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때 전사자 속출한 마을 소년, 건설사 회장 되자 한 일은...
“6·25 전장 투입된 마을 어른 중 살아서 돌아오신 분이 단 2명… 그분들 헌신 덕분에 오늘 있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성북구 성북동의 한 허름한 2층 단독주택에선 수선 공사가 한창이었다. 대문에선 페인트칠, 방 두 칸에선 각각 벽지 교체가 이뤄지고 있었다. 이틀 전 작업이 끝난 거실과 주방은 신축 아파트 같았다. 누수로 썩어서 검게 변하고 거칠게 일어났던 거실 나무 바닥은 신축 아파트에 들어가는 강마루 소재 바닥재로 전면 교체됐고, 주방은 새 싱크대에 연기 제거용 후드까지 갖췄다.
50년 묵은 낡은 이 벽돌집 내부 수리에 꼬박 열하루가 걸렸다. 자재 값, 인건비 등 약 2000만원이 들어간 공사. 집주인 부부는 이 돈을 부담하지 않는다. 비용은 박성래(81) 동익건설 회장이 낸다.
박 회장은 대한주택건설협회가 진행하는 ‘국가유공자 노후주택 주거 여건 개선 사업’에 2002년부터 올해까지 22년째 한 해도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형편이 어려운 참전 유공자 22가구가 박 회장에게 각각 1000만~2100만원어치 실내 무상 수리를 제공받았다. 건설 경기가 어렵고 회사가 적자를 본 해에도 집수리는 빼먹지 않았다. 그 이유를 박 회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6·25 전쟁 당시 저는 초등학생이었는데, 그때 본 전쟁의 참상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제가 살던 마을은 120가구짜리 집성촌이었는데 전쟁이 터지자 어른들이 모두 징집돼 갔어요. 훈련소에서 일주일 훈련받고는 곧바로 전장에 투입됐는데, 살아서 돌아오신 분이 딱 두 명이었습니다.”
그는 “주거 여건 개선 사업에 처음 참여하면서 보훈병원에서 만난 참전 용사의 X레이 사진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어깨에 총알 파편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사진이었다고 한다. “우리는 전쟁이 끝난 나라에서 번영을 누리고 있는데, 전쟁에서 다쳐서 평생 고생하는 분들에게 전쟁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박 회장은 “그분들의 헌신 덕분에 오늘이 있는 건데,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보답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라며 “최근 들어 참전 유공자에 대한 정부의 대우가 좋아지는 게 느껴지지만, 그분들은 더 존경받고 더 대우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해 29일 박 회장에게 국민포장을 수상했다. 박 회장은 “큰 상을 받고 나니 사업이 어려웠던 해에 집을 수리해주면서 비용을 아끼느라 아쉬움을 남겼던 참전 유공자 생각이 먼저 난다”며 “비록 대단할 것 없는 정성이지만 적어도 내가 살아있는 한 계속해서 이 일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박 회장 도움으로 집을 수리한 월남전 참전 유공자 유순완(81)씨 부부는 “나이가 들고 몸도 아파서 집을 수리하는 건 엄두도 못 내고 있었는데 깨끗하게 살 수 있게 돼 정말 감사하다”며 “도움 주신 분들을 위해 평생 기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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