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찰랑찰랑 물결… 따끔따끔 햇볕… 그 바다 기억나니
여름빛
문지나 지음·그림 | 사계절 | 48쪽 | 1만6000원
아침 햇빛이 눈부시다. 바람이 기분좋게 살랑인다.
양 갈래로 곱게 머리를 땋은 아이는 한 치수 더 커진 발에 맞춰 새로 산 빨간 운동화를 신는다. 돌돌이 여행 가방을 끌며 가족과 함께 집을 나서는 발걸음이 가볍다. 마침 집 앞을 지나던 트럭엔 잘 익은 수박이 한가득. 아빠는 수박 몇 통을 사서 차 트렁크에 싣고, 맛보기로 건네받은 시원한 수박 조각에선 빨간 달콤함이 차올라 뚝뚝 떨어진다.
여름 여행의 설렘으로 반짝이는 책. 가만히 귀 기울이게 되는 풀벌레 소리, 팔랑팔랑 가벼운 흰나비의 날갯짓, 바람에 서로 몸을 비비며 사르락 사르락 소리를 내는 풀잎과 나뭇잎들, 가슴속을 가득 채우는 숲의 냄새…. 언젠가 본 듯한 영화 속 회상 장면처럼, 이 책의 그림들은 눈과 귀, 코와 손끝의 다양한 감각을 자극해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추억의 순간들을 책장 위로 불러낸다.
오래 달려 도착한 바닷가, 살풋 잠들었던 아이는 차창으로 들이닥치는 바다 냄새에 눈을 뜬다. 고무 튜브를 타고 물 위에 떠 있으면 잔잔한 바닷물이 찰랑이며 팔 다리 여기저기를 적신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선, 물속에 있으나 바닷가에서 모래 장난을 치나 온몸은 별 수 없이 따끔따끔 여름의 색으로 보기 좋게 물들어간다. 정신없이 뛰놀다 보니 어느새 저녁 무렵. 수평선 너머로 지는 해가 파란 하늘을 빨갛고 노랗게 물들이고 있다.
아이들의 올해 여름은 어떤 추억으로 남을까. 이 여름의 어떤 장면이 어른이 되어서도 떠올리며 혼자 슬쩍슬쩍 미소 지을 기억이 될까.
오일 파스텔의 색감이 부드러우면서도 명쾌해,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여름의 빛을 기록하는 데 맞춤하게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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