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위해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을 정당화한 부역자들
윤수정 기자 2023. 7. 1. 03:03
부역자: 전쟁, 기만, 생존
이안 부르마 지음|글항아리|464쪽|2만5000원
부역자는 태어나는 걸까, 만들어지는 것일까. 이 질문의 방정식으로 저자는 세 부역자의 삶을 현미경처럼 미세히 들여다보길 택한다.
인종 학살을 자행한 나치 친위대 수장 하인리히 힘러를 돌본 개인 마사지사 펠릭스 케르스텐, 남장 미인 스파이로 활동하며 일본 비밀경찰에게 조국을 팔아넘긴 만주족 공주 요시코, 동료 유대인들을 독일 비밀경찰에게 팔아넘긴 네덜란드의 유대인 바인레프. 이들의 부역 행위를 옹호하진 않지만, 적어도 “사기, 신분 위조, 거짓은 전쟁의 와중에 어쩔 수 없는 산물”이란 결론을 내린다.
부정확한 역사의 기억 속 이들의 행위가 주변 환경에 크게 좌우됐으며 선악의 경계를 모호하게 넘나들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특히 “이들이 지옥에서 고통받는 이유는 바로 타인이 아닌 스스로를 속였기 때문”이라고 일침을 가한다. 생존을 위한다며 자기 기만을 일삼는 건 결국 파멸로 가는 지름길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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