성을 떨쳐 정치적인 기반을 마련하려 했다고 추정했다.
그의 계획은 지난 1월 세르게이 수로비킨 육군 대장이 우크라 작전 총사령관에서 경질되면서 본격적으로 틀어졌다. 그는 2017년 시리아 내전에서 반군에게 무자비한 폭격을 가해 '아마겟돈 장군'이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프리고진과 각별한 사이였다.
6월 29일 CNN에 따르면 수로비킨은 바그너그룹의 VIP회원이기도 했다. 당시 BBC 등 외신들은 수로비킨이 정치적인 이유로 총사령관에서 밀려났다고 분석했다. 이후 게라시모프가 직접 총사령관 자리에 올랐다.
게라시모프가 지휘하는 정규군은 전선에서 사사건건 바그너그룹과 충돌했다. 프리고진은 정규군이 바그너그룹의 전공을 훔쳐간다고 주장했으며 러시아 국방부가 일부러 탄약을 주지 않는다며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이러한 갈등은 우크라 동부 바흐무트 전투에서 극에 달했다.
그러나 이는 실질적으로는 바그너그룹 병사들을 직접 통제하여 프리고진의 지휘권을 박탈하는 행위였다.
러시아 하원의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 국방위원회 위원장은 6월 29일 인테르팍스통신을 통해 바그너그룹만 계약에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카르타폴로프는 “프리고진에게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바그너그룹이 우크라 '특별군사작전'에 참여할 수 없게 되고, 동시에 정부의 금전적 지원도 받지 못할 것이라는 통보가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조직과 돈을 모두 잃게 된 프리고진은 결국 도박을 결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월 28일 서방 당국자들을 인용해 프리고진의 원래 계획이 생포와 협상이었다고 설명했다. 프리고진은 6월 24일에 우크라 전선에서 가까운 러시아 로스토프주의 남부 군관구 작전사령부를 급습해 쇼이구와 게라시모프를 생포한 뒤, 러시아 정부를 상대로 개별 계약 조치를 물려달라고 요구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해당 계획은 실행 이틀 전에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발각됐다. 쇼이구 등은 급히 모스크바로 몸을 피했고 프리고진은 어쩔 수 없이 실행 전날 작전을 바꿔 남부 군관 사령부를 점령한 이후 모스크바를 향해 북진했다. 프리고진은 정부가 쇼이구 등을 내놓으면 북진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반란 당시 2만5000명의 병력을 이끌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를 따른 병력은 약 5000~8000명 수준으로 애초에 모스크바를 점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푸틴은 체제 전복 목적이 아니라는 프리고진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그를 즉각 반역자로 규정하며 등을 돌렸다. 모스크바 남방 약 200km까지 북진했던 프리고진은 결국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를 통해 36시간동안 진행한 반란을 멈추고 벨라루스로 망명했다. 반란 과정에서 최소 13명의 러시아 정규군 병사가 사망했다.
다만 푸틴은 자신의 권위에 직접 도전한 프리고진은 가만히 두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푸틴은 일단 6월 26일 쇼이구를 비롯한 실로비키들과 회동하며 군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했다. 푸틴은 다음날 반란 진압 군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프리고진의 식품업체 콩코드를 언급하고 “콩코드 기업의 소유주는 러시아 군에 음식을 공급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연간 800억루블(약 1조2000억원)을 벌었다”고 말했다. 이어 “바그너그룹과 그 수장에 지급된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WSJ 등 외신들은 6월 29일 보도에서 프리고진의 측근이었던 수로비킨이 행방불명이라며 러시아 당국에 체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푸틴은 권력 누수를 감추기 위해 적극적인 외부 행사를 진행했다. 푸틴은 6월 28일 러시아 연방 남서부 다게스탄 공화국의 데르벤트를 방문해 직접 관광발전회의를 주재하고 시민들과 만났다. 그는 7월 4일 인도에서 열리는 제22회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중국 및 인도 정상들에게 이번 사건을 해명할 예정이다.
러시아 독립 여론조사기관 레바다센터가 6월 25~6월 2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푸틴의 지지율은 반란 전 82%에서 반란 당일 79%로 내려갔다가 다시 82%로 돌아왔다. 반면 프리고진에 대한 지지율은 60%에서 29%로 급락했고 쇼이구의 지지율 역시 60%에서 48%로 추락했다.
세계 각지에서 약 5만명을 고용하고 있는 바그너그룹의 미래는 아직 불투명하다.
BBC방송에 따르면 러시아 내 바그너그룹 모병소는 6월 29일 기준으로 여전히 정상 영업 중이었다. 카르타폴로프는 6월 26일 "바그너그룹은 전투력이 강한 부대로 이는 러시아군 인사들을 포함해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을 무장 해제시키고 해산하는 것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우크라에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반란 직후 일부 바그너그룹 병사들이 사용하던 중장비를 반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외교부는 바그너그룹이 주둔한 국가에 전화를 돌리며 바그너그룹의 기존 업무를 유지하겠지만 관리 주체가 바뀐다고 통보했다.
루카셴코는 지난 6월 27일 기준으로 프리고진과 일부 바그너그룹 병력이 벨라루스에 진입했다며 버려진 군사기지 한 곳을 주둔지로 제공했다고 말했다. 프리고진의 향후 행보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루카셴코는 "바그너그룹 지휘관이 와서 우리를 도와준다면 값진 일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에게서 공격과 방어 전술 등 전투 경험을 얻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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