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랏빚 50조원 줄일 방법 있는데, 정부 국회가 실천을 안 할 뿐
올 들어 5월까지 세금 수입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6조원 줄었다. 경기 침체와 기업 이익 감소 탓에 법인세·소득세가 대폭 줄어든 탓이 컸다. 수출 부진, 내수 침체 여파로 내년에도 세수 부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가 기초연금·아동수당·청년수당·실업급여 등 현금 복지 항목을 대폭 늘려 놓은 탓에 고정성 지출은 계속 불어날 수 밖에 없다. 세수는 구멍 났는데 지출은 늘어나는 구조적 재정 적자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부족한 세수를 메우려 증세하는 것은 경제 활력을 떨어트릴 위험성이 있다. 국가 부채가 1000조원을 넘은 상황에서 적자 국채를 찍어 빚을 늘리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남은 방법은 씀씀이를 줄이는 재정 다이어트뿐이다. 역대 정부 모두 예산안 편성 때마다 지출 구조조정을 공언했지만, 모두 숫자 장난에 그쳤다. 지출을 줄이는 것은 고통스럽고 쉽지 않은 일이지만 방법이 없는 게 아니다. 당장 낭비되고 있는 지방교육 교부금부터 대폭 잘라낼 수 있다.
현재 내국세의 21%를 무조건 시도 교육청에 나눠주고 있다. 50여 년 전 교육 여건이 열악하던 시절 도입한 궁여지책이었지만 그럴 필요가 없어진 지금도 남아있는 대표적인 세금 낭비 제도다. 감사원이 2020~2022년 지급된 교육 교부금 195조원의 지출 내역을 조사한 결과 한 해 평균 14조원이 낭비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시도 교육청 곳간엔 사용처를 찾지 못해 쌓아둔 현금만 22조원에 이른다. 국회가 의무 배분 법 규정만 고쳐도 매년 10조원 이상의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병사 월급 인상을 중단해도 연간 10조원대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병장 월급 200만원’ 공약을 실행하면 병사 월급에만 연 5조여 원이 필요하고, 부사관·장교 월급까지 맞춰주려면 10조원 이상 필요하다. 정부는 노인 기초연금도 월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인상할 계획인데, 이대로 가면 노인 인구 급증 탓에 한해 기초연금 예산이 올해 22조원대에서 2030년엔 46조원으로 불어난다. 기초연금을 현 수준에서 묶으면 수십조 원을 줄일 수 있다. 노후 보장의 주 역할은 국민연금이 담당하고 기초연금은 저소득층에 집중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 이 3가지 재정 개혁만 실행해도 연 40조~50조원대 세금을 아낄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빚내서 돈 뿌리기 폭주 탓에 국가 부채가 1000조원을 넘고, 현금 살포식 복지 지출이 크게 늘었다. 복지 지출은 한번 시작하면 중단하기 어렵다. 윤 정부도 첫 예산을 편성하면서 긴축을 표방하긴 했지만, 굵직한 현금성 복지는 수술하지 못했다. 현금성 복지 지출을 현 수준에서 동결하고, 불합리한 교육 교부금 제도를 수술해 마련한 재원을 미래 성장 동력에 집중 배분해야 한다. 우리나라 재정 문제는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다. 정부와 국회가 국민 인기를 얻으려 실천을 안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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