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값싼 휴가
[아무튼, 레터]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지은 신작 ‘꿀벌의 예언’이 대형 서점 매대에 놓여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매스커레이드 게임’, 기욤 뮈소의 ‘종이 여자’도 보인다. 장마와 폭염, 여름이 도착했다는 신호다.
저 이름들은 무라카미 하루키, 알랭 드 보통 등과 함께 한국 독자가 좋아하는 외국 작가로 꼽힌다. 번역된 책이 많고 골고루 읽힌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으로 이름난 히가시노 게이고는 독자가 읽는 속도보다 쓰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말이 있을 만큼 창작력이 왕성하다. 교보문고 구환희 MD는 “야구로 치면 ‘저 선수 아직도 뛰고 있네? 게다가 잘하잖아?’라는 느낌을 준다”며 “그런 ‘올드 보이들’의 책은 익숙해서 좋고 기대한 맛을 어김없이 제공한다”고 했다. 명절 때 ‘작가님께 갈비라도 한 짝 보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란다.
이제 에어컨 없이는 견디기 힘든 7월이다. 장마철 전후로는 습도도 70~80%로 치솟는다. 에어컨은 사실 책을 위해 태어났다. 미국 뉴욕의 제철소에서 일하던 엔지니어 윌리스 캐리어(Carrier)는 한 인쇄소가 여름철마다 습도 때문에 종이가 축축해지거나 색깔이 번지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1902년 냉방 장치를 개발해 ‘공기처리장치’로 특허를 받았다. 캐리어 에어컨은 1920년대 백화점과 극장에 설치됐고 1950년대부터 일반 가정에 들어갔다.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됐다. 대형 서점들은 이 무렵부터 희비가 엇갈린다. 비가 계속 오면 누가 웃고 누가 울까. 짐작하다시피 오프라인 서점은 울상이다. 정반대로 온라인 서점은 비를 반긴다.
예스24에 의뢰해 장마와 책 판매의 연관성을 조사한 적이 있다. 장마 기간에는 매출이 약 1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스24 관계자는 “다른 변수도 있겠지만, 장맛비를 뚫고 오프라인 서점에 가는 고객보다는 편하게 집에서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는 고객이 더 많다”고 했다. 비가 쏟아지는 날 책 주문량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여름 휴가철 독서 시장에서 소설은 전통의 강자다. 꼭 외국 소설이 아니어도 좋다. 윤정은의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김진명의 ‘풍수전쟁’, 김호연의 ‘불편한 편의점‘ 등을 장바구니에 담는 독자도 많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 처음 맞는 여름, 휴가 비용은 여느 해보다 높이 치솟을 것이다. 책은 어쩌면 당신이 살 수 있는 가장 값싼 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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