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찰랑찰랑 물결… 따끔따끔 햇볕… 그 바다 기억나니

이태훈 기자 2023. 7. 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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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여름빛

문지나 지음·그림 | 사계절 | 48쪽 | 1만6000원

아침 햇빛이 눈부시다. 바람이 기분좋게 살랑인다.

양 갈래로 곱게 머리를 땋은 아이는 한 치수 더 커진 발에 맞춰 새로 산 빨간 운동화를 신는다. 돌돌이 여행 가방을 끌며 가족과 함께 집을 나서는 발걸음이 가볍다. 마침 집 앞을 지나던 트럭엔 잘 익은 수박이 한가득. 아빠는 수박 몇 통을 사서 차 트렁크에 싣고, 맛보기로 건네받은 시원한 수박 조각에선 빨간 달콤함이 차올라 뚝뚝 떨어진다.

/사계절

여름 여행의 설렘으로 반짝이는 책. 가만히 귀 기울이게 되는 풀벌레 소리, 팔랑팔랑 가벼운 흰나비의 날갯짓, 바람에 서로 몸을 비비며 사르락 사르락 소리를 내는 풀잎과 나뭇잎들, 가슴속을 가득 채우는 숲의 냄새…. 언젠가 본 듯한 영화 속 회상 장면처럼, 이 책의 그림들은 눈과 귀, 코와 손끝의 다양한 감각을 자극해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추억의 순간들을 책장 위로 불러낸다.

/사계절

오래 달려 도착한 바닷가, 살풋 잠들었던 아이는 차창으로 들이닥치는 바다 냄새에 눈을 뜬다. 고무 튜브를 타고 물 위에 떠 있으면 잔잔한 바닷물이 찰랑이며 팔 다리 여기저기를 적신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선, 물속에 있으나 바닷가에서 모래 장난을 치나 온몸은 별 수 없이 따끔따끔 여름의 색으로 보기 좋게 물들어간다. 정신없이 뛰놀다 보니 어느새 저녁 무렵. 수평선 너머로 지는 해가 파란 하늘을 빨갛고 노랗게 물들이고 있다.

아이들의 올해 여름은 어떤 추억으로 남을까. 이 여름의 어떤 장면이 어른이 되어서도 떠올리며 혼자 슬쩍슬쩍 미소 지을 기억이 될까.

오일 파스텔의 색감이 부드러우면서도 명쾌해,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여름의 빛을 기록하는 데 맞춤하게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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