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中 정서 최고조에도… 중국 ‘단맛’에 홀린 한국인
대한민국 ‘탕후루 열풍’
10대가 찾는 간편식 1위
“눈물 날 것 같아. 이걸 위해 얼마나 많은 길을 걸은 거니.”
인기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지수가 감격에 젖어 말했다. 유럽 투어 콘서트를 위해 들른 독일 베를린에서, 이 음식을 목놓아 외치며 야시장을 한참 헤맨 직후였다. 나무 꼬치에 딸기 몇 알이 꽂힌 디저트, 바로 ‘탕후루’(糖葫蘆)를 발견한 것이다. 지난 3월 공개한 유튜브 영상에서 지수는 동료 멤버 제니와 함께 번갈아 한입 깨문 뒤 고개를 끄덕인다. “이거야. 굿.”
◇블랙핑크도 찾아헤매는 맛
작은 종이컵을 받친 나무 꼬챙이에서 과일을 빼먹는 행인들이 최근 크게 늘었다. 탕후루다. 설탕을 의미하는 ‘탕’에서 알 수 있듯, 설탕물을 발라 딱딱하게 굳힌 과일을 꼬치에 꽂은, 송나라 때도 있었다고 전해지는 중국의 대표 길거리 음식이다. 무협영화 ‘의천도룡기’ 주인공이 엄마와 시장에 갔다가 사먹는 것, ‘패왕별희’에서 경극학교를 도망쳐 나온 아이가 홀린듯 입에 넣는 달콤한 군것질거리.
그 ‘탕후루’의 인기가 한국에서 치솟고 있다. 지난 4월 열린 ‘2023 서울디저트페어’에서도 단연 화제의 상품이었고, 프랜차이즈 매장도 크게 확장 중이다. 최근 매장을 200개까지 늘린 ‘왕가탕후루’를 비롯해 ‘황후탕후루’ ‘판다탕후루’ 등 종류도 증가 추세. 모두 한국 회사다. 조리가 간편하고 초기 투입 자본도 크지 않아 소규모 창업에 뛰어든 자영업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개그맨 김준호도 열풍에 가담했다. 업계 관계자는 “며칠 전 50m 거리에 경쟁 가게가 입점해 깜짝 놀랐다”며 “과열 경쟁 양상에 불안하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反中 정서마저 뚫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탕후루는 올해 상반기 냉동·간편조리식품 중에서 10대가 가장 많이 검색한 품목이었다. 인스타그램·페이스북·카카오스토리 등 소셜미디어에서 수집한 정보다. 단맛에 약한 10대가 앞장서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마트용 ‘아이스 탕후루’까지 생겨난 데다, 과일의 알록달록함이 사진용으로 좋고, 깨물 때 나는 파열음을 ASMR(소리로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 영상)로 즐기는 유행이 일면서 소셜미디어 인기 아이템이 됐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지점은 지금 젊은 세대의 반중 정서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미국 미 외교 전문 매체 디플로맷에 따르면, 한국인(성인 1364명)의 81%가 중국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었다. 게다가 지난해 6월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 보고서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18국 중 청년 세대의 반중 여론이 노년 세대를 가장 크게 앞선 나라였다. 중국에 호의적인 청년(18~29세) 비율은 6%에 불과했다.
그 와중에 중국 음식 탕후루가 젊은 층의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용재 음식평론가는 “음식은 의복이나 가전제품과 달리 소비 시간이 짧아 정치적 거부감이 개입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다”며 “한국식으로 적극 변주한 조리법도 국적성이 흐려지는 데 일조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진화하는 中食
탕후루는 ‘겉·바·속·촉’의 대명사다. 바삭한 겉면이 씹는 순간 와사삭 파괴되면서, 과일 속 즙이 촉촉하게 입안을 적시는 식감이 핵심. 그러나 한국의 탕후루는 중국식 오리지널 탕후루와는 조금 다르다. 본토보다 설탕 코팅을 더 얇게, 덜 끈적이도록 개량했기 때문이다. 찐득한 설탕이 치아에 달라붙는 불편함을 최소화한 것이다.
오리지널 탕후루는 산사나무 열매나 딸기를 주재료로 삼지만, 이제는 토마토·샤인머스캣·귤·체리·블루베리·거봉·파인애플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시중에서는 딸기 네 알 꽂힌 탕후루가 개당 3000원 수준. 그래서 아예 직접 레시피를 개발해 집에서 만들어 먹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과일 아닌 ‘감자 탕후루’, 단맛을 극대화한 ‘사탕수수 탕후루’, 설탕 대신 감미료 이소말트(isomalt)를 사용한 ‘제로슈거 탕후루’, 얇은 설탕막을 만들어 과일 위에 포장 비닐처럼 씌운 ‘비닐 탕후루’ 등이 잇따라 태어난 배경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또다시 조별리그 탈락...한국야구 계속되는 국제무대 잔혹사
- 우리서 탈출한 원숭이들에 골머리 앓는 이 나라...경찰서까지 습격
- “아이 키우기 힘들다” 생후 7개월 쌍둥이 딸 살해한 비정한 엄마
- [단독] 낙엽도 재활용? 과도한 재활용 정책에 서울시 ‘위장 재활용’ 12만t
- 연세대, ‘논술 효력 정지’에 입장문... “본안 판결 따라 방안 마련”
- 이현재 하남시장, 교산신도시 현안 국토부에 건의... “자족기능 강화”
- 법원, 위법 노조 활동에 임금 환수 검토… 노조는 ‘단식 농성’ 반발
- 국방장관 탄핵 꺼낸 野 “김건희 이슈 덮으려 대북전단 방치”
- 윗집 청소기 돌리자 “층간소음” 격분... 34㎝ 흉기 들었다
- 젊어지려고 매년 수십억 쓴 억만장자...퉁퉁 부은 얼굴 공개, 무슨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