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이재명 대표와 ‘노동 안전’
낮 기온이 32도를 웃돈 지난해 7월. 기자는 경기도의 한 물류 센터에 가서 상자를 날랐다. 폭염 속 열악한 근무 환경에 놓인 노동자들을 취재하기 위한 체험이었다. 기자 포함 모두 20명이 대형 TV에서 신선식품까지 크고 작은 상자를 옮겼고, 작업복은 온통 땀으로 젖었다. 축구장 크기 작업장의 폭염 대책은 1m 높이 대형 선풍기 9대. 그나마 4대는 고장이었다. 일꾼들이 정말 원한 건 ‘에어컨’이었지만,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최근 한노총 건설산업노조 경기지부의 전 간부가 2021년 4월부터 1년 6개월 동안 지자체의 ‘노동안전지킴이’ 사업 보조금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는 기사를 썼다. 노동안전지킴이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노동 전문가가 사업장을 감시 및 지도하는 제도다. 이재명 대표 경기지사 시절 민선 7기 공약이었고, 2020년 4월 처음 도입된 사업이다. 당시 경기도와 성남시는 한노총에 이 사업을 위탁했고, 매년 예산 2억6600만원을 줬다. 그런데 사업이 시작된 지 1년 만에 횡령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경찰은 횡령을 묵인·동조한 한노총 경기본부 성남지역지부 현직 간부도 조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특이한 사실은 수사 대상에 오른 전·현직 간부 모두 이 대표의 지선,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이 대표의 각종 선거를 도와준 대가로 한노총 성남지역지부가 보조금 특혜를 받았다는 의심이 이어졌고, 결국 간부들의 배만 불린 사업이 왜 필요하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대표의 경기지사 임기는 2018년 7월부터 2021년 10월까지였다. 당시 경기도는 2020년도 예산 70억원을 들여 수원시 인계동에 있는 5층 빌딩을 매입하고 이를 민노총 경기지부가 3년 가까이 공짜로 쓰게 해줬다. 별도로 1억원의 건물 관리비까지 지원했다고 한다. 경기도는 그렇게 지난 5년간 양대 노총에 보조금 203억원을 지원했다.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익을 위해서라면 시민의 세금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렇지 않을 경우다.
노동안전지킴이는 2인 1조로 경기도의 시나 군에 파견된다. 지자체에서 사업장 리스트를 제공하면, 지킴이가 순찰하면서 안전 수칙을 지키는지 확인한다고 한다. 당시 일했던 택배 물류 센터의 노조는 민노총 소속. 이번 횡령 사건을 계기로 통화했더니, 담당 팀장은 노동안전지킴이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추가로 경기도 건설 현장 4곳에 전화했지만 마찬가지였다. 4곳의 현장 팀장은 모두 노동안전지킴이를 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고 대답했다. 과연 여기만의 일일까. 도대체 누구에게 필요한 노동안전지킴이고, 누구를 먹여 살리는 지원금인가. 진짜 노동자들의 땀은 줄줄 흐르는데, 정치인들과 결탁한 노조 간부들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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