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128] I’mma do my own thing
“우리의 운명을 쥐고 있는 것은 별들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다. (It’s not in the stars to hold our destiny but ourselves.)”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의 유명 작가 토니 로빈스도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선택들이 모여 운명을 만든다. (It’s your moments of decision that your destiny is shaped.)” 사실 운명은 개척하는 것이라는 말은 클리셰로 사용될 정도로 흔하다. 하지만 영화 속 영웅의 운명은 또 다른 이야기다. 그들의 운명은 늘 정해져 있어서 영웅이 되기 위해 반드시 뭔가를 희생해야 한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Spider-Man: Across the Spider-Verse∙2023∙사진’)는 운명에 반기를 드는 히어로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스파이더맨 마일스 모랄레스(샤메익 무어 분)는 다중우주의 스파이더맨들이 모인 정예팀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을 운영하는 미겔 오하라(오스카 아이작 분)는 멀티버스의 붕괴를 막기 위해 스파이더맨들을 모아 소위 공식 설정(canon)이라고 하는 운명의 법칙을 지키려 한다. 그 공식 설정은 히어로의 희생에 관한 것으로 이들에게 희생은 너무나 당연한 운명이다. “스파이더맨이 된다는 건 희생을 의미하는 거야. (being spiderman is a sacrifice.)”
영문도 모르고 외로운 나머지 팀에 합류했던 마일스도 이 잔인한 선택을 강요받는다. “한 사람을 구할 것인지 모두를 구할 것인지 네가 선택하는 거야. (You have a choice between saving one person and saving an entire world.)” 마일스는 떠밀린 선택을 거부한다. “다들 내 이야기가 정해진 것처럼 말하는데, 내 이야기는 내가 쓸 거야. (Everyone keeps telling me how my story is supposed to go. I’mma do my own 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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