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어머니의 죽음… 그의 여름엔 눈이 내리네
너무나 많은 여름이
김연수 지음 | 레제 | 304쪽 | 1만6000원
어떤 여름엔 눈이 내린다. 표제작의 ‘나’가 맞이한 계절이 그렇다. 어머니의 임종을 앞두고, 늦은 밤 병원에 찾아오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병세가 악화됐다는 연락을 받을 때도, 도저히 생각조차 할 수 없던 어머니의 죽음이었다. 그는 마음이 혼란해 질 때마다 무작정 걸었다. 세상이 잠잠해질 때까지.
생각해 보니 너무나 많은 여름이 이미 ‘나’를 지나갔다. 한 아이의 아빠가 됐고, 호수공원을 걸었고, 수련을 봤다. “’살아간다’는 건 우연을 내 인생의 이야기 속으로 녹여내는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그의 말처럼, 삶은 우연의 반복이었다. 더운 여름, 눈까지 내리는 고난이 있었겠으나 어머니에게 배운 다정함으로 견뎠다.
어머니는 얼마 뒤 결국 생을 마감한다. 떠난 다음의 평온한 얼굴을 보는 순간, ‘나’에겐 어머니가 건넨 ‘빛의 잔상’이 보인다. 시간은 흘러 2063년. 이상기후로 세상이 얼어붙었다. “희망을 알지 못한다”고 말하는 ‘나’는 여름철에 내리는 눈을 묵묵히 맞는다. 여름 한가운데서, 언젠가 찾아올 여름을 기다릴 뿐이다. “그렇게 우리는 여름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되어졌다.”
1993년 시로 등단해 동인문학상·대산문학상 등 굵직한 문학상을 휩쓴 작가가 짧은 소설 스무 편을 묶었다. 재작년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여러 도서관과 서점 등에서 소설 낭독회를 위해 쓴 작품들이다. 작가가 “골목의 어둠 속에서 하나둘 나타나던 얼굴들이 떠오른다. 이 이야기들이 그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작가의 말’에 썼듯, 독자들에게 건네는 위로가 돋보인다. 낭독회에서 그가 독자들에게 보였을 따뜻한 웃음이 책 곳곳에 묻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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